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퍼틸레인 고문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이미지: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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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임의 르네상스를 1기와 2기로 나누자면 <리니지>, <뮤>, <미르의전설2> 등의 한국형 MMORPG가 지배하던 2000~2005년까지를 전기.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프리스타일>,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오디션> 등의 캐주얼 게임이 전성기를 이루던 2005~2010년까지를 후기로 구분하고 싶다.

상기 언급한 게임들중에서 <리니지>는 여전히 엔씨의 든든한 캐시카우를 견인하고 있고 <서든어택>도 후속작들의 도전을 여유있게 뿌리치면서 잘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한국 게임이라는 명성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 핵심이다.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처럼 지금의 텐센트를 만들어준 그리고 여전히 연간 조 단위 매출을 내고 있는 게임도 있지만, 상기 언급한 게임들은 적어도 해당 쟝르에서 대단한 신드롬을 일으킨 게임들임은 분명하다. 오죽하면 게임은 시들해졌어도 해당 IP를 가지고 제2의 사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PC에서 모바일로 게임의 플랫폼이 바뀌면서 한국게임의 르네상스는 저물었다. 어찌보면 너무 급속도의 몰락에 가까웠다.

카카오톡에서 대박신화를 창조한 한국의 모바일 캐주얼인 <드레곤플라이트>, <윈드런너>, <아이러브커피>, <모두의마블> 등은 중국에서 실패했고 한국형 모바일 RPG로 큰 성공을 거두었던 <몬스터길들이기>, <헬로히어로>, <세븐나이츠>, <별이되어라>, <레이븐>, <블레이드> 등도 역시 중국에서 실패했거나 계약을 했음에도 서비스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텐센트, 넷이즈 같은 중국의 최상위권 퍼블리셔를 통해서 서비스 했음에도 실패한 성적이라 한국 게임업계의 충격은 컸다. 적어도 지금까지 한국에서 성공한 게임은 중국에서도 통한다는 성공방정식이 모바일 시대에 들어와 깨진 것이다.

여기에 2016년 지스타를 찾은 중국 바이어의 숫자가 급감했다. 당장 언론에서는 (이전에도 나왔던 이야기지만) 한국 모바일게임 무용론이 심각하게 대두되기 시작했고 업계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 들이기 시작했다. 이제 한국게임의 르네상스는 끝난 것이고 우리는 찬란했던 과거의 유산인 IP를 팔아서 연명하던가 혹은 중국자본의 종속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비관론이 적지 않게 나왔다.

이미지: Google Play 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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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런 것일까?

‘만약 한국게임의 르네상스 3기를 시작할 수 있다면 모바일 MMORPG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생각한다.

현재 중국시장을 지배하는 게임의 쟝르는 다양하지만 적어도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이저 퍼블리셔나 스튜디오들의 프로젝트는 거의 대부분 MMORPG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주류도 앞으로 MMORPG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PC 시절에도 그러했지만 모바일시대에도 게임의 끝판왕은 결국 MMORPG인 셈이다.

<왕자영요> 같은 AOS나 <음양사> 같은 수집형 RPG의 인기는 시장 전체 흐름의 변수는 될 수 있어도 상수는 되지 못한다. 유사한 쟝르의 신규 게임은 (또 만들지도 않겠지만) 그건 텐센트와 넷이즈였기에 가능한 성공이지 후발주자들이 쫒아가기에는 대세와 맞지 않는다. 아, 물론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면 여전히 캐주얼과 TD, ARPG도 가능하겠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는 것은 ‘르네상스’를 언급했듯 시장의 주류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문제는 MMORPG는 제작자체의 허들이 워낙에 높다. 과거 PC시절에도 네트웍의 발전과 PC하드웨어의 발전이 동시에 이뤄질 무렵 MMORPG의 제작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했다.

모바일 MMORPG도 지금까지는 무선네트웍과 모바일 디바이스의 태생적 성능적 한계와 디스플레이와 UX 등의 익숙하지 않았던 어려움 때문에 그동안 제작자체가 어려웠다면 이제는 그 허들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적 기반이 어느정도 갖춰졌고 이에 경험과 능력을 갖춘 선도적인 개발팀들이 그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 보여진다.

중국이 게임개발의 기술적 능력이 상당히 발전했고 여기에 숫자와 자본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통해 한국을 앞서 간다고 하지만, 그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물량과 부분 유료화의 BM에서는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코어한 게임제작능력이 한국의 그것보다 앞선다고는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개발의 툴은 시대에 맞춰 발전하지만, 역으로 툴이 발전하는 만큼 개발자들의 툴에 대한 의존성은 높아진다. 편견일 수 있지만, PC시절의 프로그래머와 모바일 시대 이후의 프로그래머들 사이에는 구조를 짜는 역량에서 깊이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여기에 기획의 영역인 게임 디자인은 캐주얼과 ARPG의 경우 스마트함과 창의성이 주력이지만, MMORPG의 경우는 세심한 전체 밸런싱까지 들여다 봐야 하는 양과 깊이까지 갖춰야 한다. 한 마디로 디자인도 어렵고 프로그래밍도 어렵고 최적화는 더더욱 어렵다.

실제 지스타 때 만나본 중국 메이저 퍼블리셔의 임원들은 ‘중국에서도 MMORPG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팀은 매우 드물다. 그나마 괜찮은 자원들은 텐센트, 넷이즈 등에서 인하우스로 데려갔기에 외부에서 그런 팀을 찾는 것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스타 B2B 관
지스타 B2B 관

그래서인지 놀랍게도 그들은 한국의 MMORPG를 찾고 있는 중이다. 지스타 B2B가 폭망이라고 우리는 실망했지만, 그들은 조용히 중국에서 찾기 힘든 (그리고 가성비 면에서도 헐씬 우수한) 한국형 MMORPG들을 찾고 있었다.

B2B관의 숫자가 적은 것은 지스타 자체의 정책적 이슈(내부적 문제)와 ‘CMGC’라는 중국모바일게임 컨퍼런스(외부적 문제)가 하필 그 시기에 겹쳐 분산되었다는 불운이 겹쳤을 뿐이다. 모든 현상을 단면이 아닌 여러 각도로 보면 필연적 이유가 있는 것이니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모두가 끝난 것이라고 평가하는 한국의 캐주얼 게임을 돈을 지불하고 사 가지고 간 회사도 있었다.

과거 한국게임의 르네상스 시절 한국에서 성공한 게임들은 중국에서 성공한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MMORPG를 제작하는 회사들이 있다면 부디 그런 자신감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도리어 중국의 대작을 흉내낸다고 유니크하고 코어한 우리들의 장점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참조는 할 만하다. <천녀유혼>, <주선> 등은 현재 중국 MMORPG가 어떤 식으로 나아가는지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굳이 1, 2위의 <텐센트>, <넷이즈>를 고집하기 보다 3위~10위권의 실력있는 회사들과 좋은 협력관계를 만들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것이 원오브뎀(one of them)이 되기보다 핵심 라인업에 근접하는 좀 더 확실한 방법이다.

샨다, 텐센트, 나인유, 더나인 등도 한국게임들을 핵심라인업으로 중국게임시장을 석권했던 회사들이다.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리니지 모바일을 포함해서 내년도에 나올 한국의 MMORPG들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부디 기대에 맞는 완성도와 시장에서의 성공이 수반되기를 바란다.

한국게임의 르네상스는 끝나지 않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모두들 행운이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