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머니라커 소속 중국 IT 칼럼니스트가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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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는 검색 엔진, 모바일 쇼핑, O2O 서비스, 언어 사전, 카메라 앱 등 개인의 관심 분야와 생활 습관에 따라 각양 각색의 앱들이 설치됩니다. 워낙 많은 앱이 설치되고 삭제되다 보니 그중에는 언제 다운로드했는지 모를 앱들이 존재하기도 하며 수십 가지의 앱이 설치됐다 하더라도 실제 사용 빈도가 높은 앱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럼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 빈도가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앱을 삭제하지 않고 방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로 앱의 설치를 아예 잊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벤트 등의 참여를 위해 앱을 설치했을 때 자주 발생합니다. 둘째로 앱 대체 수단의 부재로 인해 삭제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앱 설치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 및 저장 공간보다 삭제 시 겪게 되는 불편함이 더 크기 때문에 사용 빈도가 낮을지라도 앱을 삭제하지 않고 방치해두는 것입니다.

앱 대체 수단의 부재는 사용자의 앱 사용 습관뿐만 아니라 기업의 서비스 출시 준비 단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PC 시대에 겪던 불편함을 모바일 앱이 해결해줬으나 앱의 불편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 플랫폼 또는 서비스의 부재로 인해 서비스 출시 전 모바일 앱 개발은 필수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중국은 앱 개발을 서서히 줄여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용기로 이러는 걸까요?

왜 그들은 앱 개발을 꺼려하는가?

#돈과 시간의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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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규모가 커도 활용 가능한 자원에 제한이 있는데, 규모가 작은 회사는 오죽할까요?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모바일 앱을 개발하려면 10만 위안 ~ 50만 위안(한화 1,700만 원 ~ 8,50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창업자가 직접 앱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외주를 맡기거나 담당 팀을 꾸려 진행하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정적인 자원을 최대 효율로 활용하여 사업을 끌고 가야 하는 회사들에게 앱 개발에 사용되는 시간과 비용은 부담 그 자체입니다. 더군다나 앱 개발로 모든 게 끝나나요? 앱의 운영과 유지에 끊임없이 자원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유저 유입의 어려움

서비스가 아무리 혁신적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죠.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앱을 개발했고 운영에도 끊임없이 자원이 투입되지만 유저를 끌어들이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습니다. 유저 한 명을 끌어들이는데 약 10위안에 비용이 발생하니 돈을 써서 유저를 모으기도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웬만한 영역에는 알리바바, 텐센트에서 나온 대형 플랫폼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습니다. 두 공룡의 손이 아직 닿지 않은 영역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미 큰 플레이어들이 들어와있다면 이보다 절망적인 상황도 없죠.

Concept of attracting customers and clients to business. Hand holding magnet. Vector illustration in flat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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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초기에 앱을 개발하면 개발, 운영, 유지에 너무 많은 돈과 시간이 소모되게 됩니다. 그래서 중국기업 중에는 앱 개발을 서비스가 안정화된 뒤로 미루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일을 미루는 건 아닙니다. 그들이 감히 앱 개발을 미룰 수 있는 이유는 아래에 있습니다.

#대체 플랫폼의 출현

중국의 기업들이 앱 개발을 미룰 수 있는 이유는 한국에는 없는 대체 플랫폼(서비스)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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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챗은 메신저에서 O2O 서비스 플랫폼으로 변모하였고 이제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슈퍼 앱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습니다. 위챗 자체가 하나의 앱 스토어가 되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사용자는 앱을 개별적으로 다운해야할 번거로움이 사라지고 휴대폰 용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스마트폰 변경 시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일일이 재다운로드할 필요도 없습니다. 서비스 제공사인 개인 또는 기업은 앱 개발을 위한 투자 자본을 현저히 줄일 수 있습니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들은 존재하지만, 위챗과 같은 슈퍼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 유저들을 내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 이제는 슈퍼 앱(SUPER APP)의 시대

1월 9일, 샤오청쉬(小程序) 서비스가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앞다퉈 샤오청쉬를 차세대 서비스라 소개했고 기업들도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는 희망에 부풀었었죠.

하지만 서비스 오픈 후 지금까지 보여준 성적은 예상을 한참 밑돌고 있습니다. 이를 보고 사람들은 샤오청쉬가 차세대 서비스가 될 수 없다고 속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샤오청쉬로 인해 중국의 모바일 생태계는 분명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샤오청쉬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서비스의 완벽함을 이야기한 적은 없었습니다. 샤오청쉬는 여타 초기 서비스와 동일하게 아직은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많은 미완성 서비스입니다. 적은 비용을 통해 앱과 매우 유사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공중 계정과 연동하여 위챗 내에서 기업의 온전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서비스가 위챗에 귀속되고 지원 가능한 기능에 제한이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즉, 모바일 앱 대신 샤오청쉬를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안고 가야 할 부담과 리스크는 결코 0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샤오청쉬의 서비스로 완벽하게 앱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앱 개발을 미루는 게 아닙니다. 앱이 서비스 제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니라면 서비스가 안정되고 유저들을 조금 더 모은 뒤에 앱 개발을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뿐입니다.

