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의 대상을 외부에서 내부로 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1.

일 잘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담은 아티클, 혹은 책을 보면 항상 “Why?”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모든 일의 시작점은 “Why?”라고도 하고. 실제로 맞는 말이다. “Why?”의 중요성은 항상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

그런데 실제로 일하다 보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를 때가 생긴다. 보통 이런 경우다. 위에서 어떤 방향이나 특정 지시를 했는데, 스스로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 갈 때 이런 일이 발생한다. 분명히 내가 생각할 때 이 방향이나 솔루션보다 더 나은 방안이 있는 것 같은데, 혹은 도저히 위에서 이런 결정을 왜 내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자연히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3.

이런 때는 왜 이런 지시가 내려왔는지 이유와 배경을 설명해 달라고 해서 납득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지만 이유와 배경을 물어보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고, 내 바로 위의 사람도 이유와 배경도 모르고 더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으니 해야만 하는 상황일 수도 있고, 이유와 배경을 들었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채로 맡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4.

이럴 때 “왜 이 일을 해야 하지?”라는 고민을 백날 해봤자, 머리를 명쾌하게 해 줄 답을 얻기 힘들다. 그럴 때는 잘 모르겠어도 일단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단 시작을 하는 게 좋은 여러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 우선은 조직 측면에서 일이 되어야 한다.

 

5.

조직은 일하려고 모인 곳이고,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생각과 의견을 가질 수는 없다. 그렇지만 모두가 동일하게 일이 되어야 하는 목표는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단 why를 모르더라도 일은 해야 한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안 가서 일을 안 했어요”라고 하면 이를 이해할 조직이 얼마나 될까.

 

6.

그리고 정확히 왜 이 일을 하는지 알아도, 일을 잘 해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why만 안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순 없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좋은 실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why를 알면 좋은 실행을 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지만, why를 아는 것이 좋은 실행을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다. why를 몰라도 좋은 실행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Why를 모른 채로 일단 시작을 해보면, 어느 순간 왜 이 일을 해야만 하는지 알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아 이래서 이 일이 필요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7.

그리고 특히 스타트업에서 실무를 한다면 Why를 알기 위해서 시간을 다 보내고 실행하지 않는 건 가장 나쁜 판단이다. 물론 의사결정자는 Why를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답을 얻어내야 한다. 그게 의사결정자가 하는 일이니까. 아무리 정교한 가설을 세우고, 좋은 아이디어와 전략을 냈다고 하더라도, 이게 실제로 통할지는 실제 시장에서 고객의 반응을 봐야 안다.

 

8.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던 전략이 실패할 수도 있고, 가설 검증에 실패할 수도 있다. 즉 스타트업에서는 빠르게 실행해서 결과를 보고, 이를 통해서 새롭게 배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Why를 알기 위해 시간을 많이 사용한다면 두 번 실행할 것을 한 번 하게 되고, 두 가지 가설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시간 동안 한 개의 아이디어만을 테스트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레슨런 2개를 얻을 시간에 1개를 얻게 된다는 말이다.

 

9.

다만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일단 실행하라는 말이 ‘Why’를 아예 생각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스스로 충분히 ‘Why’를 생각할 수 있다. 실행을 하면서, 왜 이 방식으로 실행을 하는지, 더 효율적이거나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지 생각하는 것처럼 실행에 대한 ‘Why’를 생각할 수 있다.

 

10.

또한 ‘내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 또 내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내려서, 나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처럼 스스로의 생각에 대한 ‘Why’를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Why’에 대한 생각을 하고 스스로의 답을 내린 후에, 이해되지 않는 업무를 준 사람과 이를 바탕으로 대화를 해서 나만의 관점을 만들 수 있다. 또 이 생각 자체가 왜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의 근거가 될 수 있어서 좀 더 논리적으로 대화를 할 수도 있다.

 

11.

‘왜 이 일을 이렇게 해야 하는지’, ‘왜 나는 이 일이 납득이 안되는지’ 생각하는 것은 ‘Why’의 대상을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라는 외부의 관점에서 내부의 관점으로 바꾼 것이다. 외부의 ‘Why’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의 ‘Why’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 역시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르게 배우는 점이 있다.

 

 

ASH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