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의 본질은 혁신이다

 

 

“8번의 실패는 빚만 남긴 것이 아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나만의 세계에 갇혀 사업을 했다는 반성을 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든 게 아니라 내가 원했던 서비스만 만들어왔다. 9번째 도전은 ‘진짜 세상이 원하는 것’을 찾고자 했고, 그 아이디어가 토스로 이어졌다.”  

                                                                                                                                            – 토스 이승건 대표 –

 

 

8전 9기의 자세로 토스를 일군 이승건 대표는 간편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금융의 전 영역에 혁신의 물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필자에게 토스는 흔히 4차 산업혁명(사실 필자는 이 워딩을 싫어한다 차라리 digital transformation이면 모를까)이라고 일컬어지는 소프트웨어 혁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회사다. 필자가 대학에 입학한 15년 초까지만 해도 공인인증서도, 또 보안카드도 필요없는 토스의 간편송금 서비스는 시작되지 않았었다. 학기 초 새내기였던 필자는 늘상 과방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었고, 그 돈은 자연스럽게 엔빵의 대상이 되었다. 그럼 엔빵을 어떻게 하느냐?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거나,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를 거쳐 핸드폰과 5분 동안 씨름하거나, 그 5분만큼의 시간을 육체노동에 할애해 근처 ATM으로 달려가 직접 송금하고 오거나! 물론 수수료는 별도다.

토스의 등장은 이 모든 과정을 단 5자리의 숫자+알팟벳 조합으로 간소화해 문자 그대로 일상을 송두리째 바꿨다.

 

 

 

금융업의 본질은 결국 돈의 흐름을 원활히 해주는 것

 

특히 토스가 혁신적인 까닭은, 토스가 금융업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고 서비스를 출시하였다는 점에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은 어른들의 세계, 어렵고도 먼 이야기로 여겨진다. 대학생활과 함께 학생증을 발급받으며 처음으로 본인 명의의 통장과 체크카드를 발급받은 이들에게는 일종의 성년의례와도 같은 것이다. 이처럼 간단한 통장 발급과 체크카드부터 신용카드, 주택 청약, 부동산 투자, 주식, 펀드 등 다채롭게 펼쳐지는 금융의 본질은 결국 자본의 흐름 그 자체이다.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이 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돈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것이 곧 금융이다.

토스는 이런 맥락에서 어떤 기존의 플레이어들보다도 금융의 본질을 꿰고 자본의 흐름 자체를 쉽게 만든 것이다. 일상적으로 돈을 보내는 행위 자체의 난이도를 압도적으로 쉽게 만들었기에,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등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결국 송금을 포기하게 되는 어떤 마찰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흐르는 자본의 양은 늘어난다. 토스는 돈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흐르는 과정이 어려워야 할 명확한 당위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당연시된 불편’을 깨버렸다.

 

토스는 당연하게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었던 송금을 쉽게 만들며, ‘쉬운 건 토스’라는 이미지를 뿌리내렸다.

 

 

토스의 2가지 서비스

 

토스는 금융에서 쉬운 건 토스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자사의 서비스를 2가지 방향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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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조회’로 개인이 보유한 자산을 일원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송금을 위해 등록해둔 기본 계좌정보 뿐 아니라 공인인증서를 활용해 모든 개인 명의 계좌를 일괄 조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카드를 등록할 경우 사용내역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기 때문에 카드사의 앱에 접속하는 것보다 빠르게 개인의 현재 자산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은행계좌와 카드라는 유동자산을 시작으로, 토스는 보험상품 가입내역과 신용등급 조회, 그리고 비유동자산인 자동차와 아파트 소유내역까지 등록할 수 있도록 만들며 단일 화면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자산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를 통해 개인은 그 자체로 자산관리, 즉 자산의 증식을 꿈꾸게 된다.

