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관련 직무 중에서 BA(Business Analyst)는 재미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최근의 세부 분류된 직무 중에 가장 현업과 관련이 되어 있죠. 별도의 추천이나 예측 관련 데이터 프로덕트를 만들거나 데이터 컨설팅에 특화된 부분이 아닌 사업 기획이나 영업 등 현업 부서에 소속되어 사실상 그들과 유사한 주제에 일부 기능들을 하도록 설계된 직무입니다.

 

설명이 조금 어렵다면 쉽게 말씀드리면, 무거운 데이터를 뽑거나 분석할 줄 모르는 현업 담당자에게 데이터를 돌리고 분석해서 결과를 갖다 놓는 직무라고 생각하시면 비슷할지 모르겠네요. ‘쿼리 머신(Query Machine)’ 보다는 덜 수동적인 표현이지만 이 직무 특성상 대부분 일정 수준의 수동성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보통 BA를 채용하려고 할 때 다음과 같은 수요에서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 비즈니스 지표를 처음부터 세팅하고 관련 대시보드를 만들어야 할 때
  •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못한다고 느낄 때 여러 지표의 설명이 필요할 때
  • … SQL을 누가 대신 돌려주기 원할 때

 

물론 BA라는 이름이 도메인에 따라 DA(Data Analyst) 같은 역할을 할 때도 있습니다. 어떤 BA는 고객 타겟팅을 ML을 써서 하고 텍스트 분석을 통한 B2B 고객을 위한 리포트도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위 3가지 수요 때문에 보통 채용하고 이것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합니다. 위 3가지 설명을 볼 때 “이건 엑셀로 할 수 있으면 사업 기획자가 아니야?”, “이건 현업에서 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일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모든 것을 엑셀로 할 수 있는 시대에는 BA가 없었던 것처럼요. 아, 있긴 있었군요. 이때의 BA는 엑셀 위에서 실제 저런 역할을 했습니다. 정리하면 BA는 SQL (Python이나 R을 다루면 더 좋지만) 기반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관여 할 수밖에 없는 업무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관여 업무는 많은 사람이 해석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착각에서 생겨 납니다. 현업 경험이 풍부하거나 혹은 정말 잘 몰라서 Low Context로 일을 하는 주니어에서 BA의 데이터 분석 및 대시보드의 결과에 관여도가 생겨나게 됩니다. (쓰고 보니 모든 연차의 현업으로 읽히는…)

 

 

 


 

현업 경험이 풍부한 분은 직관과 비교를 하죠.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 같은 느낌을 내고 싶은데 스스로 못하고 확신이 없으니 BA를 통해 있어빌리티를 만들어 내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관여를 하죠.

 

“2,000원이 여기 들어간 이유가 뭐예요?”

“최근 N개월 이동 평균 추세를 보았을 때 2,000원 수준으로 보이며 다른 케이스에서 특이 사항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단일한 시나리오로…”

“2,500원 정도로 상향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하지만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 않아 상향은 제한적…”

” 파리 올림픽 있잖아요. 아무래도 올림픽을 하게 되면…”

“(월드컵 기간이 이미 반영된 결과인데..)”

 

순수하게 되고 싶어 하는 것과 되고 싶은 척을 하는 것은 다르죠. 이렇게 현업과 붙어서 일할 수밖에 없는 BA에게는 순수함이 보입니다. 데이터를 잘 분석해서 우리가 하는 일을 과학적이고 정확하고 예측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사람과 추구하는 목표를 만들고 잘 보고할 숫자를 끝까지 만들고 싶지만 커튼 뒤에 숨어서 질문으로 괴롭히는 사람 정도는 모두가 알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어떤 숫자가 머릿속에 있으면 어느 순간에는 그냥 처음부터 이야기를 해 주면 더 속 편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차라리 일하는 시간이라도 줄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이미지의 사람은 되고 싶지 않은 현업의 경험 많은 리더는 종종 속내를 숨기면서 몇 번을 다시 해오게 만드는 엄청난 인내심을 보여줍니다.

 

 

 


 

사실 궁금한 것과 필요한 것도 다르긴 하죠. 궁금함은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습니다. 그럴 때는 보통 검색을 해서 스스로 찾아보거나 공부를 별도로 하죠. 하지만 BA가 있는 조직에서 많은 사람들은 때로는 궁금함을 필요함으로 가정해서 BA에게 물어봅니다.

 

“오늘 이 지표가 평소보다 낮은 것 같은데 원인이 뭐예요?”

“사실 표준 편차 이내로 변동성이 있어서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어제보다 12원 떨어진 것이니 원인을 알아야 하겠는데..”

“어제 연휴 직후라서 아무래도 연휴 때 수요가 증가하는 부분이…”

“그러니까 그걸 지표들을 나누어서 보면서 앞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세부 항목을 나누어서..”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분석은 지표를 지표로 나누는 것이라고 언젠가 저도 말씀드린 적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디까지 나누어야 하는가는 정말 바닷물을 모두 끓일 것인가의 문제와 만나게 됩니다. 이거 할 시간에 다른 비즈니스 임팩트가 큰 과제가 이미 쌓여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아무튼 이런 지표들을 더 세부적으로 나누고 대시보드를 더 고도화하고 알고 싶은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 이게 계속 쓰이고 업무에 활용해서 성과를 만들까요? 그런 일은 경험상 열에 하나 수준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어느 순간 질문을 하고 있어서 질문을 합니다. 실제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나 향후 지속 활용성은 어느 순간 놓으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래서 보는 사람 없이 돌아가는 수많은 대시보드가 있고 엄청 크고 무겁지만 뭘 봐야 할지 혼란스러운 지표들의 나열이 있고 위키로 만들면 몇 명 안 보고 묻히는 분석 결과가 있습니다. 만든 사람에게는 힘 빠지고 지치고 경력에 뭘 써야 할지 모르게 만드는 일이죠.

