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정말 직원들을 동기부여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직원이 무엇으로 동기부여 받는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명확한 목표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환경 구축, 서로간의 신뢰 등은 많이 알려진 조건들이고 실제 필요하고 절실한 내용이지만 무형에 가까운 것을 유형의 제도로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직원을 동기부여 해야하는 불변하는 경영 철학과 위에서 말한 소프트한 조건들이 늘 잘 제공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이후의 제도들을 유지시키는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의도가 있다고 해도 조직은 커지면서 꼭 뜻이 같지 않은 많은 중간 관리자와 인사 담당자와 함께 하면서 현장을 움직이는 힘이 떨어지게 됩니다.

제가 기획자로 여러가지 전략 이니셔티브를 진행해 보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제시한 목표가 전혀 실행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프로젝트를 움직이는 기본 요건들인 아젠다 수립, 구체적 요구사항 정의, 스케쥴, R&R을 아무리 잘 해도 결국 이후 단계에서 자가 동력을 잃어버린 프로젝트는 결과까지 잘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 ‘자가 동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회사는 만들려고 했지만 사람이 어떤 것에 반응하는지 알지 못하면 그 요구는 잔소리 혹은 회사를 그만두는 원인으로 곧 바뀌고 맙니다.

Hand drawing Business Goals Chart with marker on transparent wipe board.
image source: gettyimagebank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 걸까요? 

회사 생활 하면서 소위 잘나가는 친구들은 이런 것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잘 보이면 그만이고 남들 구설수에 오르지만 않으면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으니 이런 회사에서는 이런 고민이 불필요할 것입니다. 어차피 잘 나가는 사람과 못 나가는 사람은 시작부터 남들 눈에도 다르게 보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회사에서도 비극은 존재 합니다. 이런 상황을 다 알지 못한 채 경영 시스템을 순진하게 믿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우리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KPI 수립부터 R&R을 정리하면서 파열음이 생깁니다. 성과가 날만한 것을 서로 하고 혼자의 힘으로 성과를 만들 수 없는 것은 대부분 하기 싫어하고 연관 부서에 떠 넘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 KPI가 매우 중요한 타의적 동력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게나 정하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실제로 목표를 수립하는 일에 들어가면은 서로 민감한 문제가 되어 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런 비극이 방치되고 부서간 정리되지 않은 역할과 책임의 문제로 시끌시끌한 회사에서 오히려 경영진이나 중간 관리자는 이 문제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정말 대충 정하거나 관심이 없습니다. 자기 자신의 승진과 평가에 관한 목표만 낮으면 그만이지 자신이 속한 부서나 직원들의 KPI 따위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이런 KPI의 관리는 웃기게도 기획자의 일이 되어버립니다. 채용 사이트에 많이 나와 있는 기획자 과업 중 하나인 ‘KPI 관리 / 수립 / 셋업 / 시스템 등등등’ 어떤 비슷한 이름들의 과업이 과연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말하자면 이런 일 말입니다. 전 직원 중에 KPI 달성율이 몇 %이고, 작년보다 달성율이 몇 % 올라갔다는 것을 책임지는 그런 역할이 기획자의 역할인 것처럼 통용되는 비극 말입니다. 이것은 엄연히 해당 부서의 팀장, 책임자가 받아들여야 할 숫자들인데도 KPI 이름만 나오면 모든 책임이 경영 기획자 혹은 전략 기획자 혹은 경영 관리팀의 일인양 대하는 경영자와 정치세력들이 있습니다.

전략 기획자의 역할은 오롯이 해당하는 업무에 적합한 KPI를 찾아서 균형잡힌 BSC를 만들어주면 되는 것입니다. 그 목표의 정도가 전사적 차원의 재무적 목적 성취나 연구 개발의 마일스톤을 이루기에 부족함 없이 달려왔는지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검증하고 역으로 세팅하면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하위 팀에서 성과와 무관한 KPI를 정하거나 전체적으로는 터무니 없는 부분적 KPI 값을 세팅하는 것은 참견하지 말라고 하면서 이후 KPI 달성율에만 책임을 씌우는 것은 마치 기획자 스스로의 KPI가 명확하지 않다고 느껴서 나오는 비극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전략 기획자 혹은 경영 기획자 스스로 사업의 방향이나 재무적 필요성, 그것을 이루기 위한 자원의 준비 상태를 볼 때 이 KPI를 하는 게 더 맞고 정도는 이 정도가 목표로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 사업부의 하위 업무인 B, C, D를 해서 나오는 성과가 A 사업부의 성과와 현격한 차이가 난다면 이것은 아예 A 사업부의 성과라는 것은 필요가 없거나 A 사업부에 바라는 회사의 메세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단위의 사업부는 하나의 허식에 불과합니다. 또한 연구 개발이나 시스템 인프라를 만드는 것도 장기적으로 많은 시간이 드는 데 비해 단기적으로 성과를 정의하는게 필요한 일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전체적인 시장의 아젠다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다면 어떤 연구기획을 해야하는지 알 수 없고 그 시점에 그 정도 역량 수준이 원가 경쟁력에서 승산이 있는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기획자가 실무를 잘 알아야 하는 이유는 당연한 것입니다.

