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의 관심사는 인맥보다 강하다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온라인상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사회적 관계망을 뜻하지만, 소셜 미디어가 이러한 역할만을 수행했던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입니다. 이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매개하는 ‘미디어’로써 그 역할은 점점 확장되고 있죠.

 

 

확장이 가능해진 이유는 소셜 미디어가 Interest Graph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Interest Graph란 관심사를 기반으로 집합을 구축하는 관계 형성 방식을 뜻합니다. Interest Graph 기능의 대표적인 예시는 알고리즘, 즉 유저 개개인의 관심사에 맞춰 정교하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입니다. 유저들은 알고리즘의 추천에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유저들과 집합을 이루게 됩니다. 이를테면 BTS의 무대 영상에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유저들이, 손흥민의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모이죠.

한편, 소셜 미디어가 처음부터 Interest Graph를 기반으로 움직였던 것은 아닙니다. 소셜(social) 미디어라는 이름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인맥을 기반으로 하여 형성되는 유저들의 네트워크가 핵심이었죠. 우리는 이러한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을 Social Graph라고 정의합니다. 페이스북이 2004년, 교내 커뮤니티로 처음 시작되었던 당시에는 ‘social’에 집중한 서비스였던 것처럼요.

그러나 점차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콘텐츠의 범주가 넓어지고, 유저들의 관심사도 다변화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인맥만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의 매력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었죠.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존에 Social Graph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소셜 미디어 또한 Interest Graph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Social Graph의 대표적인 매체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톡은 계속해서 오픈 채팅방 기능을 강화하고 있고요. 트위터 또한 새롭게 추천 탭(’For You’)을 개설하고 이를 메인 화면으로 노출시켰죠.

이제 Interest Graph는 미디어를 넘어 커머스의 영역까지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공구(공동구매)는 하나의 고유한 시장으로서 그 위상을 굳혀가고 있고, 틱톡은 동남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커머스 플랫폼으로서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러한 변화를 Interest Graph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마케팅 측면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오픈채팅 & 공지 채널 |메신저 기반의 Interest Graph

카카오톡대표적인 Social Graph 매체입니다. 특히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중 94%가 사용할 정도로 보편화된 만큼 사회 생활을 수행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았죠. 카카오톡 친구 목록은 모바일 기기에 있는 전화번호부보다 더 편리하고 확실한 연락망이 되었고, 프로필 사진 업데이트나 생일 알림 등의 기능을 통해 타인의 근황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Social Graph만으로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카카오톡이 친구나 가족 등 지인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매체로 한정된다면, 이는 치열한 소셜 미디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한계로 작용하니까요. 그래서 카카오톡은 메신저라는 플랫폼 형태를 기반으로 하되, 유저들이 소통 영역을 기존 인맥 밖으로 확장하도록 유도함로써 Interest Graph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 카카오 오픈채팅

 

그 대표적인 기능이 바로‘오픈채팅’서비스입니다. 오픈채팅이란 친구로 추가되지 않은 사용자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채팅방인데요. 2015년에 처음 도입될 당시 오픈채팅 기능의 소구 포인트는 편리성과 익명성이었습니다. 서로 번호나 아이디를 교환해 친구로 추가하는 과정 없이 링크 하나만으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으니 간편하고, 자신의 프로필을 노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주된 특장점이었죠.

오픈 채팅방은 출시 이후 약 8년 동안 ‘채팅’ 탭에 함께 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2023년 5월, 카카오는 오픈채팅을 별도의 탭으로 분리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유저에게 편리성과 익명성이라는 편익을 제공하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오픈채팅 탭 내에는‘지금 뜨는’이라는 세부 카테고리가 있는데요. 해당 카테고리에서는 자신이 속한 채팅방 외에도 다른 유저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채팅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소셜 미디어 등에서 관심있는 키워드의 오픈채팅방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손쉽게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죠.

