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스타에디터 규리네님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어느 게임에나 비윤리적인 행위를 서슴치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는 일명 막피(Player Killer, PK)라고, 아무 플레이어나 죽이는 걸 일삼는 자들도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초보존에서 학살을 벌이며 자신을 과시하고, 트롤링(상대방을 괴롭히면서 얻는 관심을 즐기는 것)같은 고의적인 비매너 행위를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게임을 즐길 방식이 얼마든지 있지만 굳이 비매너 행위를 되풀이하며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왜 그들은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지 못하고 타인에게 악의적인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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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획득이란 단순 이익의 차원 ?

일부 게임의 경우(보통 성인등급의 게임들) 캐릭터 사망시에 일부 아이템을 확률적으로 떨어뜨리는데, 이를 습득하기 위해 학살을 일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사이익이 없는 게임에서도 악의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어, 단순히 이런 이유만으로 막피나 트롤링 같은 행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여 단순 물리적 원인이 아닌 심리적인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1.익명성

이 익명성은 개인의 책임감을 약화시키며 상대에 대한 공감능력을 저하시킨다. 만약 누가 누구인지 명백하게 드러나고, 직접 얼굴 맞댄 상황에서 그와 같은 악의적인 행동을 마음껏 해보라고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아닐 것이다. 어디까지나 모니터 뒤에서 하는 일이기에 자신의 공격욕구를 마음껏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2. 심리적 저항

심리적 저항이란 금지된 것에 소유욕을 가지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하지말라고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심리다. 시사용어로는 칼리굴라 효과(Caligula effect)가 있다.

사회적으로 금기시 하는 것, 터부시 하는 것들을 행함으로써 쾌감을 갖는 인간의 청개구리 심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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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리굴라

1979년 미국 보스턴에서 칼리굴라 황제의 생애를 그린 영화 <칼리굴라>를 선정성 등의 이유로 상영을 금지하자, 오히려 영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이 이후로 영화제목을 따 칼리굴라 효과라고 불리우게 되었다.

3. 스릴

사람은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 오는 성공을 더욱 높게 평가하고 더 큰 희열을 느낀다. 헌데 뻔한 몬스터 사냥과는 달리 PvP는 (Player VS Player, 플레이어간의 대결) 직접 해보지 않는 이상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PvP를 할 때의 예측할 수 없는 전투 양상, 여기서 오는 스릴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 스릴만으론 게임 속 반복적인 악의적 행위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공식적으로 플레이어간 대결이 가능한 PvP 시스템이 있음에도, 여전히 악의적인 행위를, 그것도 반복적으로 일삼는 플레이어가 있기 때문이다.

4. 자존심 고취

사람은 항상 타인과 자신을 비교한다. 상대가 어떤 장비를 갖추었는지 상대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비교하고 싶은 심리를 바탕으로 상대보다 내가 더 강하다는 우월감을 느끼고, 나의 실력을 과시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자존심을 고양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단순히 익명성 보장, 사회적 금기, 자존심 고취의 이유만으로 고의적으로 악의적 행동을 일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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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소드아트온라인> 中

 

성향1) 감각추구성향(sensation seeking)

감각추구성향이란 다양하고 신기하고 복잡한 감각과 경험을 추구하며, 이러한 경험을 얻기 위해 신체적, 사회적, 법적, 재정적인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높은 감각추구를 가진 고감각 추구자(high sensation seekers, HSS)들은 항상 새롭고 참신한 것을 추구한다. 자극적이고 신기하며 강렬한 자극과 경험을 선호하는데, 반면 싫증은 쉽게 내는 편이다.

감각추구 성향은 외향성과 충동성, 반사회성과 관련이 높다. 말했다시피 자극을 위해서라면 사회적ㆍ법적 위험 등을 기꺼이 감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감각 추구자들은 과제를 수행할 때도 마감 직전까지 의도적으로 과제를 곧잘 미루곤 한다. 유독 비뚤어진 방법으로 스릴을 추구한다면, 혹시 이런 감각추구성향을 갖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감각 추구 성향은 여러 중독 행동이나 위험 행동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스마트폰 중독도 그 중 하나다.

성향2) 자존감과 열등감

한편 정상적 경로가 아닌 비윤리적인 행위를 통해서 즐거움을 얻는다면 그 이면에 깔려있는 저하된 자존감과 열등감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먼저 열등감, 남들보다 뒤떨어졌다는 열등의식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약점이 폭로될 상황에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때문에 이를 무의식적ㆍ의식적으로 보상하려고 하는데, 어떤 이는 타인에 대한 악의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이를 통해 내면의 부족함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원인임에도 이같은 다른 행동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통제감에서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다. 통제감이란 자기 자신 및 환경을 통제하고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식능력이다. 만약 세상 모든 일이 내 뜻과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결정되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면 얼마나 화가 나고 또 우울하고 무기력하겠는가?

