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 실무 (1)

 
 

Intro.

섬네일의 그림은 신인상주의 화가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a sunday on la grande jatte)라는 작품입니다. 근대미술은 사실의 영역에서 감각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시기였습니다. 쇠라의 그림은 감각의 영역을 다시 분석과 본질의 영역으로 가져온 화가입니다. 그는 점묘법을 통해 색의 ‘원자’를 캔버스에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아주 미세한 단위로 쪼개진 색들이 쇠라의 시선을 통해 캔버스에 나열됩니다. 이 그림을 표지로 삼은 이유도 대충 비슷합니다. 

아주 작은 단위의 기획이 모여 아름다운 결과물을 그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 기획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무엇을 그릴지 정하고, 커다란 스케치를 하고, 작은 기능 단위의 본질이 손상되지 않도록 서비스의 다면체를 만들어나가면 됩니다. 서비스 기획 실무의 첫 번째 이야기 “서비스 기획의 절차 이해하기” 야심 차게 시작해 보겠습니다.

 

 


 

 

모든 시작이 그렇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에 작은 점 혹은 선 하나로 시작됩니다.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색칠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하얀 공백뿐일 테니까요. 그래서 대부분의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서비스 기획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기획의 순서 혹은 절차입니다.

 

 


1. 사업 분석
2. 주요 기능 정의


3. 기능명세서/기술요구사항 작성
4. 개발일정 수립
5. 스토리보드 작성

 

 

서비스 기획은 크게 위와 같은 절차로 진행됩니다. 서비스, 업무의 특징의 따라 특정 과정의 비중이 매우 높아질 수도 있고, 위에는 포함되어있지 않은 항목들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운영이나 검수를 위해 필요한 꼭지들이 존재할 수 있겠죠. 그러나 위의 과정은 서비스 기획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들로, 어느 프로젝트에서나 빠지지 않기에 이 다섯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내용이 길어 상, 하로 나누었습니다.)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 정하는 것으로부터 서비스 기획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프로젝트의 구성원으로서 프로젝트의 소유자 혹은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는 기능을 가진 서비스를 기획하게 됩니다. 보통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기에 회사의 의지(수익창출)와 일맥상통하는 서비스를 기획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회사 혹은 클라이언트는 미래에 만들어질 그 서비스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을까요? 또, 어떤 수준까지 개발될 수 있을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요? 대체로 그렇지 않습니다. 이를 이해하고 어느 정도 확신하기 위해서 체계가 잘 갖춰진 회사들은 시장 조사에 집중하고 기능의 수익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합니다. 서비스 기획자는 기능적인 측면, 프로젝트 관리적인 측면에서 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1. 그래서 서비스 기획의 시작은 사업 분석입니다. 시장과 사업에 대해 20%만 이해해도, 더욱 효과적인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 분석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면 경영을 해본 적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숨이 턱 막힐 수 있습니다. 거기에 숫자들이 왔다 갔다 하기 시작하면, 문과생들은 눈물을 흘리게 되지요. 그러나 핵심이 무엇인지만 이해한다면 어렵지 않습니다. 핵심은 “완전히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입니다. 너무 쉽지요? 대신 자주 들여다봐야 합니다.

 크게 두 가지를 세심하게 관찰해 보면 좋습니다. 시장이 어떤 형태로 움직이는지 외부적 요소를 파악하고, 우리의 서비스가 어떤 형태로 수익을 창출하거나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내부적 요소를 관찰하면 됩니다. 

외부 요소를 파악한다는 것은 목표시장의 형태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시장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무엇이 이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일이지요. 그러나 아쉽게도 사업가들에게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면 우리의 사업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는 하나의 특정한 시장으로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미 매우 과열되어 있는 상태이니까요.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대학교 수업에서는 식음료, 유통 등 하나의 분야로 특정 지을 수 있는 사업분석을 해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분석해야 할 시장은 그렇게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어렵지요. 그래도 서비스 기획자의 사정은 조금 낫습니다. 사업기획자는 시장에 영향을 주는 주요 기업들을 늘어놓고, 재무제표를 뜯어보며 향후 우리 사업의 매출 기회까지 역산해야 하니까요. 서비스 기획자는 이보다는 조금 러프한 사업분석이면 됩니다. 그러나 인터넷만 검색해서 찾아지는 정도의 사업분석이라면 안됩니다. 적어도 우리가 어떤 시장에서 몇 개월내에 론칭해야 효용성 있을지 혼자만의 확신이 생길 때까지는 분석을 해봐야 합니다. 이것도 어렵다면, “시장을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구나” 정도만 알아주셔도 한 발자국은 나아갈 수 있겠습니다.