혹시 아직 오픈채팅 기능을 활발하게 사용하지 않거나, 오픈채팅과 같이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형성에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이런 기능을 유저들이 실제로 얼마나 활용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오픈채팅 탭 신설 이후 오픈채팅의 일간활성사용자수(DAU)는 약 300만 명 증가했습니다. 별도 탭이 없었던 2023년 1분기의 DAU가 약 900만 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꽤 두드러지는 성과죠.

 

 

 

 

한편, 인스타그램은 DM(Direct Message) 기능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했습니다. 바로 공지 채널인데요. 이름 그대로 크리에이터가 공지를 비롯한 소식들을 업로드하며 팔로워와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공지 채널에 입장한 유저들은 직접 채널에 메시지를 업로드할 수 없지만, 설문 응답이나 이모지 반응을 남기는 등의 참여가 가능합니다.

물론 기존 인스타그램 피드나 스토리에서 이와 같은 일대다 소통이 불가능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지 채널은 오직 팔로워만이 참여할 수 있기에 팬덤을 형성하고자 하는 크리에이터에게는 강력한 소통 도구가 될 수 있죠. 계정에 업로드하지 않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업로드하거나, 팬덤에게만 한정된 정보나 혜택을 제공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러한 특징 덕분에 공지 채널은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브랜드에게도 유용한 마케팅 채널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지 채널 ‘현대카드 알림장’을 개설해 다양한 소식과 이벤트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개설 1일 만에 5천 명 이상이 참여했을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인기 급상승 | 트렌드 기반의 Interest Graph

유튜브에도 카카오톡의 ‘지금 뜨는’ 탭과 같이 다른 유저들이 많이 시청한 영상을 소개하는 큐레이션 탭이 있습니다. 바로 ‘인기 급상승’인데요. 조회수 외에도 조회수 증가 속도, 업로드 기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정되며, 같은 국가의 유저에게는 모두 같은 목록을 노출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핫플(핫플레이스)’에 일부러 방문하는 것처럼 가장 트렌디한 콘텐츠를 찾아 보고자 하는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기능이죠. 

유저들은 인기 급상승 동영상을 통해 새로운 크리에이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개인 성향에 맞춰 학습된 알고리즘 외에 새로운 관심사를 탐색하고 싶을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죠. 또한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댓글 창이 하나의 커뮤니티로써 작용하기도 하는데요. 단순히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간의 소통 창구일 뿐만 아니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이 소통하는 미디어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기 급상승 동영상은 크리에이터들이 매력적인 콘텐츠 제작을 위해 반드시 파악해야 할 지표가 되었습니다. 물론 유튜브에서 인기 급상승 동영상의 선정 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조회 수 등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릅니다.

하지만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높은 순위로 오른 콘텐츠들을 분석함으로써 콘텐츠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오른 콘텐츠의 댓글을 통해 유저들이 어떤 콘셉트의 콘텐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기존 구독자 외에 새롭게 유입된 시청자들은 어떤 포인트에 매력을 느꼈는지 등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겠죠.

 

 

▲ YouTube ‘발명! 쓰레기걸 Trash girl’

 

1년 동안 업로드한 콘텐츠를 모두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올린 사례도 있습니다. B급 감성의 독창적인 콘텐츠로 인기를 얻은 크리에이터 ‘발명! 쓰레기걸’인데요. 2021년에 업로드한 콘텐츠 총 16편이 전부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올랐죠. 이 채널에서 특히 눈에 띄는 특징은 영상 업로드 빈도가 높지 않음에도 모든 콘텐츠가 구독자 수 대비 높은 조회 수를 달성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는 콘텐츠의 독창성과 퀄리티가 뛰어나기에 이룰 수 있었던 성과이지만, 시청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한 것 또한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습니다. 타깃이 선호하는 콘텐츠의 톤앤매너와 퀄리티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콘텐츠를 확장했기에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죠.

