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유야, 건설되고 있는 건물의 갯수를 보면 한 나라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알 수 있어. 인도네시아는 앞으로 기회가 많을 것 같다. 나중에 해외에서 일할 경험이 있으면 이런 곳에서 일해봐. 좋은 경험이 될 거야.”

10 년 전인 2008 년, 한국의 한 증권사에서 일하던 최재유 과장은 상사와 함께 인도네시아에 출장을 왔다. 그 당시 자카르타에 건설되고 있는 수 많은 빌딩을 보며 상사가 던진 한 마디는 그의 현재 커리어에 디딤돌이 되었다. 증권사를 떠나 외국계 전략 컨설팅에서 근무한 후  미국 MBA 를 수료 중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다가 상사의 말이 불현듯 머리에 떠오른 것이다.  지속적으로 신흥 시장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린 끝에 인도네시아에 있는 사모펀드에 취업이 되어 MBA를 마치자마자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EV Hive의 최재유 대표

그가 인도네시아에 정착한 지 만 5년이 되가는 지금은 약 200 개의 기업 2,000여 명이 입주해있는 동남아 최대 규모의 코워킹 스페이스 EV Hive 의 공동 대표이자 Chief Strategy Officer로 근무 중이다. EV Hive는 인도네시아에서 총 12개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12개월 동안 18배 정도 규모로 성장했다고 한다.

현재 인도네시아 시장은 한국인에게 기회의 땅이라는데… 2015년 80평 규모로 설립되었던 소규모 코워킹 스페이스를 인도네시아를 넘어, 동남아 최대 규모로 성장시킨 최재유 공동 대표를 통해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도네시아,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가 필요

인도네시아 중심가 지역은 임대료가 정말 비쌉니다. 비싼 곳은 평당 한 10 만원 정도하지요. 게다가 인도네시아에서는 계약을 할 때 전체 임대 기간의 임대료 20~30%를 현금으로 미리 내야 합니다. 임대 보증금이죠. 평당 가격도 높은데, 현금으로 보증금을 내야 하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겐 많이 부담스러운 부분입니다.”

“회의실이나 탕비실은 항상 사용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코워킹 스페이스에 입주하면 이런 공간들은 임대료를 내지 않고 공용으로 사용하다 보니 임대료가 낮아지죠. 공유할 공간은 공유하고, 필요한 업무 공간 만큼만 임대하니 임대료를 불필요하게 많이 내지 않아도 됩니다. 저희는 쓸데 없이 비싼 보증금도 받지 않아 부담도 덜 하구요. 또한 창업자들이나 소규모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네트워킹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EV Hive 입주자가 2,000명 정도 되다 보니 이벤트가 굉장히 많이 열려요. 매일 저희 공간에서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고 보시면 되요. 이번주만 해도 15개 정도 이벤트가 열리고 있어요. 인도네시아는 인프라가 부족해 교통 체증으로 인해 이동도 힘든데,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용하면 한 공간에서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또한, 멤버가 되면 저희가 운영하고 있는 12개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코워킹 데스크에서 일을 할수 있어요. 일종의 헬스클럽 회원권과도 비슷하죠.”

“요즘에는 한국에서 찾아 오시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인도네시아 진출 시장 조사때문에 오셨다가 단기 오피스가 필요했는데 때마침 저희 이야기를 듣고 찾아오셨다고 해요. 그분들한테는 이곳 입주자들이랑도 친해지면서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높이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으니 일석이조인 셈이죠.”

EV Hive

비싼 임대료, 네트워킹의 부족, 불편한 교통 상황이라는 고객들의 가려운 부분들을 코워킹 스페이스가 긁어주고 있는 셈. 이 덕분에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재 코워킹 스페이스도 핫한 분야라고 한다. 이처럼 아직 발달되지 못한 생활 인프라로 인해 하이테크보다는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스타트업이면 인도네시아에선 성장할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2013년 인도네시아에 처음 왔을때만 해도 비가 오기만 하면 한시간 동안 택시를 잡을 수도 없었고, 택시 타고 외식하려고 해도 이동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고젝이나 그랩 덕분에 이동도 훨씬 수월해졌다. 고젝을 통해 음식 배달은 물론 청소 업체도 부를 수 있어 삶의 질이 확실히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결제 시스템을 개선시킬 수 있는 핀테크도 각광받고 있고, 인재를 매칭해주는 HR 관련 스타트업들의 등장도 증가하고 있다.

