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나눌 수 있어야 기획의 눈을 가지게 된다 

 

몇 년 전부터 겨울이 되면 길거리에 롱패딩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불과 몇 년 만의 일이죠. 사실 이렇게 겨울에 롱패딩이 대세가 된 적은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덕분에 아웃도어룩의 쇠퇴로 부진한 실적을 보였던 패션 회사들이 오랜만에 실적 개선을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롱패딩만 밀고 있지는 않습니다. 숏패딩도 새로 주력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죠. 오히려 롱패딩은 진부한 것이 되었고 너무 많은 물량은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트렌드가 가장 민감한 패션 업계에서는 새로운 유행을 만들고 새로운 것이 없다면 지난 유행을 약간 바꾸어 다시 유행으로 만들어갑니다. 패션업의 가장 큰 고민은 집에 있는 옷 말고 새로운 옷을 사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청바지가 유행하다가 다시 면바지가 유행을 타고 다시 청바지로 바뀌는 것이나, 청바지도 핏이 바뀌고 핏별로 잘 어울리는 신발의 종류도 같이 바뀌는 것도 패션 회사들이 만들어내는 유행입니다.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몇 년간 메가 트렌드였던 룩을 서서히 소멸시키고 새로운 유형의 룩을 앞에 내세워 고객이 집에 옷장을 열고 많이 걸린 옷을 보며 ‘입을 옷이 없다’는 말을 내뱉게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이런 현상이 패션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한된 유형을 소비하는 시장에서는 비슷한 원리로 트렌드가 순환합니다. 아이돌 그룹부터 스낵, 음료, 화장품 등 빠르게 바뀌고 있는 소비재 시장이 그렇죠. 이미 시장에 유행했던 것이 다시 돌아오고 그것은 쓰는 제품 뿐 아니라 제품과 얽힌 문화까지 다시 부활시키며 산업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산업에서 일하는 기획자는 전체 시장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시장의 제품 혹은 현재 트렌드가 얼마나 갈지 예측하고 다음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 역량에 해당합니다.

 

‘시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는
어떤 기획을 하든 중요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시장을 보는 관점이니까요.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사업을 어떻게 기획할 수 있는지
처음부터 달라지게 됩니다.

 

자동차 시장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자동차를 많이 사용해보지 않았다면 보이는 스펙으로 일정한 범위를 나누어 시장을 구분하는 게 간편하고 명확합니다. 1000cc, 1600cc, 2000cc 이런 식으로 말이죠. 혹은 몇 명이 탈 수 있느냐에 따라 2인승, 4인승, 7인승 등으로 나누기도 하겠죠.

하지만 이런 접근은 자동차를 쓰고 있고 다음에 어떤 자동차를 고를지 고민하는 고객에게는 충분치 않은 구분법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 자동차 모델 포트폴리오에 실패한 브랜드 사례로 많이 나오는 것이 이런 이야기죠. 북미 시장에서 자동차가 활황일 때 너무 많은 모델이 한 브랜드에 혼재되어 있었습니다. 배기량별로 가격별로 너무 많은 모델들이 있었고 같은 회사에서 몇 개의 브랜드로 서로 얽혀 있었기 때문에 한 회사의 다른 브랜드끼리 서로 매출에 영향을 주는 소위 ‘팀킬(team-kill)’이 벌어지고 있었죠. 그래서 회사에서는 어떤 브랜드의 어떤 모델을 없앨지 자원 최적화를 고민합니다.

결국 쉽고 기계적으로 할 수 있는 배기량과 가격에 따라 회사 내 브랜드를 정리하고 모델도 일부 단종시키고 특화 시키죠. 하지만 구조조정 후에도 별다른 실적 반등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원인은 고객이 자동차 시장을 구분하는 기준이 단순히 배기량이 아닌 각 자동차 브랜드마다 생각하는 이미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에는 어떤 브랜드가 어울린다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죠.

