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ed by 임원 모비데이즈 매니저

최근 알리바바그룹이 공격적으로 해외 기업들의 지분을 인수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리테일 관련 업체들을 인수해오면서 오프라인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더니, 최근에는 양상이 바뀌었습니다. 해외 기업들의 지분을 적극 인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알리바바는 최근 한국 대표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4%를 사들이더니, 이윽고 그루폰의 지분 5.6%도 인수하는 데에 이릅니다.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BATX. 세계 시장을 위협하는 중국의 대표적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기업의 이니셜을 모은 키워드가 뜨기는 하지만, 대체로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해외의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소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바이두는 중국 내 검색 엔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텐센트 역시 메신저와 결제, 게임을 쥐고 있으나 중국 시장에 국한돼 있죠. 샤오미는 특허권으로 인해 함부로 해외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 중에서 알리바바가 유독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를 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알리바바는 왜 해외 기업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있는 걸까요. 이를 논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알리바바가 왜 문화 산업을?

우리나라 입장에서 관심있는 키워드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일 것입니다. 최근 알리바바가 SM의 지분 4%를 약 355억원에 인수했을 때 이와 관련한 보도가 폭발적으로 나왔습니다. 주요 내용은 SM엔터테인먼트의 중국 공략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알리바바의 플랫폼 위에 올라타서 13억 중국인들을 소비자로 둔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이러한 전망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지만, 과연 알리바바에 지분을 판 것이 SM의 중국 사업 동력과 얼마나 직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이를 위해서는 알리바바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방향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2014년 홍콩 미디어 그룹인 차이나비전을 인수한 뒤 회사명을 ‘알리잉예(Alibaba Pictures)’로 바꿉니다. 알리바바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격인 셈인데요. 이 회사의 사외 이사로 합류한 인물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최고의 액션 배우 중 한 명인 리롄제, 이연걸입니다.

이연걸. 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Jet_Li
이연걸. 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Jet_Li

마윈은 태극권에 심취한 인물로도 유명한데요. 항저우 타오바오 사무실의 현판 글씨를 무협소설 작가인 김용에게 맡길 정도로 무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매년 알리바바의 자회사들 주최로 무술 대회를 진행하는데, 이의 심사위원 중에 이연걸이 참석하기도 합니다.

알리바바 자회사인 알리마마에서 개최한 무술대회. 출처: 알리마마
알리바바 자회사인 알리마마에서 개최한 무술대회. 출처: 알리마마

2013년에는 마윈이 알리바바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 태극권 도장을 차릴 계획이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

마윈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阿里巴巴)그룹 CEO자리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리롄제(이연걸)와 태극권 도장을 열었는데 현재는 시영업 중이며 9월 10일 정식 오픈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 알리바바 CEO, 퇴직 후 이연걸과 태극권 도장 차려(아주경제)

알리바바는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출발을 이연걸과 함께 했습니다. 그 뒤에는 마윈의 개인적인 관심사인 태극권이란 키워드로 연결돼 있죠. 이후 2대 주주로 중국 대표 여배우 자오웨이(조미)가 합류했고, 진가신, 주성치 감독에게 우선 투자권을 주면서 영화계 유명 인사를 모았습니다. 마윈이 알리잉예의 주도권을 자신과 친분을 쌓아온 배우들에게 위임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간 알리잉예는 한국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사들에도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왔습니다. 월트디즈니, 파라마운트픽쳐스,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셜스튜디오 등이 포함돼 있죠. 최근 디즈니와 제휴한 뒤 디즈니의 콘텐츠를 모바일 기기로 구독할 수 있는 ‘디즈니 라이프 서비스’를 중국 내에 열기도 했습니다.

