Win or Nothing.

JTBC에서 방영 중인 ‘최강야구’의 바람이 거세다. 은퇴한 레전드 야구선수들이 모여 오직 승리만을 향해 나아가며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최근에는 조선의 4번 타자인 이대호 선수도 합류했다.

그리고, 초대 감독이었던 이승엽 감독이 두산 베어스로 둥지를 옮기며, 그 빈자리를 아쉬워할 틈도 없이 SK 와이번스의 화려한 전성기를 이끌었던 야신 김성근 감독의 등장으로 연일 화제를 만들어 낸다.

 

 


 

 

야구라는 스포츠의 매력은 무엇일까?

축구나 농구와 달리 ‘공수 교대’가 확실하다는 점이 야구의 매력이다. 9회 동안 ‘공격’과 ‘수비’를 반복하며, 치열한 승부의 공방의 긴장감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스포츠는 팬들을 열광케 한다.

이러한 승부의 균형추는 매 이닝(Inning) 반복된다. 홈플레이트(Home Plate)를 노리는 공격팀과 이를 지키려는 수비팀의 치열한 공방을 반복하며 플레이트의 고지를 노린다.

9회 말 2 아웃에서 홈팀은 완벽한 아치를 그리는 “역전 홈런”을 기다리고, 상대편은 마무리 투수의 “3K(3스트라이크)”를 기다리기도 한다.

그러나 승부의 장면에서 ‘공격’과 ‘수비’의 균형은 언제든지 깨지고, 공수 교대의 과정에서 빈틈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어쩌면, ‘공수 교대’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본질일 수도 있겠다.

특허의 장면에서도 그렇다. 특허도 일종의 스포츠의 모습을 가지기도 하고, 야구와 많이 닮아 있는 모습이 있다.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던 특허와 아구, 그 평행선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닮은 부분이 많다.

특허를 사이에 두고 당사자 사이의 다툼이 지속되고, 이들의 ‘공격’과 ‘수비’는 언제든지 바뀐다. 특허와 야구가 그리는 평행선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1. 베이스를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진검 승부

 

야구에서 승리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홈 플레이트(Home Plate)를 조금이라도 더 밟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자가 최대한 많이 진루해야 한다. 타자들이 많은 안타를 칠수록 점수를 낼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실력이 비슷한 팀 간의 경기에서는 득점권에서 전략도 필요하다.

타율이 높은 타자, 득점권에서 한 방이 있는 타자, 출루율이 높은 타자까지 이들 모두가 승리에 필요하다.

그중에서 ‘4번 타자’는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해결사이자 승부사이어야 한다. 경기에서 가장 많은 득점 기회가 몰리고, 진루해 있는 주자들을 불러올 묵직한 한방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반대로, 베이스를 지키려는 팀은 타자가 방망이를 쉽게 휘두르지 못하게 막는 임무를 가진다. 빠른 공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거나, 스트라이크 존의 경계를 가지고 노는 공간의 지배자이어야 한다.

야구 경기에서 베이스(Base)를 두고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베이스를 뺏으려는 자의 공격과, 베이스를 지키는 자의 수비가 매 회마다 지속된다.

타자와 투수의 수싸움은 전쟁에서 장수를 떠올리게 한다. 특허의 세계에서도 이와 같은 승부가 이루어진다.

특허를 가진 특허권자의 공격과, 특허권자로부터 일격을 받은 상대방의 수비가 이루어진다.

특허권자의 공격이 유효하다면, 상대방은 제품을 모두 폐기하거나 현재 사업 계획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 특허 공방의 결과에 형사처벌까지 달려있다면 이들의 승부는 더욱 치열해진다.

수비팀은 다음 이닝에서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공격을 진행하기도 한다. 선공과 후공이 바뀌며 특허 공방이 진행된다.

특허 분쟁에서도 상대방의 베이스(Base)를 뺏고, 홈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승부가 지속된다.

 

 

 

 

2. 특허권자의 선공, 안타(Hit)일 것인가? 헛스윙일 것인가?

 

특허의 장면에서도 ‘특허’를 가진 자의 공격이 먼저 시작된다. 내가 가진 ‘특허’를 이용하여 상대방이 ‘제품’을 만들지 못하도록, ‘서비스’를 종료하도록 특허라는 방망이(Bat)를 거세게 휘두른다.

‘특허’라는 방망이를 잘 휘두른 타자는 상대방의 수비망을 뚫고 2루까지 손쉽게 나아갈 수 있다. 시장에서 상대 제품을 도태시키기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도 한다. 수비수의 빈틈을 노리고 외야로 공을 보내는 밀어 치기 스킬도 필요하다.