서비스는 완벽하지 않지만 앱을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 또는 서비스가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의 차이는 분명히 큽니다. 기업과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한 뒤 앱 개발 진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소비자는 자신의 서비스 사용 빈도 또는 습관에 따라 앱 설치 여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앱 만들었는데 나 어떡하지?

샤오청쉬 개발과 앱 개발을 두고 고민을 했으나 여전히 앱 개발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실제로 앱을 개발했다면 홍보가 필요하겠죠?

#바이두 지식백과(百科) 등록

BAT(Baidu, Alibaba, Tencent)로 불리며 중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던 바이두가 비록 추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바이두는 여전히 중국 최대의 검색 엔진입니다. 사용률이 높은 검색 플랫폼에 서비스 관련 정보를 올려두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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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라면 서비스 출시와 동시에 세간의 주목을 받겠지만, 회사의 인지도가 높지 않으면 일반 유저들은 서비스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중국 기업들은 유저에게 서비스가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가 출시되면 우선 바이두 지식 백과를 등록합니다. 지식백과는 서비스의 우수성이 아닌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무엇인지, 우리의 서비스로 당신의 어떤 불편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작성됩니다.

#웨이보(微博) 계정 개설

웨이보는 중국의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입니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와 비슷한 구성을 갖고 있으며 전문 콘텐츠보다는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들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콘텐츠 제작에 대한 요구가 위챗 공중 계정에 비해 현저히 낮아 운영 부담이 낮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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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웨이보 계정을 개설하는 이유는 서비스 노출이 가능한 채널의 확보 및 유저와의 쌍방향적인 소통을 위함인데요. 웨이보를 통한 마케팅의 효가가 좋아 계정을 개설한다기보다는 어차피 운영 부담도 적으니 개설해서 나쁠 건 없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간혹 웨이보 계정의 많은 팔로워 수를 중국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보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웨이보는 실제 소비 전환이 가능한 유저들의 수가 전체 유저 중 극히 일부라 팔로워 수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1인 미디어 및 콘텐츠 플랫폼 활용

2016년은 유료 콘텐츠 플랫폼의 원년이라 불리던 해였죠. 16년 한 해 동안 즈후(知乎), 궈커(果壳), 히말라야FM(喜马拉雅FM), 더다오(得到)와 같은 여러 유료 콘텐츠 플랫폼이 등장했고 이 플랫폼들은 모두 유료 콘텐츠 영역을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유료 지식 콘텐츠가 붐을 일으키며 콘텐츠 플랫폼도 기업의 마케팅 채널로 떠올랐습니다. 서비스 분야에 권위가 높은 플랫폼에 전문적인 글을 작성 또는 요청하고 콘텐츠를 통해 유저를 끌어모읍니다. 직접 콘텐츠를 작성하는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은 콘텐츠 플랫폼의 규제가 엄격하다는 건데요.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콘텐츠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광고 글을 작성하면 콘텐츠 삭제와 함께 경고를 받고 경고가 누적되면 계정이 정지를 당합니다. 일정 이상의 전문적인 콘텐츠 작성이 가능해야 하고 대놓고 홍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콘텐츠 자체 제작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가능하기만 하다면 전문성을 기반으로 실제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다수의 진성 유저를 획득할 수 있죠.

중국에서는 바이두, 웨이보, 콘텐츠 플랫폼, 언론 매체 등을 포함하여 사업 분야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평균적으로 100~200개 이상의 채널을 통해 마케팅을 진행합니다. 광고는 너무 당연한 거라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광고와 관련해서 딱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겁니다. 다들 위챗 내의 파워 공중 계정들이 등장하며 공중 계정을 통한 홍보가 많이 진행된다는 걸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얼마를 상상하든 광고 단가는 그 이상일 겁니다.

예전에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앱을 개발한 뒤 서비스를 시작했다면 지금은 대체 서비스를 활용하여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고 유저를 획득한 뒤 대중화가 되면 앱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벼운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여 부담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죠.

중국에서 앱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닙니다. 비즈니스 모델에 따른 선택입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계획하시고 계신 분이라면 무작정 앱을 만들고 홍보 방법을 고민할 게 아니라 앱이 정말 필요한지부터 고민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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