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드를 쌓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힌트가 될 다섯 문장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꾸준히 쌓여야 정체성이 되니까요.

‘다움’은 멋있는 브랜드 소개 페이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이 ‘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선명한 계기들이 쌓여야 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다움’을 차곡차곡 쌓아나갈 때, 비로소 브랜드의 고유함은 ‘다움’이라는 정체성이 됩니다. 

 

어떤 브랜드나 제품을 통해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 그려진다면 어떨까요. 물건이 아니라 생활을 판다는 감각으로요.

브랜드와 제품, 서비스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기능 너머에도 있습니다. 커피는 카페인을 보충하는 음료가 아닌 하루의 여유를 선물하는 순간이 될 수 있으며, 편집샵은 여러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둔 스토어닌가 아닌 나만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는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적 가치에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취향이 분명해지면 목적이 분명해지고, 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해야 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을 뜻합니다.

취향이 분명하지 않은 브랜드는 시장의 빠른 트렌드는 휩쓸리기 쉽습니다. 작년의 방향성을 모두 바꿔야 하는 상황도 분명 발생하죠. 그러나 취향이 분명한 브랜드에게 트렌드는 해일이 아닌 타고 놀 수 있는 파도가 됩니다. 취향은 변화의 기준을 만들고, 선명한 ‘다움’을 만듭니다.

 

앞으로 뜨는 건, 서사입니다. 서사는 성장과 좌절이 누적된 나만의 기록이에요. 좌절 없이 윤색된 이야기라면 대부분 거짓이에요.

과정은 기록이 되고, 기록은 서사가 됩니다. 그리고 이 서사는 고유함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게 되는 계기가 되죠. 브랜드가 과정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콘텐츠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 브랜드는 마케팅 활동을 많이 해요. 이를 다 엮어도 정작 히스토리는 되지 못해요. 건건의 이벤트로 끝나죠.

마케팅은 이슈를 만드는 것이 아닌 영향력을 쌓는 과정입니다. 한 번의 이슈로 매출을 올릴 수는 있지만, 더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지는 못하죠. 브랜드는 한 번의 주목이 아닌 ’다움‘을 쌓아가는 꾸준한 서사를 통해 고객에게 인정받는 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 데우스가 고객에게 헤어 스타일링을 가르쳐 준 이유

 

 

 

 

작년 12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이하 데우스)’는 한국의 맨 그루밍 브랜드 ‘퓨얼 포마드’와 함께 포마드 행사를 열었습니다. 빗, 포마드, 오일 등 클래식 헤어를 위한 협업 굿즈를 발매한 기념으로 진행된 행사였습니다. ‘데우스’는 세계 각지에서 바버샵을 운영할 정도로 바버샵 문화에 관심이 많죠.

‘데우스’는 2006년 커스텀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시작해, 바이크와 서핑, 스케이트 보딩 등 다양한 문화를 아우르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입니다. ‘데우스’는 모터사이클 문화를 토대로 쿨하고 모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두터운 팬층을 쌓아왔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오키드바버샵’, ‘디아우트로바버샵’ 등 로컬 바버들의 커트와 스타일링을 볼 수 있는 ‘룩앤런 바버 세미나’가 진행되었습니다. 평소 바이크 문화를 즐기며, ‘데우스’의 찐팬으로 알려진 ‘노홍철’이 해당 행사에서 커트와 스타일링을 받기도 했죠.

이외에도 DJ 공연과 함께 ‘로코스 BBQ’의 풀드포크 샌드위치, 버번 위스키 ‘메이커스마크’를 베이스로 제조한 스페셜 칵테일을 판매하며 핵심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장을 만들었죠.

이는 ‘데우스’의 문화를 고객이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이었습니다. 말로만 제안하는 것이 아닌 ‘데우스’가 제안하는 바버샵 문화를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행사였죠.

‘데우스’는 핵심 고객이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과 행사를 잘 만드는 브랜드로 유명합니다. 이들의 브랜드 공간은 ‘데우스’의 문화를 전파한다는 의미로 ‘데우스 템플’이라고 불리죠. 

이들은 단순히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바이크와 서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즐길거리를 채운 공간을 내세웁니다. 

