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마케팅 예산이 넘쳐서 고민이에요.”

 

5년 동안 만나 뵀던 대표님들 중 이렇게 말씀하셨던 분은 단 한 분도 없었습니다. 예산은 항상 부족합니다. 극초기 스타트업이나 1인 기업은 마케팅 예산이 아예 없는 (정말 0원인) 경우도 있죠. 그럼에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케팅 = 당연히 돈 쓰는 일’이라는 전제가 담긴 질문들을 많이 받습니다. 

어떤 광고에 돈을 써야 효과적일까요? 어떤 매체가 요즘 성과가 괜찮아요?

이 유튜버 섭외하려면 얼마나 들까요?

기사 좀 배포하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저렴한 편이죠?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돈이 부족한데 돈을 안 쓰고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묻지 않습니다. 그런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이미 정해진 것처럼요. 

 

 


 

 

우리가 알고 있는 마케팅

 

우리가 평소 소비자로서 자주 접하는 마케팅은 규모가 큰 브랜드들의 마케팅입니다. 그들은 돈의 힘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채널 혹은 공간의 일부를 점령합니다. 거기서 당장의 구매를 부추기는 매력적인 제안을 던지죠. 구독자 수가 100만이 넘는 유튜브 채널에 브랜드 담당자가 직접 등장해 온라인 최저가 이상의 할인을 제안하거나, 네이버 앱 첫 화면에 자리를 잡고 대규모 프로모션을 알리는 식입니다. 

 

때로는 개개인의 스마트폰에 직접 알람을 보내기도 합니다. 사용하지 않으면 곧 사라지는 쿠폰이 있으니 오늘 저녁엔 우리 서비스에서 돈을 쓰면 어떻겠냐고요.  

 

이런 광고 이외에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마케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채널만 조금 다를 뿐 여전히 광고일 겁니다. ‘수치적 성과’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마케터들이 적은 예산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광고 기술’을 통해서 열심히 만들어낸 디지털 광고죠. 그리고 그중에는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경험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미 다른 제품을 구매했는데도 집요하게 날 따라다니며 구매를 부추기는 광고

교묘한 편집 영상으로 제품을 구매한 내게 큰 실망을 안겨줬던 브랜드의 또 다른 영상 광고

‘이것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 같은 자극적인 말로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기 위해 기획 된 광고

실제 이어질 내용과 관련이 거의 없음에도 자극적인 단어들을 잔뜩 우겨 넣어 사람들을 낚는 광고

 

사람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마케팅은 이런 것들입니다. 당연히 ‘마케팅’하면 이런 것들이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죠. 제가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저도 마케팅을 이렇게만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파격적인 할인으로 사람들의 구매를 유도하거나 or 속임수를 써서라도 일단 상품을 파는 기술’ 

 

 


 

 

실제 마케팅

 

모든 마케팅이 막대한 예산과 할인율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초기 스타트업들은 전부 망했을 겁니다. 그들은 돈도 없고, 할인을 크게 제공할 여유도 없으니까요. 상대를 속여서 상품을 파는 기술이 마케팅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썼던 속임수를 ‘마케팅’이라고 불렀을 뿐이죠. 진심으로 고객을 위해 일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마케터들도 많이 있습니다. 

 

마케팅은 마케터라는 사람이 고객이라는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일입니다. 고객이라는 사람에게 우리를 소개하고, 우리 상품을 소개하고, 필요하다면 한 번 써보라고 제안하는 일이죠. 한 번 써보고 만족한 고객이 다시 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것까지가 마케터가 해야 할 일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마케터 혼자의 일이 아니라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팀원들 모두의 일이죠. 

 

 

 

 

고객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일이 꼭 광고 매체에 돈을 써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AI, 자동화, 데이터 같은 기술들을 ‘필수’로 적용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요. 한 인간인 고객에게 한 인간으로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방법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돈과 기술이 필요하면 그때 쓰는 거죠. 필요 없으면 쓰지 않아도 되는 거고요. 

 

이 브런치북에서는 돈을 거의 쓰지 않고도 브랜드가 고객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직접 개발한 방법들이 아닙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활용해 왔지만 광고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은 방법들이죠. 

 

마케터가 아닌 분들께는 ‘이런 인간적인 마케팅 방식도 있구나’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마케터와 창업자 분들께는 돈이나 기술이 아닌 ‘마케팅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박상훈 (플랜브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