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한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정리한 내용을 모비인사이드에서 편집,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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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urtesy of kinkeadtech.com (Cord-cutting ERA is coming)

한국과는 먼 이야기 코드 커팅(Cord-cutting), 스키니 번들도 못 막아

‘코드 커팅’ 이야기에 앞서, 코드 커팅을 설명을 해야겠지요. 코드 커팅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미국의 유료 방송(케이블 TV, 위성방송)의 비싼 요금제(월평균 $104, 2016년 기준)에 염증을 느끼고 서비스를 끊는(코드를 끊는) 트렌드를 말합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그리고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무료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청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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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는 다르게 2011년 이후 미국 유료 방송은 지속적으로 가입자가 줄고 있습니다.

2015년 Q3, Q4 에 1%가 넘는 가입자 감소에 유료 방송 사업자들이 들고 나온 궁여지책 카드는 ‘스키니 번들(Skinny Bundle, 미국은 번들이라는 미명 아래 보지도 않는 채널들이 묶여 있습니다)’이었습니다.

1000개 가까이 되는 케이블 채널을 보는데 $100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지만, 미국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보는 채널은 20여 개도 안되거든요. 한국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르지 않지만, 비용 자체가 비교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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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PTV사업자인 버라이즌이 내놓은 커스텀TV, 스키니 번들 패키지로 작년 4월에 나왔습니다.

컴캐스트(스트림TV를 내놓았지만, 지상파 단독이라 스키니 번들이라 부르기 힘듭니다. 모바일과 웹만 지원합니다)를 제외한 업체들이 너도 나도 내놓았습니다. 2015년 Q2부터 내놓았고 하반기부터 가입자들로부터 반응이 나올 것으로 봤었습니다. 심지어 올해 Q1에는 코드 커팅(유료 방송을 끊는 것)의 속도가 줄고 있다고 했습니다. 스키니 번들을 도입한 사업자들이 생각이 옳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Q2 실적이 공개되면서, 결국 Q2까지 약 1년간 85만 명의 가입자가 줄어들면서 ‘이 큰 트렌드는 막을 수 없는 것이었나?’라는 생각이 다시 들게 됐습니다.

“고객은 야비하고, 악마 같은 케이블 회사들이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것이 필요 없습니다. 그들은 이제 더 나은 딜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스티브 백(코드 커팅 트렌드를 조사한 CG42의 임원)

그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월 평균 유료 방송에 고객들이 지불하는 비용이 월 $104, 년간 $1,248입니다. 앞으로 1년간 80만 명이 더 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연간 손실 금액이 $1B(약 1조 2천억원)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그만큼의 고객이 빠지는데 방법이 없는 것이죠. 오히려 스키니 번들은 고객들의 ARPU (Average Revenue Per User)만 줄어드는 효과만 가져오는 꼴이 되었습니다.

케이블은 연간 13.6%까지 빠지고 있지만, 지난 Q2에서 30만 명 빠지는 것으로 선방을 했습니다. 사실 컴캐스트가 대단히 선방을 했기 때문에 선방을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컴캐스트(미국 1위 케이블 사업자), 고객 서비스에 근본적인 개선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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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casts는 16년 Q1부터 확연하게 개선된 케이블 TV 가입자 수 (Video – 보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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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업자들이 엑스피니티 (Xfinity)를 따라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컴캐스트는 자사의 플랫폼인 엑스피니티에 더 투자를 하고, 스마트홈(Smart Home)과 같은 서비스를 추가하여 고객들에게 번들링을 더 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미국의 대표적인 시큐리티 홈 서비스 회사인 ADT와 경쟁하여 유일하게 미국에서 통신 사업자로는 의미있는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작년 5월에 이미 50만명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6%의 가구들이 스마트 홈 서비스를 이미 쓰고 있다고 합니다. 57%가 관심 있어 하는 것에 비하면 적은 페네트레이션입니다만, 여전히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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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캐스트의 스마트홈 시스템, 보안쪽에 초점이 맞혀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본적인 서비스 개선에 작년 10월 3억 불(약 33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고객과의 서비스 약속을 지키는 것에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죠. 여전히 욕은 먹고 있지만, 가입자 해지율이 적어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속 터지는 고객들이 있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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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캐스트가 2015년부터 강력하게 투자한 음성 명령 리모컨, 시각 장애자들을 위한 서비스에도 초점을 맞추었다.

