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나를 위해 결정을 내려주지도 않고, 내 매니저가 결정을 내려주지도 않는다. 모든 사람은 결정권자이고 토론을 통해서 결정을 내린다. 그러면 여러 사람이 동등한 결정권을 가질 때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서로 맞지 않는 결정들을 내리면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미션과 핵심가치와 정보의 공유이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것 1 – 우리 회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실리콘밸리에서의 기업은 대중이 의식적 /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 인식을 해결하기 위한 ‘미션’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그 미션에 따라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 대중에게 제공한다.

우선 이 미션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하여 의사 결정에 갈등이 생겼을 때 우리 회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를 상기시킨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의 미션은 ‘어디서나 내 집 같은(Belong Anywhere), 즉 ‘전 세계 어디에서든 내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한 엔지니어는 집에서 쓰는 물건 하나하나에 값을 부여해서 물 한 잔 마실 때마다 편리하게 휴대폰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한 엔지니어는 집을 빌린 사람에게 그 집의 물건을 무료로 제공하자고 주장한다고 하자.

만약에 회사의 미션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으면 당연히 전자를 선택하겠지만, 미션이 명확하지 않다면 둘은 끝없이 싸우다가 목소리가 큰 사람이나 계급이 높은 사람이 이길 것이다. 아니면 높은 사람의 중재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에어비앤비의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내 집에 있는 것 같은가’라는 질문이 들어가면 결정은 간단해진다. 집에 있는 냉장고를 열 때마다 핸드폰으로 무엇인가를 결제해야 한다면 그것은 내 집에 있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것 2 – 핵심가치 공유

 

핵심가치의 공유 또한 결정에 많은 영향을 내린다. 트위터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핵심가치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방법으로 사업을 키워가자(‘Grow our business in a way that makes us proud)’였다.

트위터 앱에서 트윗 사이에 광고를 끼워 넣을 때, 몇 개에 한 번씩 끼워 넣어야 하는지를 가지고 논쟁이 붙은 적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회사는 이윤창출이 우선이라면서 두세 개의 트윗을 보여주면 광고를 하나씩 끼워 넣자고 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렇게 하면 “우리의 사업이 덜 자랑스러울 것 같다”라고 했다. 모두 후자의 생각에 동의했고, 광고를 더 적게 삽입하고 사용자의 경험을 중시하는 쪽으로 결정되었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것 3 – 정보의 소통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정보의 소통이다. 아무리 미션과 핵심가치를 이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보의 양에 따라 할 수 있는 결정은 달라진다.

데이터베이스를 선택하는 엔지니어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는 전문적인 시각과 토론을 통해 최고의 데이터베이스가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 고민할 것이다. 그런데 CEO가 오라클과 계약을 맺어서 다른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이 엔지니어의 고민은 모두 쓸데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정보를 제한하는 위계 조직

 

위계 조직은 모두 비슷한 스킬을 가지고 비슷한 일을 하면서 경쟁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정보력’이다.

위계 조직에서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제한한다. 사장/회장이 제일 많은 정보를 알고 있고, 상무, 부장, 과장으로 내려가면서 알고 있는 정보의 양이 줄어든다. 그러므로 말단에서 실무를 보는 직원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위계 조직에서는 이처럼 정보의 양이 제한되기 때문에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네가 뭘 안다고 결정을 해?”,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라고 했어?”라는 말을 할 수 있다.

위계 조직에는 많은 사람들이 병목(Bottleneck)이 된다. 다시 말해 “내가 없으면 우리 팀은 안 돌아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진다. 정보를 독점하고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실제로 그 ‘윗사람’이 없으면 팀은 어떠한 결정도 할 수 없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끝나면 윗사람이 다음 일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갈 수 없다. 또한 자리를 비우면 회사가 안 돌아가는 사람들이 휴가를 가버리면 회사에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 조직

 

 

역할 조직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결정권자이다. 아무리 말단 사원이라도 그들이 내린 결정은 최종적이며, 그들이 책임진다. 전문가들이 회사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려면, 가능한 최대한의 정보를 그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와 독점계약을 맺었는지부터 시작해서 엔지니어들은 어떠한 언어를 쓰는 것이 좋은지, 디자이너들은 어떠한 디자인 스타일을 유지해야 하는지 표준화해서 소통해야 한다. 그래서 각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등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얼마나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역할 조직에서는 업무와 의사결정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모든 직원이 알고 있기 때문에, 누가 없어져도 누구든 대체할 수 있다. 또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문서화가 기본이다. 사내 위키 문서들을 통해서 내가 하는 일은 문서화를 잘해 놓으면 누구든 내 일을 대체할 수 있다. 그래서 역할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언제든 휴가를 갈 수 있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높은 효율로 최소화하며 자기 스케줄에 맞추어 일을 할 수 있다.