 

 

시장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가는
곧 고객의 관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입니다.

 

기획 실무에서 하는 많은 실수는 시장의 보통 소비자가 되지 못해 고객의 생활에서 시장을 보지 못하고 숫자와 스팩으로만 나누려고 시도하는 데 있죠. 그것은 활자 이상의 의미를 주지 못합니다. 초반 스마트폰 시장을 구분할 때 사람들은 단순히 카메라 화소와 디스플레이 품질, 하드웨어의 처리 속도 등에 중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래서 광고에서 강조된 것이 카메라 품질이나 음질의 차이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만이 시장을 규정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화질이 탁월하고 음질이 최상위권에 속하는 스마트폰 브랜드 중에서도 실적으로 고전하는 브랜드가 나오고, 그런 하드웨어 스팩보다는 터치감이나 어플리케이션의 차별성, 디자인 등이 좋은 브랜드가 선택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기준이 다르니 접근이 다르고 결과도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럼 시장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고 보아야 할까요? 기획을 하면서 사업 계획이나 시장 조사, 투자, 내부 분석에 이르기까지 시장을 구분하는 일은 흔하게 벌어집니다. 다음에 하나씩 나열하는 제가 경험했던 사례들을 보시면서 시장 구분 방법을 어떨 때는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판매 채널이나 가격으로 구분한다

시장은 결국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과 가격을 우선시 하는 고객으로 나눠질 것이라는 프레임은 경영학을 배운 분이라면 기본적으로 머릿 속에 탑재되어 있을 겁니다. 전자는 브랜드 선호 혹은 브랜드에 상관없이 디자인과 성능을 중요시 하는 얼리어답터이며 가심비를 생각하는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있는 고객이라고 추정하죠. 후자의 고객은 합리성, 가성비를 최우선에 두고 조금이라도 싼 스마트 쇼핑을 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어떤 품목은 품질을, 어떤 아이템은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서로 조금씩 다르다고 생각하죠.

이 고전적인 프레임은 오늘날에도 가장 강력한 시장 구분 방법 중 하나로 쓰입니다. 회원 멤버십을 운영하는 리테일러(retailer)들은 고객의 등급이나 고객군을 구분할 때 외부에서 고객 금융 정보를 구하거나 소비 이력을 확보해서 고객 취향의 바로미터로 쓰고 있죠. 그래서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이나 가격 중심으로 클래스가 구분되어 있는 판매 채널은 시장을 손쉽게 구분하는 강력한 기준이 되어왔습니다. 사실 별로 어려울 것이 없으면서 비교적 정확하게 대부분 고객의 인식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아울렛에서 여러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에서 브랜드를 정리하고 신규 성장 동력을 찾는 작업을 한다고 합시다. 회사에서는 어느 브랜드가 고객에게 가장 놓은 평판을 얻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고 고급스럽다 혹은 품질이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브랜드가 무엇이 있을지 힘들게 찾고 있습니다. 고객 설문도 하고 포커스 그룹 인터뷰도 하면서 여러 브랜드 중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고객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회사가 기존에 생각하던 프레임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다 비슷한 아울렛 브랜드 아니에요?” 고객 대부분은 제한 없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대부분 했습니다. 굳이 이것과 저것 중 뭐가 더 좋냐는 억지스러운 질문 보다 주관식에 가까운 질문을 고객에게 던졌을 때 고객이 평소 생각하던 본심이 나온 셈이죠.

회사는 브랜드 중 뭔가 하나를 더하고 덜할 좁은 관점으로 고객을 만났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은 더 큰 프레임으로 시장을 보고 그 중 몇 개인 이 브랜드들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죠. 결국 역량을 바탕으로 다른 포지션의 브랜드를 준비하는 편이 더 나았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에 갇혀서 시장을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가 좁을 수 있습니다. 시장의 모든 채널과 가격대를 다 훑는 작업은 현재의 시장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가격의 범위나 중위 가격, 최빈 가격 등 고객이 브랜드를 인식하는 상징적인 가격은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판매 채널도 고객이 이용하는 시간대에 따라 묶여서 정의될 수 있습니다. 주중 낮, 출퇴근 시, 주말에 혼자 혹은 가족들과 이용하느냐에 따라 판매 채널도 다르게 묶일 수 있는 것이죠.