 내부적 요소는 그래도 조금은 쉽습니다. 유사한 서비스를 찾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예전에는 유사한 서비스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거의 모든 화면을 캡처하고 분석했으나 최근에는 이미 서비스들의 화면을 캡처해 둔 사이트들이 있더라고요. WWIT 같은 사이트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화면 캡처는 시작입니다. 

 

 

서비스 별로 기능을 정리해 봅니다. (예시)


 
 

위와 같이 분석할 서비스들을 나열하고, 화면별로 기능별로 구분을 지어봅니다. 어떤 경우에는 정보의 계층이 다른 경우도 있으니 잘 체크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이 서비스는 이런 방법을 택했을까?”입니다. 네이버 페이의 도입 초창기에는,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네이버 페이와 같은 간편 결제를 도입하지 않는 쇼핑몰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결제전환이 높지 않을 테지만 이들은 여전히 회원가입을 통한 결제를 고수합니다. 왜 그럴까요? 회원확보와 이를 통한 LTV향상을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쿠팡, 컬리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이 과정은 사업 분석입니다. 그 일환으로 다른 서비스의 형태를 이해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이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이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사용했을지, 또 이 서비스가 얼마나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고객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인지 분석해야 합니다. 물론 경쟁사들이 친절하게 자신들의 정보를 공개할리 만무하므로, 이 과정은 지난한 쉐도우 파이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대충 건너뛰어도 된다는 소리는 절대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구체화해둔다면, 앞으로의 서비스 기획에서 설득과 이해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 그래도 기능정의까지 왔다면, 조금은 행복해집니다. 이제부터는 온전한 서비스 기획자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업분석 과정에서 기능정의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를 상당히 많이 확보해 두었기 때문이겠습니다.

주요 기능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이 전자상거래 서비스 기획자라면, 행운입니다. 당신이 만들어야 할 서비스의 주요 기능은 “상품 판매” 니까요. 그런데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만든다면 “상품 등록”, “상품 관리”가 주요 기능으로 추가됩니다. 조금 생소한 분야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분에 1번씩 사람의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감염병 환자의 상태를 리포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때의 주요 기능은 무엇일까요? 

 

 

갑자기 이 사람이 아프대요!
 
 
 

아무래도 올바른 정보를 수집하는 것, 수집한 정보를 바르게 이해 혹은 분석하는 것, 그리고 관계자에게 알림을 주는 것이 주요 기능이 되지 않을까요? 그러나 우리는 리포트의 결과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기능에만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바이스단위의 정보수집은 왠지 서비스 기획보다는 하드웨어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리포트의 결과 같은 경우는 화면으로 떡하니 보이는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디바이스가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하거나,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이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면 말짱 꽝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물론, 서비스 기획자는 엔지니어가 아닙니다. 그러나 주요 기능을 정의하는 순간 그것은 서비스 기획자의 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핵심지표가 됩니다. KPI가 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완벽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든 아니든 유심히 바라보고 개선하 수 있는 방향을 제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에서 불필요한 인간의 개입을 줄이거나, 기계의 오작동을 줄여 분석률을 개선하는 것은 충분히 기획을 통해서도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주요 기능을 정의했다면, 이 기능을 이루는 작은 기능들을 하나하나 정의해보면 좋습니다. 적어도 한 두 번은 꼭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의 예시 이미지에서는 “상품 판매” 판매라는 주요 기능을 바탕으로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기능과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기능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주요 기능을 제외하면 꼭 필요한 기능이 그렇지 않은 기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능정리를 잘해두면, 나중에 기능 검수등의 과정에서 조금의 편안함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주요 기능 – 보조기능 – 보조보조기능
 
 
 
 

 

 

서비스 기획 절차 이해 상편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서비스 기획은 항상 대화를 하는 행위 같습니다. 사업과 대화를 하고, 업무 관계자와 대화하고, 고객과 대화해서 무엇이든 개선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서 이를 실현할 구체적일 방법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조금 긴 이야기였지만, 기술적인 능력 향상을 제외하면, 이러한 마인드셋만 잘 갖춰도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하편으로 곧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eyes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