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마다 들여보는 SNS에서 광고들이 제멋대로 쏟아진다. 출근 길에는 나도 모르게 허공에 보이는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의 배너들을 읽고 있는 걸 발견할 때가 많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그리고 지천으로 널린 광고를 접하다보면 무감각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차고 넘치는 광고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에게
기업들은 이제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할까?

NBA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즈의 공동 구단주 ‘Peter Gruber’는 서비스나 제품의 타겟을 ‘소비자’라고 명하는 대신 ‘사용자’라고 이야기한다. 대중들이 광고의 타겟이 됐음을 알아채면 ‘한 번 설득할테면 해봐’라는 마음가짐으로 지갑을 닫게 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기존 마케팅 방식을 고집하다보면 오히려 대중들에게 외면 받기 일수다. 이로인해 최근 기업의 마케팅은 홍보와 판매적인 성격을 버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감성과 문화로 풀어가고 있다.

‘You are what you read/eat/buy…’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소비를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다.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무엇을 먹고 있는지, 어떤 걸 샀는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세대들이기에 좀 더 톡톡 튀거나, 감성적이거나, 감각적인 콘텐츠를 선호하고 이는 소비로 이어진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가 기부되는 ‘TOMS’, 커피 한 잔에 커피 나무 한 그루가 심어지는 ‘스타벅스’ 등은 스토리에 기반한 마케팅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처럼 색다른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사례를 정리했다.

(1) 29CM의 사물의 시선

사진을 누르면 상품 상세 페이지로 넘어간다
사진을 누르면 상품 상세 페이지로 넘어간다 출처: 29CM 블로그

온라인 셀렉트샵 29CM는 블로그 한 켠에 ‘사물의 시선’이라는 코너를 만들었다. 의자, 쇼파 등 사람이 아닌 사물의 일상을 말하는 픽션이다. 2013년 2월에 시작하여 2년 5개월간 연재됐으며, 그동안의 내용을 엮은 도서는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셀렉트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남들과 다르고 싶은’ 욕구가 기반에 깔려있다. 조금 비싸더라도 이 제품은 어떻게 다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한지 등을 고려해 상품을 구매한다.

29CM는 ‘앞서가면 피곤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e-commerce 너무 쪽으로만 치우쳐져 있다. 똑같은 느낌이 정도다. 다르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지만, 성공하려면 달라야한다’고 답했다.

29CM의 ‘사물의 시선’은 상품에 다가가는 방식에 차이점을 두고, 똑같은 느낌을 거부하고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셀렉트샵 이용자들의 마음을 잘 소화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겠다.

(2) 샤넬코믹스

image: vogue korea
image: vogue korea

‘샤넬(Chanel)’은 11월 22일부터 ‘Vogue Korea’에 6주에 걸쳐 웹툰 ‘잃어버린 시간’을 싣고 있다. 이 웹툰은 샤넬의 시계 Chanel J12 Watch가 범죄사건의 유일한 실마리가 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클래식함’을 추구해야할 것 같은 샤넬과 웹툰의 조합은 어색해보이지만, 웹툰이라는 콘텐츠로 ‘밀레니어 세대’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로 보면 그 어색함이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최근 명품 시장의 규모는 하락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더 이상 명품을 고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의 경우 그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이미지 때문에 디지털로 전환이 더딘 편이였는데, 샤넬코믹스는 샤넬이 디지털 세대 문화에 맞추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한국 대기업들도 디지털 환경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은 꾸준히 웹드라마를 제작하고 있고, 현대카드에서는 자체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다.

(3) 이슬 라이브

가수들이 포장마차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술 잔 앞에서 이별 노래를 부르는 가수, 얼굴이 빨개진 채로 소주 병에 숟가락을 꽂고 노래를 하는 영상을 보면 실연을 당했을 때의 내 모습같기도 하고, 친구들과 거나하게 취했을 때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당장 포장마차에 가서 얼큰한 국물에 소주를 먹고 싶은 기분이 든다.

처음 이 동영상을 접했을 때, 단순히 연예인들의 일상을 촬영한 영상인 줄 알았지만, 참이슬 PPL(Product placement)의 일부였다.

참이슬이 진행한 캠페인 영상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온라인 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대로 같은 PPL이지만, 어떤 상황도 맥락도 없이 제품을 홍보해서 뭇매를 맞는 경우도 있다.

PPL은 콘텐츠에 맞게 잘 섞여들어가야 제 효과를 본다. 제품만 원샷에 잡거나, 의도적으로 기능을 홍보하기 위해 콘텐츠의 맥락을 끊어놓을 경우 시청자들은, ‘다 된 프로그램에, ***(제품명) 뿌리기’라며 광고에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screenshot-2016-12-08-at-19-29-46
출처:http://stylogue.co.kr/220877156358

(4) 멕시카나 광고 

mexi
출처: 멕시카나 트위터 캡쳐

왼쪽의 꼬마의 낙서같은 그림이 멕시카나의 실제 전단지다. 멕시카나는 맛, 가격 등 상품이 갖는 특성을 부각시킨 것이 아니라, 자녀를 둔 아버지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실제로 멕시카나 점주의 조카가 그린 그림을 전단지 아이디어로 활용한 것인데, 일상의 사소한 것도 잘 활용하면 ‘신박한 마케팅’이라는 평을 듣는 콘텐츠로 탈바꿈 할 수 있다.

트위터에서의 반응
트위터에서의 반응

몇 해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마케팅의 트랜드 중의 한 갈래는 브랜디드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 네이티브 마케팅 등으로 노골적인 광고 방법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말하지만 콘텐츠 자체만 보더라도 시청자가 즐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커머스의 세계는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어떤 재미와 콘텐츠로 사람들의 이목을 사고 지갑을 열게 할 지 앞으로 나올 신선한 마케팅 콘텐츠의 사례가 기대된다.

88x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