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아이템을 버리듯 
기존 사업 프레임을 버리도록 강요받는다

 

기업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활동은 계속됩니다. 항상 지금의 주력 사업은 생각보다 빠르게, 고객이 쓸 수 있는 옵션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남게 됩니다. 오프라인에서 모바일로, 판매 촉진에서 체험으로, 독점에서 네트워크로, 제품에서 세계관으로 고객의 변화는 기업으로 하여금 늘 새로운 과제를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 컨설턴트 크리스 주크(Chris Zook)가 강조하는 것처럼 기업의 핵심 역량을 기초로 새로운 사업과 과제로 확장하는지 챙기는 과정은 중요합니다. 역량이 없는 사업을 단지 트렌드 하다는 이유로 뛰어들면 먼저 들어가서 리더십의 포지셔닝을 만든다 해도 금세 후발주자에게 추월당하고 마는 경우를 대기업부터 구멍가게까지 보게 됩니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는 플랫폼, 이미지, 원천 기술, 영업망 등 시장에서 뾰족한 역량이라 부를 만한 것을 토대로 다른 것으로 확장하는 신규 사업이나 과제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그런 게 없다면 그런 것을 사서 유지할 수 있는 자금이 있는지를 생각해봐야겠죠. 단순히 PPT에 이러한 신규 사업을 저 회사처럼 하자고 몇 자 적고, 검증도 못할 파이낸셜 모델링을 돌려 나온 보고서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이런 고민이 신규 사업에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더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새로운 사업에 맞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새로운 사업은 보통 기존 사업 아이템과 다른 고객 니즈를 갖고 있습니다. 고객이 구매하는 맥락이 다릅니다. 구매 시기, 방법, 정보 탐색부터 결정에 이르는 트리거(trigger)가 기존 아이템과 다릅니다. 같은 숍에서 판매하는 물건이라도 다른 카테고리는 다른 맥락에 의해 구매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단지 좋은 플랫폼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플랫폼이 기존에 잘 팔았던 상품처럼 신규 아이템을 마케팅한다든지 새로운 테마 안에 기존 주력 아이템과 함께 묶어서 마케팅을 해서 볼륨을 강조하는 전략은 매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품의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를 포함한 신규 아이템을 몇 년간 진행해도 매출이 부진하거나 재고 회전율 등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 프레임을 포맷하지 않으면

Try&Error를 벗어날 수 없다

 

문구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플랫폼에서 비슷한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캔들을 바잉 해서 들여놓을 때, 분명 기대하는 바가 있었을 것입니다. 문구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높은 객단가를 이끌어 낼 수 없고 방문 빈도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문구가 아니면서 같은 감성을 가진 고객들이 구매할만한 캔들이 트렌디하니 이것도 같이 바잉 해서 팔아볼 생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기존에 문구 상품을 감성 있게 잘 팔던 내레이션의 역량으로 캔들을 판매한다면 기존의 무형 역량으로 어느 정도의 실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언제 캔들을 구매하고 캔들을 이용하는지, 맥락을 모른다면 그저 남들이 다 판매하는 협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흔한 상품 바잉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적정한 매출이 조금씩 나오니 더 신경 쓰지 않고 거기에 만족하고 그칠 것입니다. 문구를 팔던 프레임에 곁가지로 캔들을 붙여서 새로운 기획전을 만들겠죠. 시장에서 미리 벌어지고 있는 사용자의 변화를 비즈니스에 반영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과거 주력 아이템을 너무 잘 팔아서 평범한 소비자의 눈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대하지 못해 기존 프레임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규정하니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최근 의류 매장에서 잡화 제품 등을 많이 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복합적인 리테일러가 되어 객단가를 높이고 의류라는 다소 긴 고객 방문 주기를 줄이려는 시도입니다. 바잉이 아닌 제조로 이런 의류가 아닌 제품을 매장에 내놓으려면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고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디자인이 뚜렷한 의류 제품으로 고객의 지갑을 열었던 브랜드라면 잡화 제품의 디자인을 의류와 같은 톤으로 내놓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지만 아이템에 대한 고객 반응이 미미하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면 그제야 기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뒤늦게 느낍니다. 옷을 파는 것과 전혀 다른 매기, 구매 결정 이유, 고객이 이 브랜드에서 느끼는 잡화 퀄리티와 가격에 대한 기대 수준을 뒤늦게 돌아보겠죠.

 

 

과거 비즈니스의 이해로는 새로운 사업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단순히 껍데기만 보고 투자를 통한 역량 구축을 무시하고 일단 진출하는 식으로 신규 사업 계획을 짜거나 정말 역량이 없는 내부 조직 간의 합종연횡이나 분야를 알지도 못하면서, 그나마 신규 사업을 잘할 것 같은 인상의 임원을 앉히면 뭐든 만들어 올 줄 알고 신규 사업을 해서는 적자만 몇 년간 내는 신규 사업을 만들 뿐입니다. 새로운 프레임을 알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흔한 고객으로서 그것을 언제 왜 사는지, 그 사업을 오랫동안 실무를 해 본 사람들을 팀으로 만들어 역량 구축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객관적으로 우리가 그것을 하면 될 것 같은지,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을 하는 게 시장의 빈 곳을 찾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작은 문서의 디테일을 수정하느라 정신이 팔려 정말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질문을 놓치지는 않는지 신규 사업을 놓고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New는 시대적 New인가

 

사람을 바꾼다는 것은 프레임을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지 젊은 사람으로 바꾸어서 언론에 낼 몇 줄을 얻기보다는 기존 임원진과 전혀 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 분야를 해 본 사람으로 바꾸는 게 실질적으로 프레임을 바꾸는 방법입니다. “Long New, Short Old”는 요즘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말입니다. 기존 전통적인 산업이 아닌 기술주 중심의 기업을 매수하라는 말이죠. New가 있습니까? 코로나 이후 전혀 다른 세상에서 우리 조직의 New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이런 New를 의미하고 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