커피와 음식을 파는 카페와 결합하거나, 각종 바이크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바이크 트랙을 설치하기도 하죠. 또한 자신이 직접 커스텀한 바이크를 선보이는 ‘바이크 빌드오프’ 이벤트처럼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데우스’는 브랜드가 제안하는 문화를 구체적으로 서술합니다. 헤어 스타일링을 하는 방법을 직접 알려주고, 커스텀 바이크를 손봐주죠. ‘데우스’가 말하고자 하는 삶의 형태는 오프라인 공간과 행사를 통해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브랜드의 역할이 고객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역할로 확장되면서, 많은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문화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러나 아직 추상적인 제안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이 브랜드가 내세우는 문화와 삶을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없다면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문화와 삶을 제안하되, ‘데우스’의 오프라인 공간과 행사처럼 손에 잡힐 만한 경험 접점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진짜 이야기를 지닌 인물과 브랜드에 관심을 보냅니다. 반대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철저히 외면하죠. 광고 속 모델과 이미지만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없죠. 그렇기에 브랜드가 제안하는 삶과 문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이 필요합니다.

디자이너 플랫폼 ‘노트폴리오’는 디자이너 지망생을 위한 디자인 캠프를 개최했으며, 웹사이트 제작 브랜드 ‘아임웹’은 창업자를 위한 전시와 토크를 열었습니다. 금융 플랫폼 ‘토스’는 꼭 필요한 금융 지식을 담은 ‘토스피드’를 운영 중이죠.

이처럼 브랜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팔기 위해선, 추상적인 메시지 한 줄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경험이 필요합니다.

 

 


 

 

| 작은 브랜드가 선명한 컨셉을 무기로 기억돼야 하는 이유

 

 

 

 

브랜드 홍수 속 어려워진 차별화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소비하는 세대의 등장으로 선명한 컨셉으로 돋보이는 작은 브랜드가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도화지에 흐릿한 배경을 덧칠하기보다 채도 높은 하나의 점을 도화지에 찍고 있죠.

모두를 향한 큰 브랜드에 대항할 수 있는 작은 브랜드의 무기는 선명한 컨셉입니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가치를 이야기하는 큰 브랜드 사이에서 손에 잡히는 명확한 제안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죠.

브랜드의 컨셉이 ‘컨셉질’이 되지 않기 위해선, 고객이 컨셉을 수긍할 수 있는 맥락 속의 경험을 설계해야 합니다. 오늘은 선명한 컨셉을 빛내는 디테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국내의 작은 브랜드 세 곳을 소개해 볼게요.

첫 번째 브랜드는 제주에서 직접 키운 다양한 종류의 귤을 판매하는 ‘귤메달’입니다. 한라봉, 귤과 같은 친숙한 시트러스부터 신비향, 카라향과 같은 낯선 시트러스까지 총 10종류의 귤을 취급하고 있죠. ‘귤메달’은 ‘다양한 귤을 파는 브랜드’라는 선명한 컨셉을 지니고 있죠. 

‘귤메달’은 잠재 고객이 맛을 체감할 수 있도록 종류별로 당도, 산미, 바디를 측정한 테이스트 노트를 제공하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귤을 찾을 수 있는 ‘시트러스 테스트’를 제안합니다. 

또한 이들은 다양한 시트러스를 맛볼 수 있는 샘플러 제품을 판매하며, 다양한 귤을 활용한 색다른 레시피를 제공해 귤의 다양한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두 번째 브랜드는 편지지, 엽서, 우표, 만년필 등 편지와 관련된 제품을 판매하는 ‘글월’입니다. ‘글월’은 편지쓰기를 동시대의 문화로 만들겠다는 미션을 지니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현대인과 멀어진 ‘편지’를 아날로그, 빈티지의 시선이 아닌 세련된 현대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독특한 컨셉이죠. 

이들은 고객이 편지쓰기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편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모르는 사람과 편지를 주고는 ‘펜팔 서비스’를 시작으로 1월에 쓴 편지를 6월에 받을 수 있는 ‘1-6 서비스’, 편지를 맡기면 꽃과 함께 발송해 주는 ‘플라워 레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이들의 서비스는 고객이 직접 색다른 편지쓰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렬한 접점이 됩니다.

세 번째 브랜드는 여행자를 위한 옷을 판매하는 ‘롯지’입니다. 45개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롯지’의 대표는 자신만의 여행 노하우와 함께 여행지나 일상에서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는 옷을 제안합니다. 

