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 미팩토리, 젤라또팩토리 해부하기

 

 

지난해 하반기, 로드숍 1세대 브랜드인 스킨푸드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스킨푸드는 협력업체 미지급금 20억 원, 은행빚 20억 원, 부채비율은 무려 781%로, 사실상 부도 위기에 놓여있다. 한때 국내 브랜드숍 3위까지 올랐던 이 기업의 몰락은 실로 충격적이다. (스킨푸드 블러셔 참 좋아했는데..ㅠㅠ)

뷰티시장은 레드오션이다. 또한 고객의 니즈와 시장 현황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기업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스킨푸드처럼 경영위기에 몰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치열한 뷰티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는 ‘슈퍼 루키’는 존재한다. 이 슈퍼 루키들은 고객의 인식을 점령하고 엄청난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나는 뷰티덕후는 아니지만, 고객의 인식을 전환한 사례에 굉장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나의 호기심을 풀가동시킨 슈퍼루키 뷰티 브랜드 3대장을 소개하려고 한다.

 

 

 

1. 뷰티 소셜 마케팅의 시작점(혹은 전설)? 에이피알!

 

 

출처: 에이피알 홈페이지

에이피알이라는 기업 이름은 조금 낯설 것이다. 하지만 에이프릴스킨, 메디큐브, 글램디 이 3가지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적어도 1020대에서는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뷰티 제품을 마케팅하기 위해 인플루엔서나 SNS의 활용은 너무나 일반적이다. 이 마케팅의 선두주자는 뭐니 뭐니 해도 에이피알(전 에이프릴스킨, 2014년도 설립)이다. TV에 나오는 유명 연예인 대신 홍영기와 같은 ‘얼짱’, 즉 인플루엔서들을 활용해 마케팅을 시작했다. 초기 제품은 ‘매직스톤’, ‘매직스노우크림’과 같은 천연유래성분이 함유된 세안제품과 톤업크림이었다. 이 제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1020대의 놀이터 SNS에서 인플루엔서의 큐레이션과 함께 적극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리고 3주 만에 1억의 매출을 달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여기서 내가 관심 있게 본 것은 소비패턴의 변화이다. 기존에는 오픈마켓이나 로드샵에서 화장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1020대를 목표타겟으로 잡고, 그들이 친숙하게 사용하는 SNS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게 만들었다. 광고의 형태도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아름다운 스타나 모델을 앞세웠다면, 제품력을 시각적으로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짧고 간결한 영상으로 고객을 설득했다. 인플루엔서들이 직접 제품을 리뷰하면서 광고지만 광고가 아닌 콘텐츠들이 유통되기 시작됐다.

 

 

에이피알 홈페이지

 

더 재미있는 것은 사업 확장 측면에서의 행보이다. 에이프릴스킨이 천연성분과 제품력이었다면, 다음으로 출시한 메디큐브는 피부가 예민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메디컬 뷰티 브랜드이다. 한창 여드름으로 예민한 1020대에게 새로운 ‘피부관리’를 제시했다. 눈치챘겠지만, 사실 같은 고객군이다. 다만 제품의 브랜딩을 다르게 했다. 이후 인지도를 쌓은 메디큐브는 신뢰의 아이콘 유재석을 모델로 발탁하면서 엄청난 매출 성장을 기록한다. 또한 AOA그룹의 설현을 앞세워 다이어트 식품사업을 시작하면서 만든 ‘글램디’를 비롯하여, 남성 화장품 브랜드 ‘포맨트’, 스트릿 패션 브랜드 ‘널디’ 등을 선보이며 사업을 확장했다.

 

 

이쯤 되면, 에이피알에 이 모든 브랜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워할 것이다. 이미 2017년도에 매출 481억 원을 기록하고, 2018년 상반기에만 435억 원 매출과 4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재 에이피알은 목표 시가총액 4000억 원 이상으로, 상장 주관사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2. 유쾌발랄 피르가즘의 어머니, 미팩토리

 

 

언제부터인가 SNS의 피드를 점령한 콘텐츠가 있다. 그것은 바로 ‘피르가즘’!

피르가즘은 피부의 노폐물인 피지를 짜거나, 뽑는 영상을 보면서 쾌락을 느낀다는 뜻이다. 이 단순하고도 원초적인 영상은 순식간에 페이스북과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점령했다. 그 중심에는 미팩토리가 있었다.

3단 돼지 코팩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용한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제품이다. 이쯤에서 의문이 드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 전엔 코팩이 없었나?’


