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로써 Return on invested capital, 투하자본수익

 

 

관리지표로 등장한 ROIC

 

매출 대비 얼마나 이익이 나오는지 손익계산서에 쓰인 영업이익율이나 순이익율은 가장 기본적인 최종 성과지표로 오랜 시간 각광받아 왔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이익의 질이 매력적인 기업인지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하고 자금 조달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오직 이익을 늘리는 일이 집중하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M&A가 기업 성장의 정도로 불리던 90년대를 지나면서 이익을 마련하는데 들어간 자본 비용을 계산하는 것이 투자자뿐 아니라 기업 관리 영역에서도 중요한 지표가 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ROIC입니다.

ROIC는 쉽게 말해 투하된 자본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을 거두느냐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세후 영업이익을 영업용 순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세후 영업이익은 영업이익에서 법인세를 제외한 금액을 말하고, 영업용 순자산 혹은 영업 투하자본은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유형자산, 기타 영업과 관련된 자산을 더한 다음 매입채무 등을 제외한 금액으로 볼 수 있습니다. 높은 ROIC, 영업 관점에서 투하 대비 이익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결국 영업하는 데 들어가는 자본을 줄이든지 들어간 자본으로 높은 영업이익율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지 두 가지 방법이 크게 존재합니다. 모두 기업 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활동들이죠.

 

효율성 게임

 

ROIC가 최종 성과 지표로 각광받기 시작하면 효율성의 게임이 가속화됩니다. 돈 들어갔는데 이익이 안 나오는 자산에 대해서는 인내하지 않습니다. 소위 말하는 비효율 자산 매각이 대표적입니다. 영업 채널에 묶인 돈을 회수해서 높은 효율을 내고 있는 영업망에 돈을 더 붓는 것이죠. 대부분의 경우 그릇된 의사결정에서 급하게 투자된 자본이 만든 적자구조를 바꿀 수 있는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끓는 냄비 안에 졸여지는 경우죠. 기업이 계속하는 것만 하는 것으로 새로운 사업에 눈 돌릴 수 없고 갈라파고스 섬에 남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마존(Amazon.com)의 장기간 적자를 보아왔습니다. 이런 인내가 가능한 데는 다가오는 시장에 대한 비전과 구체화된 전략도 있지만 그것을 끝까지 믿은 신뢰가 주주들에게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ROIC 지상주의는 자칫 기업 내부의 새로운 실험에 대한 이야기조차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습니다. 수평적 기업, 애자일 문화를 말하면서 측정하는 성과 지표는 일말의 비효율 가능성을 없애버리면 실제 일은 그렇게 일어날 수 없습니다.

ROIC의 효율을 위해 기업은 기존 캐시카우에 더 많은 돈을 붓습니다. 바른 의사결정으로 결정된 투자도 인내하지 못하고 손절합니다. 당장 손절을 감수하고서도 지금이 고점 일지 모르는 기존 사업에 더 많은 자본을 투하할 수 있습니다. 리테일러라면 당장 모바일 퍼스트로 전환할 비용을 초기 ROIC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거 잘하던 영세한 규모의 오프라인 리테일로 돌아갈 수도 있고, 제조를 하는 기업이라면 포트폴리오를 통한 신규 상품보다는 이미 많이 팔리는 상품에 많은 이익 비중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옳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ROIC 신봉이 기업 내부에서 경직된 의사결정을 불러오고 실수를 만들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오래 투자했지만 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한 사업은 기업 내부에 역량이 없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비슷한 모델로 수익을 내는 경쟁사가 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사업에 투하된 자본을 회수하는 것은 나쁜 선택일 확률이 비교적 낮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투자회수 기간이라고 생각한 기간 대비 얼마나 실적이 따라오느냐죠. 사업 모델의 특성상 비교적 짧은 투자 기간임에도 ROIC는 인내심을 바닥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떤 KPI라도 누구의 손에 있느냐에 따라

 

ROIC 만능주의는 재무 중심의 기획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새로운 고객 경험 창조보다는 돈 되는 일에 집중해서 브랜드 경험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직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수수료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ROIC 모델이 말하는 대표적인 좋은 사례 중 하나입니다. 분명 일정 매출액 이상이 나오지 않는 경우 직영은 ROIC는 물론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런 경우 고객 경험을 생각하면서 이런 채널은 없애는 것이 수수료 구조로 가는 것보다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매출 한 푼이 아쉬워 일부는 직영으로 일부는 수수료로 운영할 경우 브랜드 경험에 문제를 줄 수 있습니다. 강매와 호객을 하는 브랜드는 단기간 실적 이상의 경쟁력 약화로 돌아옵니다.

어떤 측정 지표도 성과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 지표의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구성원 모두에게 전하고 어떻게 이 지표를 봐야 하는지 함께 고민한 다음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온 지표라고 밀어붙이고 자리에 있는 동안 최대의 실적 크기를 얻기 위해 장기적인 구조를 파괴하는 일은 막아야 하니까요. 이런 문제는 ROIC가 아닌 어떤 지표가 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꼭 한 가지의 최종 지표를 쓰지 않는 기업들을 보면서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누구 손에 들어오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례들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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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