위계 조직에서는 내가 없으면 안 돌아가는, 정보를 독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곧 권력이 된다. 역할 조직에서는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고, 내가 있으면 더 잘 돌아가게 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즉 팀원이 5명일 때 한 명이 빠지면 4/5의 속도로, 만약 내가 좀 슈퍼 엔지니어라면 3/5의 속도로 팀은 계속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명이 빠졌을 때 속도가 0이나 1/2이 되면, 그 사람에게는 보틀넥(Bottleneck, 병복)이라는 별명이 붙고 팀의 암적인 존재가 되어버린다.

역설적이게도 소통이 가장 필요한 역할 조직에서는 미팅의 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을 서로 독립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혼자 일할 시간을 최대로 확보하는 것이 가장 회사에 크게 기여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1주일에 미팅은 스프린트 계획 미팅 1시간, 1주일에 한번 스탠드업 30분, 결정이나 정보가 필요할 때 그때그때 잡는 30분에서 1시간 미팅들 정도이다. 한 달에 한 번쯤은 전체 회사 사람들이 모이는 전체회의(All-hands)나 우리 팀 전체회의를 하기도 한다.

 

 

역할 조직의 의사소통 방법

 

사내 위키

사내 위키(Wiki)는 사내에 위키피디아와 같은 사이트를 만들어 내가 한 결정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당장 내일 사고를 당해서 회사에 못 나오더라도, 팀원들이 내 위키 페이지만 읽으면 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Confluence, Github Wiki, Google Docs, Quip 등이 활용된다.

 

이메일과 메신저

이메일은 가장 주된 소통 수단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업무 진행은 이메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슬랙(Slack), 힙 챗(Hipchat) 등의 메신저를 통해서는 팀, 프로젝트, 또는 개인 간에 실시간 소통을 한다. 특히 사고 대응 등에 중요하게 활용된다.

 

회의

전 직원이 모이는 전체회의(All-hands)에서는 주로 CEO가 나와서 회사의 중요한 결정 등을 알려주고 Q&A 시간을 갖는다. 이때 거의 금기가 없다. CEO에게 “우리는 몇 번의 대량 해고(Layoff)를 겪었는데, 너는 왜 책임을 안 지고, 안 잘리고 계속 있냐?”라고 묻기도 한다. 물론 직원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은 전혀 없다.

팀 회의는 ‘관리’가 아닌 ‘진행’에 중점을 둔다. 누가 얼마만큼 일을 했는지, 누가 얼마만큼 일을 할지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일을 할지, 그리고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블로커(Blocker), 즉 막히는 일은 없는지를 체크한다. 애자일 스프린트 계획 미팅, 일간 스탠드업 미팅 등이 있다.

매니저와는 매주 또는 2주에 한 번씩 일대일 회의를 한다. 일대일 회의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동료의 업무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든다든지, 아내와 어젯밤에 싸워서 너무 졸리다든지, 집에서 기르는 개가 아파서 일에 집중할 수 없다든지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한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까지 들으며, 매니저에게는 내 퍼포먼스를 진작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하는 게 가장 크게 도움이 될지 생각한다. 또 일대일 회의에서 중요한 것이 커리어 계획이다. 매니저는 내가 어떻게 하면 이루고 싶은 커리어 목표를 이룰 수 있는지 끊임없이 조언해 준다.

그 외에 아무 때나 동료들과 상의할 일이 있으면 사내 캘린더를 통해 회의실을 예약해서 회의를 한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자유롭게 집에서 일하는 것이 허용되므로 회상회의를 하기도 한다(Google Hangouts, Cisco WebEx, Blue Jeans 같은 서비스 이용).

 

 

 

유호현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