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만난 스타트업 대표님과 ‘기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그동안 여러 번의 창업과 EXIT, 그리고 실패를 겪으면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기회’를 잘 잡아야 그 수혜가 돌아가는 것 같다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그 대표님이 처음 실패를 겪게 된 것도 기회를 잡지 못해서였다고 했다. 아이템을 보고 십 수억에 달하는 투자 제안이 들어왔는데 자기 아이템에 대한 강한 확신으로 그 정도의 투자 금액은 작은 규모라고 판단을 했던 것이었다. 제안을 거절한 후로 아이템은 점점 고도화되고 서비스를 앞두고 있었지만 정작 서비스 출시를 앞둔 시점에 자금이 막혀서 서비스를 접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첫 실패를 겪은 후 두 번째 창업에선 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투자자를 열심히 찾으려 다녔다고 한다. 소액의 투자자라도 귀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IR 활동을 했지만, 막상 투자를 받으려고 하니 투자자들이 아이템을 그렇게 좋게 보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템을 설명할 기회를 한 번 갖는 것이 그렇게 어렵더라는 것이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처럼 막상 내가 필요할 때 찾으려니 기회가 돌아오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두 번째 창업에서도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사업을 진행하다가 중도에 중단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 창업에선 다행히 개인투자자를 만나 안정적으로 사업을 성사시키고 EXIT를 했다고 말했지만 네 번째 창업인 이번에는 또 기회를 잡지 못할까 봐 걱정부터 앞선다고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는 대표님이었다.

나도 스타트업에서 잠시 일할 때 한 번의 기회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 서비스가 정착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은 맨파워에만 의존해야 하는 시점이었고 그런 스타트업에게 찾아온 기회는 한 줄기 빛과도 같은 것이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고객을 만나고, 계약을 연결시키고. 과정이 어렵고 힘들긴 했지만 기회 끝에 얻어낸 계약의 달콤함은 그 어떤 것보다도 신성했다.

한 번의 기회를 계약으로 얻어내다 보니 그다음 기회, 그리고 그다음, 다음을 계속 찾고 갈구하게 되었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고 끊임없이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짯다. 하루에서 이틀로, 그리고 일주일이 넘어가면서 반복된 고민 끝에 시도한 여러 마케팅, 홍보 방법은 생각보다 그리 유효하진 못했다.

DM 발송, SNS 마케팅, 전화영업. 모든 것이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데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이었다. 문제점을 찾고 방법을 바꾸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고. 끊임없는 수정 끝에 다시 시도한 마케팅도 홍보도 그리고 프로모션도 기회를 가져다주진 못했다.

반복적인 실패를 겪게 되자 한 번의 ‘기회’가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기회는 누가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닌 기회 자체를 만드는 것이 어쩌면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 말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 기초적인 마케팅이나 홍보는 유지하되 굳이 무리하게 비용을 써가며 남들이 답습하는 마케팅 방법을 그대로 복사하진 않았다. 우리가 잡으려는 그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활동 자체를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고객님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세요’가 아니라 ‘우리는 고객을 만나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이다.

노력하다 보면 노력한 결과물이 유명해져서 기회가 오는 경우도 있지만 노력하는 과정 때문에 오히려 ‘기회’가 생기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한순간에 스타가 되고, 우연히 연을 맺는 기업과의 거래로 인해 기업이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그런 드라마와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원한다기보다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기회를 더욱더 보람 있게 생각한다.

열심히 홍보해서 얻게 된 매출 성장.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뒤에 얻게 되는 고객의 좋은 후기. 한순간에 찾아온, 어쩌면 영원히 없을지도 모를 행운과 같은 기회에 목숨을 걸기보다는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그래서 얻게 된 기회를 통해 더욱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은 사람도, 기업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은 사실 기회를 얻으려고 불철주야 노력하는 기업 중의 하나이지만 많은 스타트업은 성공적인 신화에 기대어 한순간에 혜성처럼 떨어지는 행운, 기회를 얻으려고 생각한다. 누가 투자를 받았다고 하면 자신에게도 그런 좋은 기회가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투자자를 만날 기회를 가지려고 한다기보다 그런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제품을 더 좋게 만들고 더 좋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 더욱더 복잡한 수익모델을 만든다. 기회가 왔을 때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주 매력적으로 보여야 할 테니까.

제품이나 서비스가 완성되고 괄목할 만한 매출 성장이 이루어진 다음에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모든 투자자는 완성된 제품이나 서비스에만 투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의 시각은 완성’된’ 제품이나 서비스에도 관심을 갖지만 앞으로 완성’될’ 제품이나 서비스에도 관심을 둔다. 굳이 완성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매력에 베팅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양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갖추려는 노력만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스타트업이라면 투자받을 기회를 얻기 위해 ‘기회’ 자체를 얻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기획과 방향에 대한 면밀한 준비가 완료되었다면 투자를 받기 위한 기회를 잡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네트워킹을 하고 PR활동을 하고 투자심사역과 관계를 맺고 꾸준히 문을 두드려야 한다.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이 곧 ‘기회’가 되기 때문에 투자심사역을 만나기 위한 기회를 얻기 위한 활동이 곧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영업도 마찬가지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이 곧 제품을 유명하게 만들기도 한다. 광고대행 스타트업 빅픽처팀의 SNS는 우리가 마케팅이나 홍보를 잘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완성된 영상 광고물을 통해 제품을 이렇게 잘 판매하도록 에이전시 역할을 잘 한다고도 하지만 그런 영상물을 만들기 위한 메이킹 과정, 그리고 영상물을 만들어 가는 기업의 이야기, 스토리 라인의 게시물을 통해 더욱 가시적인 효과를 많이 얻어낸다.

암환우를 대상으로 한 뷰티케어 스타트업 유어 웰컴도 마찬가지다. 감동을 주는 영상 광고물, 기업을 알리기 위한 홍보 활동들도 기회를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만 여러 SNS 활동에서 알 수 있는 내용은 펀딩을 유치하는 활동, 활동한 모습을 담은 사진, 그리고 그런 활동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이 더욱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회를 얻기 위한 활동이 ‘기회’가 될 수 있다. 과거에는 기회를 얻기 위한 활동과 그 결과에만 중요성을 부가했다면 최근에는 활동 자체가 가져다주는 기회에도 포커스를 많이 맞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펀딩에 성공하여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회’를 잡고 싶은 스타트업이 펀딩을 위한 활동을 통해 투자도  받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된다면 더욱 좋은 일이니까, 기업의 활동에서는 기회를 얻기 위한 활동이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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