특허의 선공은 ‘특허권자’에서부터 시작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 아이디어를 개발한 대가이자, 특허청의 심사를 받아 ‘특허’라는 권리를 획득한 인센티브이다.

내가 가진 ‘특허’의 영역에 상대방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소위 안타(Hit)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허의 청구항(Claim)이라고 불리는 영역을 잘 가다듬으면 만루홈런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야구에서 1번 타자에서부터 9번 타자까지 역할이 다른 것처럼, 특허권자는 제품의 각 요소별로 서로 다른 특허를 포진시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추신수 선수와 이치로 선수가 1번 타자로 활약했던 것처럼, 야구에서 1번 타자는 선구안이 좋고 출루를 잘할 수 있는 타자가 전담한다. 특허 분쟁의 승부처에서도 1번 타자로 활용할 특허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제품 침해를 잘 탐지할 수 있는, 즉 침해 입증이 용이한 특허가 1번 타자로서 역할을 한다. 특허의 속성상 상대방의 특허 침해를 ‘확인’하기 어렵고, 이를 확인하라도 ‘입증’하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베이스를 가장 먼저 훔치고, 빠른 발로 상대방의 수비를 흔들어 낼 1번 타자와 같은 특허를 활용하는 것이 특허권자의 승부 전략이다.

4번 타자는 ‘한방’을 통해 득점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먼저 나가있는 주자들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다. 만루 상황에서 홈런(Home-run)을 통해 4점짜리 빅이닝을 만들어 승리에 큰 기여를 하는 주축 선수이다.

특허 분쟁에서 4번 타자는 ‘핵심 제품’을 보호하는 특허이자, 매출과 수익과 직결되는 특허를 말한다. 다양한 침해 제품 중에서도 높은 수익성을 가져오는, 상대방이 탐내는 침해 제품을 방지하고, 손해를 배상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특허 분쟁에서 잘 관리되지 못한 특허를 휘두르는 경우 헛스윙을 만든다. 3진 아웃을 통해 상대방에게 반격의 빌미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3. 수비의 스트라이크존 공략, 그리고 반격

 

류현진 선수의 스트라이크존 공략은 일품이다. 사각형 박스의 경계를 넘나들며 타자를 유혹한다. 타자가 방심한 사이에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를 노려 그다음 스윙의 의지를 꺾어버린다.

야구에서 내야와 외야를 지키는 선수도 있지만, 마운드(Mound)에 선 투수의 피칭 능력이 수비의 성패를 가른다.

특허 분쟁에서도 상대방의 공격을 막기 위한 특허 투수의 현란한 피칭을 통해 특허권자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다.

특허권자는 자신의 ‘특허’가 상대방이 만드는 ‘제품’과 동일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세상에서는 완벽하게 동일한 것은 없다.

상대방의 제품을 베껴서 동일한 경우에는 특허 투수도 제구 능력만으로는 타자의 공격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특허권자가 시장을 독점하려는 야욕으로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는 경우 투수의 능력이 빛을 발한다. 타자의 스트라이크존 공략을 피하기 위해서는, 내 제품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타자의 약점을 노리는 투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야구 배트와 밀착력을 높이는 장갑을 개발한 특허권자가 ‘야구장갑’ 시장을 독점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때, ‘통풍이 잘되는 야구 장갑’을 판매하던 수비팀은 ‘밀착력과 통풍 성능’의 기능과 구조의 차이점을 주장하면 된다. 타자가 휘두르는 야구 방망이를 피할 수 있는 ‘비침해 논리’를 개발한 투수의 타자 공략법이 필요하다.

이번 이닝에서 강타자들이 몰려나와서 승부가 어렵다면, 그다음 이닝에서 반격의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특허 무효심판이라는 제도를 활용하여, 특허권자에게 역공의 기회를 노리며 다음 이닝에서 득점을 하고, 상대방의 특허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수비수는 공수 교대를 통해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승부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

 

 


 

 

야구는 타자와 투수가 만들어 내는 협주곡이다. 승부를 향한 이들의 열정, 그리고 감독의 승부 전략으로 매번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전투를 만들어 낸다.

특허의 세상도 그렇다. 특허권자의 공격, 그리고 상대방의 수비와 반격까지. 야구라는 스포츠와 많은 모습에서 닮아 있다.

평행선, 만날 수 없는 두 직선을 말한다. 비록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는 서로의 모습에서 평행이론의 운명적 만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손인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