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VB 파산사태를 뉴스로 접했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충격파인지 실감 나지 않아 아카이빙 차원에서 굳이 이렇게 적어둡니다. 어쨌든 미국 역사상 2번째 거대규모 은행의 파산인지라 길이 남을 것 같네요. 

 

 

미국 내에서 자산 규모 16위에 해당했던 실리콘밸리 은행(Silicon Valley Bank, 이하 SVB)이 2023년 3월 10일 파산했다. SVB 파산에 대한 충격파는 유럽까지 뻗어나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역사상 2번째로 거대 규모의 은행 파산이라는 점,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가 더욱 깊어졌다. 

※ SVB 파산에 앞선 첫 번째는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워싱턴 뮤추얼(Washington Mutual)이었다. 무려 3천 70억 달러라는 미국 최대 규모의 저축기관이면서 JP모건 체이스 소유기업이었으나 2008년 붕괴되었다. 반면 이번 SVB 자산규모는 2천 90억 달러 수준이었다. 

 

SVB는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거점으로 설립된 은행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의 상업은행이었다. 주된 고객군은 벤처 캐피털(VC), 신생 벤처 그리고 스타트업 등이었다. 차츰 성장을 이룬 SVB는 미국에서 16번째 ‘씩’이나 되는 은행으로 자산규모 2천억 달러 수준이었다. 한화로 따지면 무려 262조 원이나 된다. 83년부터 무려 40년간 차곡차곡 쌓아 올린 SVB는 실리콘밸리에 자리 잡으며 함께 성장해 온 파트너나 다름이 없었다. 

 

 

 

미국 은행 자산규모 순위(2022년 기준)   출처 : statista.com

 

 

 

 

SVB도 코로나 사태를 겪는 동안 변화를 맞았다.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금이 몰리니 대출은커녕 예치금만 쌓여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SVB는 현금을 빌려줄 대상도 없으니 대출상품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 포트폴리오 자체를 바꾸게 된다. SVB는 고객들이 맡긴 예금을 대출 명목보다 장기 자산을 구입하는데 활용했다. 가령 미국의 국채라던가 주택저당증권 같은 것 말이다. 그중에서도 국채 비중이 높았던 모양이다.

통상 부동산을 담보로 이와 같은 주택저당증권인 MBS 발행 후 정기주택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를 모기지론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모기지는 영문으로 Mortgage인데 주택저당증권은 Mortgage Backed Securities를 줄여 MBS라고 한다.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인플레이션 진정을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미국 은행들은 보유하고 있던 포트폴리오의 막대한 평가 손실을 감당해야 했다. SVB 역시 금리가 낮았던 시절 투자했던 국채 가치가 쪼그라들어 미실현손실이 되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 국채를 매각한 결과 약 18억 달러라는 확정 손실이 났다. 이후 증자도 실패했고 주가도 급락했다. 쌓여있던 예금은 서서히 늘어나는 인출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말 그대로 곳간이 비어 가는 대규모 예금인출 상황에 이른다.

이를 두고 뱅크런(Bank Run, 대규모 예금인출사태)이라고 한다. SVB 역시 상당한 뱅크런의 충격을 정면으로 받아내야 했다. 40년간 쌓아온 SVB가 불과 36시간 만에 무너질 줄이야! 동네 작은 은행도 아니고 자그마치 2천억 달러 규모의 거대 상업은행이 이러한 리스크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연준은 물론이고 미국 법무부까지 내부 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금융당국은 SVB 폐쇄를 결정한다.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실리콘 밸리 은행, SVB의 파산.   출처 : cnbc.com

 

 

미국의 SVB 파산은 유럽으로 뻗어나가 금융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8천억 달러의 자산규모인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도 리스크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한때 파산 위기설이 돌기도 했었는데 이번 SVB 충격파 때문인지 졸지에 주가까지 쑥 빠졌다. 혹자는 크레디트 스위스가 사이즈만 컸을 뿐 실적도 좋지 않았고 손실도 있었을 뿐 아니라 자금 유동성에도 문제가 있다”라고 전했다. 어쩌면 돌발사태에 의한 SVB 파산보다 내실이 좋지 않은 크레디트 스위스가 무너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마냥 무시할 순 없을 것 같다. 

한편 영국 HSBC 은행은 영국 내에 존재하는 SVB 지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영국 금융시장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을 우려한 일종의 조치다. 우리나라에는 SVB 지사가 없다.

하지만 SVB의 주식과 채권 등 대략 1천 389억 원어치를 투자한 곳이 있다. 다름 아닌 국민연금이다. 처음 알려졌던 300억 원은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투자한 금액이고 나머지는 운용사를 통해 위탁 투자했는데 이 거금이 제대로 물린 셈이다. 금감원에서는 직간접적인 피해까진 아니라고 하면서 SVB 파산 충격파로 인한 국내 시중은행 리스크는 굉장히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예금자 보호 한도 조정이라던가 인출 금지 제도, 이체 한도 조정 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사실 36시간 만에 대규모 인출 사태, 즉 뱅크런은 모바일 테크놀로지와 맞닿아있다. 생각해 보면 모바일 하나로 금융거래가 가능해진 시대가 아닌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수많은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도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수많은 고객들이 인터넷 뱅킹을 통해 편리하게 금융 거래를 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 속에서 SVB와 같은 어떤 특정한 사태가 벌어지면 ‘폰 뱅크런'(또는 디지털 뱅크런)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효율적이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위해 생겨났는데 디지털 뱅크런이 생겨나지 않도록 유사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개인이 특정 수준 금액을 인출할 수 없도록) 정책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빠르게 처리되는 금융 서비스가 은행 파산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하면서 개인 자산을 담보로 은행 파산을 막는다는 생각은 사실 공감하기가 어렵다.

디지털 금융 시대 속에서 SVB와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내실을 탄탄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경영해야 할 것이고 자본 건정성도 확충해야 할 것이며 금융 당국 역시 철저하게 관리 감독 하는 것이 감히 말해 올바른 일이 아닐까 싶다. 

 

 

 


 

※ 아래 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 이미 기사화된 내용을 찾아 정리하였으나 혹 팩트체크가 필요하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 

– <The Inside Story of WaMu – The Biggest Bank Failure in American History>(2012.6.20), cnbc.com

– <Largest banks in the United States in 2022, by total assets>(2022.11), statista.com

– <국민연금, 작년말 기준 미 SVB 주식·채권 1389억원 보유>(2023.3.15), 뉴스1

– <모바일 이체 5억 되는데…인터넷은행 `폰 뱅크런` 우려>(2023.3.16), 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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