‘여행자의 옷’이라는 컨셉은 제품과 룩북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스위스의 산악마을 체르마트에서 영감을 받은 ‘체르마트 플리스 자켓’처럼 대부분의 제품은 영감을 받은 여행지와 관련된 이름이 덧붙여 있습니다. 또한 영감받은 여행지에서 촬영한 룩북을 통해 여행자를 위한 옷임을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이들은 여행지에서 ‘롯지’의 제품을 입은 실제 여행자의 리뷰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실감 나는 핵심 고객들의 리뷰는 이들의 컨셉을 한층 더 선명하게 하죠.

다양한 귤을 다루는 ‘귤메달’, 동시대의 편지쓰기 문화를 제안하는 ‘글월’, 여행자의 옷을 만드는 ‘롯지’. 세 브랜드는 모두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선명한 컨셉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전개했습니다.

선명한 컨셉을 고객이 경험하며 수긍할 때, 진정성이 더해지며 ‘다움’으로 완성됩니다. 세 브랜드는 컨셉을 경험할 수 있는 디테일한 고객 접점을 잘 쌓아왔으며, 브랜드의 고유한 ‘다움’을 형성했습니다.

선명한 컨셉과 이를 경험할 수 있는 디테일한 접점이 한정된 예산의 작은 브랜드가 메시지의 바다 속에서  기억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 훼미리마트가 편의점에서 옷을 파는 이유

 

 

 

 

2021년 일본의 편의점 ‘훼미리마트’는 의류 라인 ‘컨비니언스 웨어’를 론칭했습니다. 론칭 이후 1년 만에 편의점 매출이 60%가량 증가했으며,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인 양말은 누적 1,500만 켤레가 팔렸죠.

최근 이들은 반바지, 스웻셔츠, 후드티 등 다양한 제품을 포함한 첫 의류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심플한 디자인, 다양한 색상을 활용한 컬렉션은 인기를 끌고 있죠.

‘훼미리마트’는 일상 속 편리함을 제공하는 편의점의 역할을 계속해서 확장하는 브랜드입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플랫폼이 되길 원하죠. 이들은 편의점에서 전시회를 열거나, 편의점과 헬스장, 노래방을 결합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생활 서비스를 만들어갑니다.

‘훼미리마트’의 의류 론칭 또한 새로운 편리함을 개척하기 위한 확장이며, 이슈몰이를 위한 이벤트성 제품이 아닌 ‘훼미리마트’다운 맥락 있는 확장입니다. 지난해 패션 브랜드 ‘파세타즘’의 디렉터 ‘오치아이 히로시’를 영입하면서 새로운 패션 서비스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죠.

‘컨비니언스 웨어’는 사람들이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옷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탄생했으며, 모두가 부담 없이 편리하게 입을 수 있는 패션을 추구합니다. 누구나 편리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편의점 브랜드에게 잘 어울리는 정체성입니다.

‘컨비니언스 웨어’는 ‘간편하게’, ‘저렴하게’, ‘모두에게’라는 3가지 특징을 지닙니다. 모두 편의점이 지닌 특징을 고스란히 옮긴 듯한 특징입니다.

좋은 소재와 편안한 디자인을 앞세운 편리한 의류를 지향하며, 지퍼백을 활용한 패키지로 간편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로 구성했죠. 

첫 컬렉션을 선보인 패션쇼에서 아이, 노인, 동성 커플, 휠체어를 탄 남성 등 다양한 이들을 모델로 내세우면서, 나이, 인종, 장애와 상관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임을 강조했습니다.

‘컨비니언스 웨어’의 성공적인 론칭 이후, 일본의 편의점 ‘로손’은 편집샵 ‘프릭스 스토어’와 함께 ‘인스턴트 니트’를 출시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마트24’가 겨울 의류 13종을, ‘세븐일레븐’은 플리스조끼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훼미리마트’는 다른 편의점과 달리 이벤트성 제품이 아닌 생활 서비스의 관점에서 의류를 판매합니다. ‘훼미리마트’는 고객에게 일상 속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편의점의 역할을 확장해 왔으며, 이번 의류 론칭 또한 이러한 움직임의 연장선상이죠.

모두를 위한 편리한 편의점의 역할을 고스란히 의류에 녹여낸 ‘컨비니언스 웨어’는 ‘훼미리마트’다운 이유와 맥락을 담았기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넌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