컴캐스트의 음성인식 리모컨은 ‘Siri(시리)’처럼 개인 비서 기능은 없지만, 시각 장애인들이 쓰기에도 전혀 무리 없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2015년 5월 INTX에서 새로운 리모컨 설루션 발표) 노인과 어린아이까지 찾고자 하는 콘텐츠를 가장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어 있는 서비스도 컴캐스트가 되었습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명령 서비스 광고로 에미상까지 받았었던 사실은 알고 계신가요?)

https://youtu.be/ZU7NU_fsaSU

아마존과 번들링을 통해 이제는 투명한 프라이스 플랜을 제공합니다.(2016년 3월 시작) 케이블 업계 최초로 아마존 케이블 스토어에서 인터넷, 케이블, 전화 모두 숨겨진 조건/가격 없이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이메일로 홈페이지에서 받는 프로모션은 숨겨진 가격이 너무 많아서, 고객들이 1~2년 후 분노를 하곤 하지요. 아마존에서는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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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 쇼핑 하듯이 인터넷, TV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낮은 평점이 걸리긴 합니다만.

일주일 단위로 서비스를 쓰고 싶다고요? 프리페이드 서비스를 이용해 보세요. 원하실 때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16년 7월 출시) 다소 복잡하지만, 인터넷, TV 등도 사용할 때만 사용 가능해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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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비 $160만 지불할 수 있다면야.. 7일에 $15이 비싼 가격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콘텐츠 측면에서는 넷플릭스와 서비스 융합이 올 연말에 예정되어 있고, Short Form(짧은) 콘텐츠 서비스인 왓쳐블(Wachable) 용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가을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컴캐스트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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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캐스트도 독점 컨텐츠가 생긴다 / The Courtesy of Hwang Je-sun

2020년엔 인터넷으로 모든 서비스를 보낼 준비를, 디렉 TV (DirecTV)

위성은 ‘AT&T’의 경우 ‘DirecTV Now’가 안착되기 전까지는 가입자를 DirecTV 위성 서비스로 돌리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기존 AT&T의 IPTV 서비스인 유버스(U-Verse)를 리셋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AT&T는 합병된 디렉티비에 가입자를 몰아주고 있습니다. 지난 12개월 동안 91만 명의 가입자를 유버스에서 디렉티비로 이관을 시켰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위성의 방송 커버리지가 더 넓고 안정적이고, 가입자를 이관하면서 IPTV의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디렉티비의 가입자들이 증가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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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지불하는 고가의 대여비는 갖다 버리자. 하지만 이리 저항이 심하니?

AT&T의 행보는 미 연방 통신 위원회(FCC)에서 주장하고 있는 Ditch the Box(Unlock the Box – 방송사업자가 제공하는 셋톱을 통일하거나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셋탑박스에 쉽게 올릴 수 있게 오픈을 하라는 FCC가 주창하고 있는 제안)가 일부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료 방송 사업자들의 서비스를 모두 앱(App)으로 돌릴 수 있게 개방하여, 로쿠(Roku), 파이어 TV(FireTV), 크롬캐스트(Chromecast)와 같은 일반 셋탑박스(Retail Set Top Box)에서도 서비스를 볼 수 있게 하라는 것인데, 위성 방송은 기술적으로 로쿠나 파이어 TV, 크롬캐스트에서 구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디렉티비의 보조 셋톱(미국은 한 집에 여려 대의 TV가 있기 때문에 메인 셋톱에서 보조 셋톱으로 보내는 구성이 일반적임) 지니(Genie)를 앱으로 구성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메인 셋톱은 대체하기 힘듭니다.