 

2. 도달 거리로 구분한다

상권을 구분하는 것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는 기업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일입니다. 온라인의 시대에서도 고객 체험을 위한 공간을 오프라인 어디에 만드느냐는 수익을 떠나서도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습니다. 체험관이든 주유소든 카페든 상권을 잘 구분하면 상권 분석을 시작할 수 있고 권역 내 유동 인구수나 거주자의 특징을 토대로 상권의 프로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상권 구분 방법은 행정 권역에 따른 것입니다. 지금도 통계청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아주 담백하게 행정 구역 단위로 모든 데이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주거나 상권 같이 행정 구역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 것 역시 이런 데이터로 밖에 볼 수 없는 한계도 보여줍니다. 우리가 잘 아는 판교나 위례, 광교 등의 신도시는 단순히 하나의 행정 구역 내에 있지 않습니다. 여러 시군구와 동들이 서로 모여서 하나의 생활권역을 만들고 있죠. 강남역 상권이나 홍대, 경리단길 등의 상권도 그렇습니다. 행정 구역 단위의 데이터는 정확한 시장 구분을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유동 인구나 소비의 히트맵이 활용됩니다.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이 있지만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히트맵을 만들 데이터가 부족하다면 중심지를 지정하고 교통수단으로 몇 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를 선으로 연결하여 마치 구불구불한 등고선처럼 잇는 것도 방법입니다.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하거나 자동차 전용도로가 있다면 단순히 반경 몇 킬로미터 이내보다는 더 길게 뻗어 있는 먼 지역도 해당 상권에 들어올 것입니다. GIS 데이터를 활용한 기업 내부의 대시보드들은 이런 조건을 감안하여 제작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고객 도달 기준의 시장 구분법을 SNS에 적용하기도 합니다. 광고 수단의 핵심이 되어버린 모바일 환경에서 광고 컨텐츠가 얼마나 멀리 퍼져 나가고 퍼져 나간 내용이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졌느냐는 중요한 KPI가 되고 있습니다. 무형의 매체 속에서 전달 범위를 어떻게 그릴 수 있느냐가 오프라인의 상권 구분과 같은 생각 속에서 고안되고 있습니다.

 

3. 고객 단위 구매 패턴을 보고 구분한다

사실 사람들이 기존에 나눈 카테고리는 몇몇이 만든 의도일 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죠. 저는 몇 년간 고객의 소비를 분석하면서 공급자의 의도대로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는 케이스들을 보아왔습니다.

 

가령 유아동 시장과 청소년 시장을 의도적으로 분리하거나 싱글과 한 자녀 가정의 소비가 차별화 될 거라고 염두에 두고 만든 상품들이 좋은 사례입니다. 실제 그 연령대의 자녀가 있는 가정이나 자녀의 수가 정확하게 데이터로 있는 것을 분석해보면 성인복에 해당되는 것을 청소년이 구매하고 컨셉이 너무 뚜렷해서 초등학교 저학년이 구매할 것 같은 브랜드를 곧 중학교 갈 친구들이 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은 제대로 된 분석이 없으면 모를 일입니다. 그저 자신만의 기준으로 비교대상을 잡고 시장을 보는 눈을 스스로 닫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클러스터링 분석이나 상관 분석 등을 통해 실제 팔리고 있는 카테고리들이 의도에 맞게 고객에게 전달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분석으로 시장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운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실제 쓸 만한 기본적인 도구는 엑셀의 데이터 분석 툴에 대부분 들어 있습니다. 처리 속도의 문제라면 직접 오픈소스인 Python이나 R 등을 이용해서 분석할 수도 있죠.