정답은 아니다. 원래도 코팩은 있었다. 다만 피지를 뽑아내는 기능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서 코팩을 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물수건으로 모공을 넓혀주고, 차가운 물로 세안하거나 마스크팩을 사용하여 모공을 다시 조여주는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했다. 피부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코팩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사용하기 쉽지 않았다. (매우 귀찮기도 했고, 그냥 두는게 효과적이라는 목소리도 있었기 때문)

그런데 미팩토리는 아주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피지 뽑는 영상으로 고객에게 3가지를 인지시켰다.

1) 이 제품은 피지가 아주 쫙쫙 뽑혀요!
2) 모공걱정! 예민한 피부 걱정! 더 이상 노노! 우리 제품은 코팩 전후 과정까지 케어한다구요!
3) 기억하세요! 코팩은 3단계로 관리하는 겁니다!


이렇게 고객의 인식을 점령한 미팩토리는 SNS를 점령! 차차 이런 마케팅이 고객에게 반응이 줄어들 때쯤부터 뷰티 편집숍 입점, 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판매된다. 그리고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어니시’와 바디용품 브랜드 ‘바디홀릭’, 색조 전문 브랜드 ‘머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생활도감’을 신규 런칭하면서 다시 한번 루키의 저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미팩토리는 바로 작년, 2018년도 하반기에 미샤, 어퓨 등으로 유명한 화장품 제조/유통사 에이블씨엔씨로부터 324억 원에 인수됐다. (참고로 미팩토리는 2014년에 창립되었음.)

 

 

 

3. 하고 또 하고! 셀프 네일의 혁명, 젤라또랩

 

출처 : 젤라또팩토리 인스타그램

 

그냥 여자 친구들이랑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여자들의 부티의 상징은 피부, 머릿결, 그리고 손톱이야.”

 

피부, 머릿결, 손톱을 잘 관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는데 전혀 지장은 없다. 다만, 적어도 나는 이 3가지를 관리받을 때 기분전환이 된다. 소소한 변화가 주는 기쁨이랄까.(헷)

특히, 나는 네일 관리에는 아주 나중에 눈을 뜬 케이스이다. 섬세하지 못해 손을 험하게 쓰는 이유도 있지만, 나는 자취 10년 차의 프로 집안일러이기 때문이다. 집안일을 하다 보면 1시간 공들여서 칠한 매니큐어가 3일도 가질 않는다. 그러니 네일숍을 가서 5만 원 이상 돈을 쓰면서 관리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나의 손톱을 블링블링하게 만들어준 위대한 친구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젤라또팩토리의 ‘하또하또 네일핏’, 네일 스티커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젤라또팩토리 이전에는 네일 스티커가 없었나? 정답은 다시 한번 아니다. 원래도 있었다. 다만, 셀프 네일의 인식을 고객에게 심지 못했다. 미팩토리와 같은 맥락으로, 젤라또팩토리는 네일 스티커를 사용하면 왜 좋은지에 대한 영상을 아주 쉽게 풀어냈다.

1) 네일 받으러 5만 원 이상 내야 되는데, 조금 부담… 근데 무려 1/5 가격에 네일을 할 수 있어!
2) 젤라또팩토리 스티커만 붙이면 손톱이 예뻐져!
3) 붙이고, 자르고, 탑코트를 바르면 끝! 셀프 네일 어렵지 않아!

 

물론 여기에는 예쁜 디자인도 한 몫했다. 이렇게 젤라또팩토리는 네일솔루션으로 폭풍성장! 런칭 10개 월 만에 매출 100억을 달성한다.  그리고 2018년 하반기, 70억 원의 시리즈A 투자유치에 성공한다. 티몬 사내벤처로 시작한 젤라또팩토리가 이렇게 빨리 성장한 배경에는, 대표의 뷰티 멤버십 서비스 블룸 창업과 매각 경험 등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엄청난 피땀도ㅠㅠ)

 

누군가는 뷰티 브랜드 창업이 섹시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레드오션이고 성공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의문도 많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화장품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이다.(첫 번째는 프랑스) 치열한 만큼, 뷰티산업에 대한 세계적인 경쟁력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초기 뷰티 브랜드가 자리잡기 위한 핵심 경쟁력은 브랜딩과 유통이다. 따라서, 고객의 인식을 바꾼 위의 슈퍼루키 브랜드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고객의 소비패턴을 바꾸고, 마케팅 채널과 모델을 다변화하고, 또한 인식전환을 통해 끊임없이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 또다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뷰티 브랜드가 등장할지 기대된다.

 

 

크라우디(이윤임 매니저)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