지니는 이미 16년 삼성 스마트 TV, 15년 엘지 스마트 TV 등을 통해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불가능한 부분은 아닙니다. 반면에 케이블 TV는 구현이 쉬운 상태라 많은 반대를 하고 있고 앱으로 구현했을 경우 슬링 TV, Playstation Vue, SFN TV Now, Cellon TV와 같은 인터넷 TV와 경쟁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연말 혹은 내년에 훌루 라이브, 유튜브 언플러그드와 같은 기존 OTT 서비스들도 실시간 방송을 들고 나올 예정이라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 기반 TV 서비스들보다 케이블 TV나 위성 TV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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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생각되는 디렉티비나우(DirecTV Now)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렉티비나우는 미국 내에서 기대가 큽니다. 디렉티비가 모바일/커낵티드 TV로 가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디렉티비만의 독점 콘텐츠인 선데이 나잇 티켓과 같은 미국 프로미식축구 서비스들을 가지고 OTT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죠. 오랜 파트너였던 HBO와 같은 서비스들도 패키지에 포함하여 가장 공격적인 가격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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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AT&T DirecTV의 Fullcsreen (월 $4.99)

그리고 오랫동안 왜 저런 걸 투자할까 의심하게 했던 오터미디어(Otter Media)의 MPN 플랫폼이자 전 세계 내로라하는 오리지널 크리에이터들의 플랫폼인 풀스크린, 글로벌 최고의 애니메이션 플랫폼인 크런치 롤, 그리고 따로 준비하고 있던 OTT 서비스 등도 모두 디렉티비나우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게다가 디렉티비나우의 뒤에는 미국 1위 무선사업자가 된 AT&T가 있으니 기대해 볼만합니다. 모바일 인터넷 TV 번들 시장이 열릴지도 모릅니다.

QoS(Quality of Service – 서비스의 품질)가 보장된 모바일 인터넷 TV 시장이 열리는 것이지요.

디쉬의 고민은 슬링 TV와 디쉬 모두, 어찌하오리까

그럼에도 위성 영역에서는 많은 가입자가 줄고 있는 것은 ‘디쉬 TV(Dish TV)’ 때문입니다. 인터넷 TV로 2015년 1월 야심 차게 시작한 ‘슬링 TV(Sling TV)’의 가입자가 대부분 ‘디쉬(Dish)’의 가입자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터넷 번들링이 강력하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 TV와 같은 서비스나 다른 유료 방송 서비스의 조건에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디렉티비처럼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것도 아니고, 든든한 텔코 사업자가 뒤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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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광 인터넷 통신사 프론티어에서 디쉬 서비스 가입이 됩니다.

디쉬는 인터넷 서비스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VOD에 QoS가 보장이 안됩니다.

2015년 Q1 기준 14백만 가입자였던 디쉬는 이제 13백만 가입자도 장담 못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면, 슬링 TV는 드라마틱한 가입자를 확보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상파가 없던 프라임 케이블 TV 서비스, 본격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힘든 상황입니다.

참고로 Sling TV 가입자는 76만4천명이라고 합니다. 여전히 1백만 가입자에는 못 미칩니다.

인터넷 TV 시대에 컴캐스트와 디렉티비가 살아남지 않을까?

FCC는 Ditch the Box (Unlock the Box) 법안 확정 투표를 딜레이 하겠다고 9월 30일 발표했습니다.

이래저래 케이블 TV에게는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오늘 언급하지 않았던 차터(타임워너 케이블, 브라이트 하우스 인수), 콕스, 케이블비전과 같은 케이블 회사들에게는 악몽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도 없었고, 말 그대로 던전으로 간다면 인터넷 TV 시대를 가속화해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길을 가려는 컴캐스트 (텔코 사업자의 길을 가려고도 하고 있습니다.), AT&T를 통해 강력한 인터넷 TV 플랫폼을 만들려는 디렉 TV는 한 번 더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코드 커터들에게도 컴패니언에게도 사랑받는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에게는 좋은 징조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대가 바뀌고 있고, 변하지 않는 사업자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10년 전 미래 IPTV 리포트를 보면, 지금 주도하고 미디어 서비스 회사들이 전혀 다른 것처럼,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1조원의 돈이 아깝습니까? 100조원 시장이 다른 누군가에게 갈 수 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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