중요한 것은 정말 고객 관점의 시장 구분 프레임을 내가 갖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클러스터링을 해보면 꼭 내가 생각한 기준으로 그룹이 묶이지 않는 경우를 봅니다. 나는 이 브랜드들을 가격으로 나누었지만, 실제 한 고객이 구매한 내역을 묶어서 여러 고객들의 패턴을 찾아보면 디자인 컨셉에 따라 브랜드가 묶이는 등 생각지도 못한 고객의 선택 기준을 알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있다면 오히려 잘된 기회죠.

 

4. 고객 일상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우리의 일상은 몇 개의 모니터로 정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하루를 지내면서 텔레비전이든 휴대전화든 노트북이든 혹 지하철 모니터든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디바이스는 몇 개로 한정 지을 수 있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무심히 살다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흠칫 놀라는 이유는 이런 식으로 규정할 수도 있다는 신선함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 사업 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것과 다르게 시장을 나누고 사업의 진로를 발견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접근이 가능한 것은 고객의 일상을 기준으로 무엇이 고객에게 중요한 이벤트이고 정보의 입출입을 만드는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이 고객 관찰을 위해 고객의 집에 몇 일씩 함께 지내면서 고객이 소비하는 습관을 찾는 사례는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고객이 어떤 의도에서 구매를 결심하게 되고 실제 사고 난 후에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제품의 프로모션의 방향이나 신제품 계획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알수록 기계적인 구분은 점점 사라지고 시장은 다른 프레임으로 보일 것입니다. 모든 시간을 시와 분으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하듯이 말이죠.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고객 구매 데이터 분석은 이런 이해를 돕습니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브랜드는 매월 단위로 행사를 하던 브랜드가 고객의 매장 방문 주기를 파악해서 방문 주기별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전체 프로모션 일정을 수정합니다. 고객이 많이 구매하는 시기와 전혀 구매가 없는 시기에 무엇을 보고 있고 어디를 가는지도 알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고객의 삶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는 더 이상 추상적이고 연역적인 문제만은 아닙니다.

 

5. 역사적 사례로 구분한다

시장을 구분한다는 것은 시장에 무엇이 있는지 다 알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앞서 예로 든 구분 기준들은 단순히 현재 관점에서의 시간 단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전체를 모르는 상황에서 접근해가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과거부터 시장에 있었던 내용들을 정리해 나가면 트렌드의 순환에 따라 시장에 어떤 컨텐츠들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패션 업계의 상품 기획 분야에서 유명한 어느 분은 과거 30년 이상의 유행했던 룩을 정리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의 거리 착장 사진부터 어떤 브랜드가 유명했고 핏과 주요 아이템은 어떤 것이 대세였는지 정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걸로 유행이 어떤 패턴으로 오고 가고 돌아오는지 정리를 했는데 어떤 아이템은 몇 년을 유행하고 어떤 것은 어떤 것 뒤에 오는 것이 정리되어 다음 유행의 패턴을 알 수 있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강연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관계를 떠나 접근 방법과 현상이 정확하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주류와 비주류가 있겠지만 시장은 물리적, 기술적으로 제한된 재화 속에 끊임 없는 차별성을 드러내게끔 강요 받고 있습니다. 항상 신기술을 통한 새로운 컨텐츠가 나올 수 없다면 결국 트렌드는 순환하게 되어 있고 일정한 패턴을 보이게 됩니다. 다루는 산업이 이런 유행을 잘 타는 것일수록 과거로부터의 정리가 한 번은 필요합니다.