KPI는 평가로 본질을 발휘한다 

KPI를 잘 정했다고 기획자의 고민이 사라지면 곤란합니다. 이 KPI를 어떻게 평가제도와 연결되게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합니다. 이것은 엄연히 HR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BSC(Balanced Score Card)의 차원에서 기획자가 함께 책임을 지지 않으면 조직은 분절되고 맙니다. KPI 평가의 가장 기초 단위의 크기와 평가의 목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절대 혹은 상대 평가의 방법과 보상까지 KPI는 평가까지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연결될 때 그 역할을 비로소 다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획자가 KPI의 표준 형식의 발굴에 그치고 이후 과정에 관심이 없다면 실무자들은 무엇에 반응하는지 모르는 일차원적인 업무만 할 수 있습니다.

KPI와 함께 실무자들이 반응을 보이는 것에는 장기적으로 조직 내 안정적인 위치가 있습니다. 안정적인 위치는 안정적인 평가와 평가가 주는 신뢰관계에 기초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평가가 흔들리면 직원들의 심리도 흔들립니다. 하물며 평가 제도가 자주 바뀌는 것은 더욱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어떤 취지에서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 평가 받는 사람과의 합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KPI를 나중에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평가할 공정한 방법이 있는 KPI인지가 처음에 함께 고려되지 않으면 KPI를 찾고 운영하는 일은 단순히 숫자놀음에 그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안정적인 사회 생활을 원하지만 그것은 개인과 조직이 계속 성장하는 경우에야 가능할 확률이 높습니다. KPI가 연속적인 방향을 나타내고 있지 않은 개인이나 팀은 계속적인 역량의 성장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성과의 양만을 드러내는 KPI는 BSC 차원에서 충분하지 못하고 역량의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이런 목표의 수립은 결국에는 해당하는 조직의 안정적인 포지셔닝을 유지시키기 어렵게 만듭니다. 직무와 산업의 미래 성장 방향을 준비할 수 없습니다.

체계와 아카이브 

이런 KPI의 다양한 효용은 기획자에게 해당 산업의 시계열적, 직능적 체계를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치 사전의 체계나 군사학의 무기 체계 같은 식의 산업을 구성하는 밸류 체인의 체계, 기술적 흐름의 순서 등을 알아야 함을 일컫습니다.

무기 체계의 발달은 ‘체계’를 설명하는데 더 없이 좋은 모델입니다. 병과가 나뉘어진 것부터 군수 물자가 나뉘어진 것은 오랜 시간 동안 가장 많은 돈을 들여서 핵심적인 고민이 집약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군대에서는 세상의 어느 조직보다도 교안의 정리나 병과의 정리가 딱딱하리만큼 잘 되어 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군대에서 잘 보지도 않는 교안이 차라리 있었으면 싶기도 합니다. 이런 교안은 기업의 기획자에게 필수적인 것입니다. 그것 자체가 KPI를 풀어 쓴 내용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 지식을 표준적 사이즈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최근의 많은 기업에서는 자체 아카이브를 만듭니다. 처음부터 100%를 갖추어 놓고 다 알 수가 없으니 ‘나무위키’ 같이 귀납적이지만 분류 체계를 만들어서 집단 지성으로 이것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체계를 스스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기존에 소수만 알고 있고 고민했지만, 모두가 영향을 받았던 문제들이 집단적 아카이브를 통해 상당 부분 해결이 되고 있습니다. 직무의 정의에 대한 생동적인 논의를 귀납적으로 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는데 직무의 정의는 막상 그 실상을 운영하면서 알게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것을 전사화 시키는게 아카이브의 역할입니다. 전사적으로 작은 작업의 단위들이 아카이브에 모여서 전사적인 체계가 스스로 될 수 있습니다. 주도적인 과업과 목표의 설정이 누구의 도움 없이도 기업 내부의 아카이브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가능합니다. 수시로 바뀌는 사업 환경에서 기존의 KPI를 혁신적인 것으로 대체하는 것도 이런 아카이브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시작은 공유 폴더나 위키백과를 흉내낸 포맷 혹은 이런 것을 도와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많이 시작합니다. 누구라도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개방성과 같은 카테고리를 묶어 주면서 계속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가변성, 업무 환경에 녹여낼 수 있는 호환성이 아카이브 유지 여부에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실제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기술적 다음 레벨을 준비하는 데 이런 방법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기술적 KPI에 대한 논의가 막막했던 것에서 이제는 구체성을 가지고 함께 같은 시각으로 누적된 데이터를 보면서 논의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KPI에 대한 토론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경영 지식의 성장을 가져옵니다. 나름의 체계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KPI와 BSC 셋업의 기술적 방법론은 많이 알지만, 경영의 적용에 대한 부분에서 오랜 기간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자체가 의식화 되지 않았고 실무자들의 토론과 같은 정반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전사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본 항공을 살린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본 항공의 경영 계획을 기존의 경영 관리부가 일괄적으로 작성하는 데서 실제 비행기 노선을 운영하는 직원들이 직접 이것을 고민해서 작성하게 하는 것으로 하나의 회생 방안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물론 습관이 없는 목표는 정신 승리 혹은 희망 고문에 불과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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