정리하면 해외 엔터 기업과의 제휴 목적은 이들이 중국 시장으로 진출할 길을 열어주는 것보다는, 알리바바 엔터 산업의 성장을 위한 수단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알리바바의 입장에서는 355억원이라는 소액(?)으로 한국 최고의 엔터 기업의 알짜 정보를 접할 기회를 얻은 셈이죠. 엔터 이외 분야의 인수 전략에도 이러한 의도가 녹아져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배운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미국 시장 진입 전략을 위해 온라인 커머스 업체인 제트닷컴, 증강현실의 매직 립, 자동차 예약 업체인 리프트의 지분을 인수했고, 그 연장선에서 그루폰의 지분을 사들입니다. 기사에 언급된 길 루리아 웨드부시 시큐리티 애널리스트의 멘트를 아래와 같이 인용했습니다.

“그들(알리바바)은 알리바바만으로 무언가를 하기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회사에 투자를 함으로써 배우고, 자사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일견 타당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전에도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가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 아래와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있는데요.

“글로벌 비즈니스를 한다고 해서 글로벌 기업이라 말할 수 없다. 글로벌 기업 철학과 문화, 비전, 인재 등이 갖춰진 기업이어야 한다.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 문제를 이해함으로써 그 시장의 생태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기업이 글로벌 기업이다.”

알리바바의 글로벌 비즈니스는 단순히 해외에 지사를 세우고, 외국인들이나 외국 내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외에 지사를 세운다기보다는 연락사무소를 세우고, 현지 파트너들과의 공고한 협력을 통해 사업을 진행합니다. 특히, 알리바바는 한 번 맺은 파트너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하죠.

6년 전 타오바오 한국관 사업을 알리바바와 함께 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의 제안을 받은 대기업들이 겉으로는 한다고 하고 뒤로는 타오바오와 직접 계약을 하려는 일이 발생하곤 했는데요. 그때면 타오바오 담당자가 직접 전화를 해줍니다. 그러고는 ‘너네 한국 기업들 만날 때 조심해야겠어. 걱정하지마 우리는 너희랑만 일할 거야’라고 조언을 해줬죠.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그룹의 1순위는 고객, 2순위는 셀러와 저희같은 파트너사, 3순위는 직원, 4순위는 주주라는 가치를 천명한 뒤 전사적으로 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아이씨비 같은 작은 기업이 알리바바의 사업을 계속할 수 있던 비결도 여기에 있었죠. – 이한용 아이씨비 대표

알리바바가 해외 기업들의 지분 전체를 인수하지 않고 일의 자리 수 비율로 인수하는 이유는 이러한 철학과 연계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윈이 글로벌 전략을 말할 때 빼놓지 않는 인물이 하나 있습니다. 몽골의 징기스칸입니다.

뉴건성(멍뉴 그룹 회장)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몽고는 위대합니다. 저 많은 땅을 빼앗고도 그 땅의 자산은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토지는 그가 원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징기스칸은 전략에 있어 선구안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각 지역에 아이들에게 몽고반점을 찍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DNA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그의 전략이었지요. 아시아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몽고반점을 갖고 태어납니다. 징기스칸의 후손들이지요”라고요. 우스운 이야기지요?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징기스칸이 생각했던 DNA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징기스칸. 출처 플리커 https://flic.kr/p/881CvH
징기스칸. 출처 플리커 https://flic.kr/p/881CvH

이에 따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소규모 지분 인수 역시 다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몽고반점과 같이 지분 인수를 통해 알리바바의 흔적을 해외 기업에 남긴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알리바바가 해외 시장을 이해하는 창으로 이들 기업의 정보와 경험을 활용할 것입니다. 텐센트가 카카오에 720억 원 투자한 뒤, 벤치마킹해 중국 내 게임 퍼블리싱 생태계를 만들었던 전례도 있습니다.

알리바바의 글로벌 기업 소규모 지분 인수에는 마윈 회장이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 DNA의 연장선으로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알리바바와 제휴를 했다고 중국 사업 진출과 직결된다는 측면보다는, 알리바바가 소액의 수업료를 내고 이들 해외 기업들을 활용할 여지가 상당히 많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죠.

어쩌면 알리바바라는 브랜드로 인해 정작 알리바바의 입장보다는 피인수 기업의 입장만 고려한 것이 아닐지 돌이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fbcomments url=”https://s3.ap-northeast-2.amazonaws.com/mobiinsidecontent/index.php/2016/02/18/sm-groupon-alibaba/”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