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체계라는 걸 만들어 볼 거예요. 일단 점심 뭐 먹을지 정할까용?”
회사가 열심히 크고 있다. 직원도 15명을 넘어서면서 우리 회사에도 팀이라는 게 생겼다. 하지만 도무지 이 스타트업이라는 곳은 체계가 제대로 잡힐 가망이 안 보인다.

 

라고 느낀다면, 정상이다.

10명~30명 규모의 스타트업이 대체로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 10명 이내의 스타트업이 겪는 문제가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읽고 나서 본 글을 읽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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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0명과 15명은 다르다!

 

 

 

15명부터는 조직 복잡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직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스타트업에 필요한 조직 체계도 다르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어떤 문제를 겪는지, 그리고 그때 필요한 조직 체계는 무엇인지 한 번 적어보았다. 공감되는 게 매우 많다면 체계가 절실히 필요한 거다.

 

 

  < 15명 내외 >  

 

 

조직의 복잡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단계.

 

 

문제 1) 조직 매니지먼트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늘어나기 시작함.

 

개인별 업무 보고만 취합해도 A4용지 서너 장씩 나오기 때문에 관리가 어려워진다. 통상 관리자 1명 당 케어할 수 있는 인원이 5명 내외이므로 팀을 분화하고 중간 관리자를 만들어야 한다. 팀이 3개 이상 생겨나기 때문에 CEO는 이제부터 개개인을 매니지먼트할 게 아니라 중간 관리자를 매니지먼트해야 한다.

 

CEO: 엌…업무 보고만 몇 장이야… IR도 하고 미팅도 가고 제안서도 써야 하는데 언제 다 읽어보냐…

 

중간 관리자를 지정하고, 중간 관리자가 개개인을 케어한다. CEO는 중간 관리자를 케어하고 키운다.

 

 

문제 2)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구성원들.

 

규모가 커지고 팀이 분화되면 다른 팀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게 된다. 업무 보고 또한 각자 팀의 팀장에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팀, 다른 사람의 업무를 알기 어렵다. 조직의 전체 그림을 알기 어렵게 되니, 조직의 여러 정보에서 배제된 구성원들은 소속감을 잃고 저몰입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 몰라, 그냥 내 일만 끝내고 빨리 퇴근해야지.”

 

주간 회의나 매일 아침 짧은 회의 등을 통해 프로젝트들의 전체 진행 현황을 점검/브리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간 관리자는 팀원들과 정기적으로 일대일 면담하며 자기 팀을 관리한다.

 

 

문제 3) 비효율적인 주간 회의

 

사람이 10명 이상 모이기 때문에 회의 자체가 산만해진다. 많은 기업이 주간 회의의 목적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탓에, 누군가 업무적인 어떤 현안을 브리핑할 때마다 CEO나 다른 사람이 개입하여 그들만의 논의를 벌인다. 무슨 안건 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나머지 열몇 명의 사람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시간을 보낸다. 그들 모두 이러한 주간 회의 자체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신입사원: (뭐야…각자 떠들 거면 왜 모여서 시간 낭비하는 거야?) – 집중하는 척

 

주간 회의와 ‘업무 보고’의 기능을 분리해야 하고, 주간 회의 때에는 조직/프로젝트의 목표와 현황 점검, 우선순위 재배치 등을 중심으로 진행해야 한다. 주간 회의 때 현안을 논의하고 있으면 안 된다.

 

 

문제 4) 입사자와 퇴사자가 조금씩 늘어나며 개인의 역량을 조직에 보전할 필요가 생김.

 

직원 한두 명이 아니기 때문에 근속 연수가 다양해진다. 신규 입사자가 조직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온보딩 하는 일 자체가 하나의 업무가 된다. 또한 퇴사자가 회사를 나가면서 파일이나 정보, 노하우, 업무 인사이트를 통째로 잃어버리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체계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아~그 파일이요? 글쎄요 저한테 없는데요. OO님한테 물어보세요ㅎㅎ(지웠지롱)”

 

파일 아카이브와 업무 히스토리 아카이브 체계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고, 노션이나 Confluence 등의 툴을 활용하여 기업 정보/프로젝트 정보를 중앙에서 관리해야 한다.

 

 

문제 5) 팀 규모가 커지며 의사결정에 따른 권한 침해 문제가 발생하기 쉬움.

 

이전처럼 CEO나 팀장이 팀의 업무 결과물을 쉽게 번복하고 의사결정 내리면 갈등이 생긴다. 특히 스타트업처럼 권한 위임 수준이 높은 조직에서는 의사결정권이 민감하다. 아무리 실무자의 업무 퀄리티가 마음에 안 들어도 CEO 마음대로 갈아엎으면 안 된다. 15명 내외 규모는 소속감이 5명~10명 정도의 팀일 때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에 쉽게 절망하고, 쉽게 반감을 느낀다. 이때부터는 CEO의 마이크로 매니징 방식이 본격적으로 퇴사자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어차피 자기 마음대로 할 거면 왜 시켰어! 업무 지시를 애초에 똑바로 주든가 호에에엥”

 

최종 결과물만 컨펌하는 게 아니라, 수시 보고/중간보고를 체계화하고 업무 피드백 원칙을 정하는 게 좋다. CEO도 이 원칙에 따라야 한다.

 

 

조직에는 조직 규모와 단계에 맞는 체계가 필요하다.

 

시중에 나온 조직 관련된 콘텐츠들은 대부분 대기업, 유니콘 스타트업에나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유명 컨설팅 회사의 CEO가 쓴 책은 컨설팅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 기업에나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고, 대기업 20년 차 HR 담당자가 적은 책도 비슷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업체의 96%가 종사자 20명 미만이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 2018)

그래서 정말 기초적인 조직 체계에 관해 쓰려고 한다.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스타트업이 아주 기본적인 업무 보고라든지 협업 툴 셋팅 같은 것들을 어려워한다.

조직이 성장함에 따라 조직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나 정도가 다르다. 체계가 필요 없는데 체계를 잡으려고 하는 것도 문제다. 여러분이 눈여겨보셔야 할 것은 단계 별로 어떤 체계가 필요한지, 그 체계는 왜 생겨나는지다.

 

 

 

유디V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