그래서 통제감을 상실한 사람은 자아개념과 자존심 또한 저하되어 있는데, 이로 인한 적대감과 공격성향을 자신안의 내면에 쏟아내는 사람은 무력감과 우울증에 빠지는 반면, 외부로 표출하는 사람은 자신보다 약한 대상에게 통제감을 발휘하여 자존심 고양이라는 극악한 희열을 느낀다.

이들에게 익명성이 보장되는 게임은 이러한 악의적인 행동을 나름 합법적인 선 안에서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현실에서는 타인에게 고분고분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잘 표출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모니터 너머의 주인공일 가능성이 많다. 흔히들 악의적인 플레이어들을 보고 ‘저런 못된 놈은 오히려 현실에선 힘도 못쓰는 못난이’라고들 하는데 이 같은 말이 괜한 말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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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학업 같은 어떠한 일들이 잘 풀리지 않고 있는 사람,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지만 이를 풀지 못하고 있는 등, 기타 등등 이유로 통제감을 상실한 사람들이 가상공간에서나마 자기마음대로 하고자 한 결과가 게임속 악의적인 행동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모든 것과는 별개로, 드물지만 실제로 성향 자체가 타인에게 감정이입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처럼 반사회적 성향을 지닌데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낮고, 불안 수준이 낮아 어지간한 일에는 별다른 자극을 받지 못하는 성격이라, 정상적인 경로로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보다 자극적이고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서야 그나마 흥미를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습관적 악의적인 행동을 줄일 수 있을까?

먼저 감각추구성향으로 인해 그같은 행동이 발현되었다면, 억압된 욕구를 적절하게 풀어낼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예를들면 암벽등반이나 스카이다이빙, 산악자전거 같은 각종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거나 공포게임, 대전게임 같은 긴박감 넘치는 종류의 게임들을 즐기는 것이다. 만약 자존감 저하와 열등감이 원인이 되었다면 낮아진 통제감과 자기효능감을 높일 필요성이 있겠다. 통제감과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지면관계상 따로 포스팅 하겠다.

혹 공감능력이 낮고 왠만해선 자극을 잘 받지 않는 성향으로 인해 게임 속에서 그같은 악의적인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라면 감각추구성향과 마찬가지로 이를 긍정적이고도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선 안에서 대체될 수 있는 다른 행위로 풀어내는 방법이 있다.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닌데, 실제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 기타 기업가, 정치인, 외과의사, 특수부대요원들 같은 사람들에게서도 그런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왠만한 일에도 두려움이 없고 목표를 위해서라면 완전히 몰입해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그와 같은 성향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기업가의 상당수가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 더턴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은 햇빛과 비슷하다. 너무 많이 받으면 위험하지만 적당히 조절하면 건강과 삶의 질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헌데 만약 애초에 그 게임을 하는 동기가 공격욕구를 해소하기 위함이었고, 그로 인해 악의적인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면 재고해볼 필요성이 있겠다.

비디오게임의 폭력성과 청소년의 폭력성간에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긴 하지만, (Christopher.2014.) 적어도 공격욕구 해소를 위해 온라인 게임을 할 경우 공격성이 높아질 수도 있으며 이는 게임에 몰입을 부르고 이 몰입이 다시 공격성을 자극한다는 연구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주지혁과 조영기.2007.)

따라서 게임과 폭력성에 관해선 보다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적어도 공격욕구 해소라는 동기를 갖고 악의적인 플레이를 반복하는 사람이라면 이같은 악의적인 행위가 현실에도 그대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자신을 위해서라도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행동교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 게임 속에서 왜 막피나 트롤링 같은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고찰해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혹 PK라는 행위를 ‘게임 내에서 가능하게 한 것 자체가 그 게임의 하나의 컨텐츠가 아니겠냐’며 막피를 옹호하고 합리화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다. 그러나 게임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그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일뿐이지, 타인에 대한 마구잡이 식의 악의적인 행동을 합법적으로 정당화하는 요소는 아니다. (물론 pk자체가 권장되는 게임이라면 논의에서 제외.)

아울러 모니터 안에서 벌어지는 가상공간에서의 일일뿐이지만 그 모니터 너머에는 진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여 주시길 바란다. 혹 익명성 뒤에 숨어 정상적인 방법이 있음에도 굳이 상식 외의 방법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자신안의 부족한 모습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며 그같은 악의적인 행동은 자신의 못난 모습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 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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