 

6. 비즈니스 모델로 구분한다

앞서 예를 든 시장 구분법이 철저히 소비자의 인식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라면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구분은 공급자의 입장입니다. 그리고 사업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정리하는 방법이죠. 실제 실무를 하면서 고객의 입장만큼이나 사업 모델에 대해 많이 보고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나면 어떤 구조로 돈을 벌고 있는지 산업 내의 기업들을 리서치 해보고 모델을 정리하는 게 사업 기획을 할 때 도움이 됩니다. 국내에 있는 것은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에 있는 것이 많기에 현지인처럼 알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휴가도 그런 국가로 가서 실제 소비해보면서 아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겉으로 볼 때는 같은 사업 같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움직이는 것이 참 많습니다. 어떤 회사는 생산 과정을 오래 전부터 잡아서 원가를 낮추는 대신 튀지 않는 상품을 싸게 파는가 하면 같은 산업 내 다른 기업은 공정을 줄여 원가는 높지만 지금 필요한 기술을 빨리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수익 구조 자체가 다르겠죠. 모바일 앱으로 같은 화면을 보여주지만 어떤 회사는 광고로 돈을 벌고 다른 곳은 중개수수료로 돈을 벌기도 합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기업들이 실제 돈을 버는 방법이 무엇인지 구글링 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실적이 보이면 요즘은 인터뷰도 많이 하고 강연도 하고 책도 많기에 의지만 있다면 비즈니스 모델 하는 것이 생각보다는 쉽습니다.

기획을 하면서 가장 이상적인 순간을 생각한다면 트렌드에 맞는 신규 사업이 기존 사업보다 더 좋은 수익 구조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특히 소비자의 트렌드를 알 수 있다면 보다 원가가 저렴한 것을 최신 유행으로 내세워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시장을 구분하는 정확한 눈을 가지고 있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몇 년 전에 트레이닝 복이 대유행 하면서 기존에 무심히 청바지를 입고 밖에 나왔던 사람들을 스포티 룩, 혹은 요가 룩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현대 사회의 트렌드가 보다 기능성 의류를 원하게 된 것도 있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같은 도시 생활을 하고 있는데 굳이 과거와 다르게 더 탄성이 좋은 옷차림으로 변화가 필요할까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사실 요가복을 입고 집에서 트레이닝 센터까지 오갈 수는 있어도 굳이 요가복을 입고 시내를 활보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죠.

시계 바늘을 불과 몇 년 전으로 되돌리면 ‘아웃도어 룩’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등산을 가는 것도 아닌데 지하철을 타면 많은 어른들이 등산복을 풀 착장 하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때였죠. 과거에 면과 울 소재의 옷을 입었던 사람들이 폴리에스테르 등 인공적으로 만든 원단의 옷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그 정도 시기를 전후해서 유니클로도 ‘히트텍’이나 ‘후리스’ 등 가공소재를 천연소재 제품보다 앞세워 하나의 룩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가공소재의 특징 중 하나는 천연소재에 비해 소비자 가격 대비 원가가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실제 같은 트레이닝 복을 만들어도 면으로 만든 것과 가공소재로 만든 것은 원가 차이가 꽤 납니다. 예를 들어 저렴한 ‘츄리닝 바지’를 비슷한 두께로 면으로 된 것과 폴리에스테르로 된 것으로 만들면 면으로 된 것은 제품 가격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중반대에 이르기도 하지만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것은 20% 중반대 밖에 안되는 것도 있습니다. 물론 보풀이 나지 않도록 필링 처리까지 잘 하고 소재에 기능이 강화된 가공소재는 면 소재 못지 않은 원가율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 먹으면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소재의 퀄리티가 제한적인 천연소재의 면이 아니라 가공소재인 폴리에스테르입니다. 당연히 트레이닝 복의 유행이 더 좋은 수입원을 기업에 만들어 준 셈입니다.

 

이런 기획이 가능한 데는 소비자의 생활 습관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예측한 데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걸 먼저 시작했고 나머지 공급자가 따라 가면서 시장은 만들어졌습니다. 시장을 나눌 수 있는 프레임은 예측 가능한 시장의 모습을 만들고 기획안을 그것을 옮겨 보고서로 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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