또한, 인기 급상승 동영상은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눈여겨봐야 합니다. 유튜브는 개인 맞춤화된 알고리즘으로 유명하지만 인기 급상승 동영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국가의 시청자라면 모두가 같은 목록을 보게 되는데요.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게 되면 구독자 수에 비해 높은 조회 수도 달성할 수 있게 되죠.

 


 

틱톡 샵 | Interest Graph를 활용한 커머스

틱톡은 Interest Graph를 기반으로 성장한 미디어입니다. 틱톡의 ‘For You’ 탭에서는 좋아요 등의 인터랙션, 팔로잉 계정, 디바이스 유형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최적화된 콘텐츠를 노출합니다.  이러한 추천 알고리즘의 정교함은 틱톡만이 가진 막강한 경쟁력으로 꼽히죠.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탐색하지 않아도 새로운 콘텐츠를 발견하고, 관심사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도록 카테고리의 다양성까지 고려합니다.

이러한 매력 덕분에 틱톡은 빠른 속도로 유저 트래픽을 확보했고, 틱톡은 이를 기반으로 미디어를 넘어 커머스의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틱톡은 현재 이커머스 플랫폼인 ‘틱톡 샵(TikTok Shop)’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아 생소한 플랫폼이지만 해외에서는 점차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 TikTok Shop

 

틱톡 샵이란 틱톡 내에서 운영되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입니다. 틱톡 크리에이터는 일정 조건 충족 후 틱톡 샵을 열 수 있고, 브랜드가 직접 자체 틱톡 샵을 개설할 수도 있습니다. 유저들이 틱톡에서 콘텐츠를 통해 제품 설명, 가격 정보, 리뷰 등을 확인한 후 즉시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구조이죠.

특히 베트남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틱톡 샵이 베트남에 정식 출시된 것은 2022년 4월인데요. 지난 2분기에는 출시한 지 단 1년 만에 매출액 16조 3,000억 동(약 6억 8950만 달러)을 기록하며 베트남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2위(17.6%)에 올랐습니다.

이와 같은 성장은 모바일 환경 내에서 매체의 활용도가 계속해서 다양해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수익을 올리고자 할 때, 모바일의 중요도가 여전히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그 이유는 단순히 모바일, 즉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한 혁신 기술이 아직 등장하지 못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먼저 기존의 디바이스 고도화 과정을 살펴볼까요? 유저가 디바이스를 활용하는 목적 혹은 방식은 메신저, 미디어, 커머스 순으로 확장되어 왔습니다. 이는 유저들의 디바이스에 대한 이해도와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PC 혹은 모바일을 활용해 지인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유저, 나아가 온라인상에서 콘텐츠를 탐색하고 감상하기도 하는 유저, 그리고 상품까지 구매하는 유저는 그 순서대로 높은 관여도를 가지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틱톡의 커머스화는 어떨까요? 기존의 틱톡은 숏폼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였습니다. 그런데 틱톡 샵을 시작으로 커머스 영역에서의 확장을 이어가고 있죠. 틱톡 샵은 판매업체의 수수료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였는데요. 최근에는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직접 제품을 판매 수익을 얻는 ‘트렌드 비트(Trendy Beat)’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의 Interest Graph를 커머스까지 확장할 수 있다면 기존 타깃 광고보다 효율적인 구매 전환이 가능합니다. 기존에도 유저들의 검색 기록 등을 활용한 타깃 광고는 커머스 업계에서 활발하게 사용되어 왔는데요. 틱톡과 같이 고객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흥미를 이끌 수 있는 콘텐츠를 타깃팅에 활용한다면 광고에 비해 거부감을 현저히 낮출 수 있죠. 

사실 틱톡의 커머스 확장은 틱톡 샵이 아직 국내에 런칭하지 않은 현시점에서 조금 생소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틱톡을 중심으로 한 커머스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틱톡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더 많은 유저가 틱톡 콘텐츠를 소비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유저 트래픽을 활용해 해외에서의 성공 사례처럼 급진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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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MC Group 공식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