성장률은 한국 2 배, 하지만 인프라와 인재가 부족 

“인도네시아의 GDP 성장률은 5~6%입니다. (한국의 경우 2.8%의 성장률) 출산율도 한국의 2배 이상이죠. 연 5백만명 신생아가 태어난다고 해요. 매년 근접 국가인 싱가포르 인구수만큼이나 신생아가 태어나고 있는거니 엄청난거죠. 평균 연령도 29세 정도로 젊어요. 휴대폰 보급률과 은행 계좌 보유율만 봐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입니다.”

그의 말처럼 인도네시아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연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5 년도엔 6,000 만 명 언저리던 스마트폰 가입자가 2018 년이면 1 억 명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30%에 불과했던 은행계좌 보유율도 증가하고 있어 모바일 뱅킹, 보험, 금융 등 다양한 연관 산업군도 따라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에도 약점이 있는데, 바로 여전히 부족한 인프라와 좋은 인력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곳 스타트업 생태계에 가장 큰 장벽은 여전히 인프라의 부족인 것 같습니다. 예로,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스타트업들이 생기고 있지만 필요한 인프라가 그 발전 속도를 따라가질 못하고 있어요.  한 예로, 인도네시아 모바일과 온라인 커머스는 회원수가 빠르게 증가해도 실제 구매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곳이에요. 불안정한 온라인 페이먼트 시스템과 물류 시설이 열악한 것들이 이유 중 하나죠. 두 번째는 인재 확보입니다. 인력마다 퍼포먼스에 있어서 차이가 상당합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인들과 일해 본 한국인의 만족감이 극으로 다를 때가 있어요. 괜찮은 인력을 찾기가 어렵다보니 사람 찾다가 시간은 가고 그나마 뽑은 직원들도 마음에 안들면 다시 또 찾아야하니 회사가 성장할 타이밍을 놓치게 되죠. 저희가 작년 한해 동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유능한 직원들이 하나의 비전으로 똘똘 뭉쳐 함께 달려왔기 때문에 가능했던거 같아요.

또 오시기 전 진출하려는 분야와 관련된 규제, 인력,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실수요자는 충분히 있는지 다양한 부분에서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어요. 무엇보다도 인도네시아는 긴 인내심을 갖고 접근해야하는 시장입니다. “

시장의 커나가고 있다고 모든 사업이 다 성공할 수는 없는 법. 현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것을 선제로, 인도네시아에서 실패한 다른 외국기업(국내기업)의 사례를 고민 해야 한다고 한다. 최재유 대표가 만 5 년간 거주하면서 얻은 ‘인도네시아에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한 인사이트를 알아보았다.

한국 창업가, 인도네시아에 들어가기 전 주의 해야 할 점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스타일을 빨리 잘 이해하는게 중요한거 같아요.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문화 차이를 제 경험을 토대로 하나 꼽자면, ‘빨리빨리’문화입니다. 한국은 경쟁이 치열하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다 보니 일을 진행할 때 ‘빨리빨리’ 문화가 강합니다. 동시에 꼼꼼하게 과정도 챙겨야 하죠. 스트레스가 엄청납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에요. 한국에서 일하다 온 분들은 아주 답답해하는 부분이죠. 인도네시아는 야근문화도 많지 않고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굉장히 낙천적이에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위기감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인도네시아에 처음 오자마자 1년만에 환율이 달러대비 40%가량 하락했어요. 제 기억으로는 2008년 리먼 사태 때 한국은 환율이 하락하자 소비도 상당히 위축되고 눈에 보일 정도로 사람들이 외식도 잘 안하고 그랬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곳은 2013-2014년 환율이 급락하고 있을 때 저희 집 주변 음식점들은 눈에 띌 정도의 큰 타격을 받는거 같지 않아 보였어요. 상황이 정말 안좋을 때였던거 같은데 사람들 생활에서는 티가 잘 안나더라구요”

“다혈질인 사람들도 많이 못봤어요. 여기선 차가 항상 막히는데도 길을 막는 오토바이나 차량 운전자들에게 소리 지르는 것도 잘 보질 못했네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화내는 걸 이해 못한다고 해요. 그래서 직원에게 소리지르거나 하면 그 직원이 그 다음날 바로 퇴사하거나, 그 상사를 모두 야만인(?)처럼 본다고 하죠. 직원을 야단을 칠때도 순화해서 잘 설명해야 해요. 혼자서는 회사를 성장시킬 수 없고 결국 팀원들이 잘 따라와야 되자나요. 그만큼 여기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이끌어 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거 같습니다.”

인력이 상향 평준화된 한국인에게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곳 인도네시아. 10 년전 최재유 대표가 가늠했던 시장 가능성은 아직도 유효하다.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시장을 잘 파악한다면 한국인이 고젝, 토코피디아를 이을 유니콘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