 

 

 


 

 

데이터를 못 다룬다고 생각하고 많은 부분을 BA에게 의존하는 주니어 중심의 분들도 BA를 좌절하게 만드는 상황을 만듭니다. 이게 BA의 일인지 그분의 일인지 헷갈리게 만들 때 그렇죠. 데이터를 뽑고 분석할 역량이 안되니 BA가 존재하는 것이라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데이터 내놓고 분석하면 어떠한 기획을 덧붙이기 않고 그대로 보고해서 쓰거나 분석 결과에 추가 질문들을 더해 아예 기획안까지 만들어 버리게 만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럼 사실 BA는 조직의 외주 현업 사무소가 되는 것이죠. “우리 조직은 BA가 더 필요해요”라는 말은 실제로 BA가 더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 자리에서 능력이 안 되는 현업이 많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필요도 있다는 것입니다.

 

 

관리직 직원이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요? 관리입니다. 관리는 무엇을 잘해야 할까요? 구분하고 패턴을 찾아 방향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영업 담당자는 영업 채널을 구분해서 일정 그룹으로 묶고 각각 상황을 정리해서 어떻게 영업을 할지 전략과 목표를 정하죠. CRM 담당자는 고객을 그런 방식으로 관리하면서 일을 합니다. 광고 상품을 만드는 담당자도 유사한 패턴으로 일합니다.

구분하고 패턴을 찾아 방향을 결정한다는 말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지 않나요? 네, BA가 데이터를 다루는 일이 그러합니다. 결국 모두가 데이터 역량이 있어야 사실 그 일 자체를 잘할 수 있는 것인데 그걸 다 못하니 BA가 일부 역할을 하거나 아니면 현업 없이 온전히 어떤 도메인을 하는 것인데 이게 현업과 역할이 정리가 안되면 현업의 SI가 BA가 되는 것이죠.

 

이건 조직장이 잘 관리해야 합니다. 누가 어디서 어디까지 리소스를 쓰고 있고 조직의 목표에 따라 잘 관리되는지는 조직장의 역할이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BA는 조직장이 현업입니다. 사업 기획팀 소속의 BA는 사업 기획자 출신의 리더가 있죠. 그래서 BA는 살짝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좋은 현업 리더는 좋은 현업을 정의할 수 있으므로 다소 역할을 분명하게 그어주기도 하죠. 하지만 이 일의 경계는 아슬아슬하게 건 by 건으로 조금씩 경계가 달라지면서 어느 순간 엔트로피를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정기적으로 살펴봐야 하겠죠.

 

 

 


 

 

업무 분장에서 아예 BA는 ‘데이터 모두 지원’이라고 정의하는 것도 역할 정의에서 점점 지치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현업의 업무를 세세하게 나누듯이 그 세세한 업무를 현업 기획자와 페어링 해서 BA를 각각 붙이는 편이 더 낫습니다. 아니면 BA는 전문적인 도메인을 갖지 못하고 조직의 모든 일을 데이터가 붙는다고 해서 다 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리니까요. 

 

BA는 결국 비즈니스 문제 해결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런 사람들이 이직을 잘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메인을 전문적으로 갖지 못하면 문제 해결 능력을 한 분야에서 깊이 가지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세세한 역할에 맞는 데이터 지원으로 역할을 상세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예산과 관련된 데이터를 계속해 본 BA와 영업과 관련된 데이터 분석을 주로 한 BA는 사실 서로 역할을 바꾸면 상당한 시간을 적응하는데 쓰게 됩니다. ‘쿼리 머신’이 아니기 때문이죠.

데이터라는 재료들을 어떻게 요리할지, 한국에서 한식 식당을 하다가 중동 가서 현지식 식당하는 것이 레시피가 다르고 재료를 바라보고 음식의 관점이 다르듯 데이터 분석이나 보드를 만드는 것도 그렇게 달라지기 때문이죠.

 

 


 

 

BA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은 직무입니다. 그래서 사실 포지션을 열어두고 채용 서류를 받아도 정말 BA, 더군다나 시니어 이상은 잘 없습니다. 대부분은 DA이거나 대시보드 만드는 것 중심이었던 주니어 분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데이터의 활용은 점점 더 많은 분야로 확산되어 가고 있고 기존에 값비싼 BI 도구를 활용해 정형화된 것만 보기에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수시로 보아야 하는 수요들이 현장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대응하고 예측하는 분야에서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일정 수준의 정확함이 요구되는 바늘귀에 실을 끼우는 정교하고 중요한 과제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죠. 실력 있는 BA를 채용하고 의사결정자로 만드는 조직은 점점 많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데이터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할 시대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모두가 갖기 어려운 것처럼 결국 데이터를 잘 다루는 기획할 수 있는 사람이 의사결정을 하게 될 테니까요. 이 지점에서 BA는 수동성을 버리고 분석의 적용과 피드백을 통한 재적용을 계속해서 커리어를 풍성하고 능동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누구나 BA이고 BA가 누구나라면, 위에서 말씀드린 BA가 퇴사 욕구가 들게 만드는 사례는 사실 누구나 해당할 수 있는 데이터 관련 사례일 것입니다. 정말 우리는 데이터를 믿는지, 중요한 곳에 중요하게 사용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시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