 

 

“우리는 금융 상품을 개발하는 기존 금융회사와는 다른 ‘금융 서비스 회사’다. 제조업으로 치면 ‘제조회사’가 기존 금융회사이고, 우리는 이를 유통시키는 플랫폼 기업이다. 다양한 금융회사가 개발한 상품들 중 사용자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 토스 이승건 대표

 

두번째는 ‘자산관리’에 해당한다. 자산내역의 일괄 조회를 통해 돈을 더 벌고 싶다는 욕구(뽐뿌)를 자극했다면 그 다음은 욕구를 해소해주는 것이다. 현재 토스가 제공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로는 금융업계에서 설계, 심사, 평가한 부동산 소액투자와 P2P분산투자, 그리고 신용등급에 맞는 대출 금리 비교가 있다. 즉, 토스는 이승건 대표의 2018년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융서비스들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토스는 플랫폼의 형태를 유지할지라도 독점 콘텐츠를 생산해 낼 전망이다. 토스는 핀테크 업계에서 가장 큰 경쟁자인 카카오(뱅크/페이)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았을 뿐 아니라, 자회사 설립을 통해 토스 증권, 토스 보험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토스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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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지나가는 버스나 영화관, TV에서 위와 같은 카피를 쓴 토스의 브랜드 캠페인을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무려 원빈이 내레이션으로 참가한 이 캠페인은 바로 금융 유통업을 벗어나 독점 콘텐츠를 제작하는 금융 제조업계로 진출하려는 토스의 포부를 담아낸 선전포고이다. 특히 “달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망원경에 집중하는 대신 달에 직접 가겠다는 목표”로 요약되는 이번 브랜드 캠페인은 더 이상 여러 업체들의 금융상품을 비교, 대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달이라는 ‘혁신적 금융’을 자세히 보기 위한 망원경)에 국한되지 않고 직접 금융상품을 개발(=‘혁신적 금융’을 제공하는 독자적인 경험이라는 맥락)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토스의 브랜드 캠페인 속 달이 상징하는 바가 혁신적 금융이듯, 토스의 본질은 금융업에서의 혁신과 이를 통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이다.

실제로 송금은 토스가 나오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일상의 많은 영역을 변화시켰다. 가상계좌를 통한 무통장입금은 토스의 간편송금 덕분에 쉬운 결제방식이 되었고, 사람들은 오직 현금을 인출해야 할 때에만 ATM을 찾게 되었다. 그렇지만 토스의 본질이 단지 ‘혁신’이라는 두 글자로 환원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이를 위해 토스가 말하는 혁신이 무엇인지 보다 엄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을 쉽게 한다는 토스의 혁신은 ‘쉽게’라는 단어의 정의를 명확히 할 때 보다 선명해진다.

 

이를 위해 잠깐 토스의 가장 큰 라이벌인 카카오페이를 떠올려보자. 카카오페이는 전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플랫폼을 토대로 무한한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과 콘텐츠의 투트랙 전략을 활용하는 카카오의 특성상 카카오 프렌즈를 시작으로 카카오M과 카카오페이지, 다음 웹툰, 카카오게임즈 그리고 이모티콘 등 콘텐츠 기반의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 플랫폼으로서 카카오톡의 본질은 ‘대화’이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이며 연결이다. 이 상호작용 속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충동적으로 안 하던 것을 하게 만드는 마력도 포함되어 있다. 

가령 카카오페이가 카카오톡 안의 서비스로 편입된 이후 출시된 단톡방 속 돈 뿌리기 기능을 떠올려보자. 아무리 소액일지라도 친구들한테 돈을 뿌리고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라는 기능은 그 자체로 카카오톡 안에서 송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효과를 냈다. 그 결과 송금 시장의 선두주자인 토스를 제치고 명실상부 업계 1위가 되었다.(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이 자료를 참고할 만 하다.) 카카오페이는 자사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명확히 알고, 그 강점을 활용해 ‘안 하던 걸 하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금융을 ‘쉽게’ 만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증권사의 역할까지도 담당하며 투자에 소극적이던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것이다. 

‘안 하던 걸 하게’ 만드는 카카오페이의 본질이 같은 핀테크 기업인 토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토스의 마케팅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토스는 행운퀴즈를 통해 네이버 실검을 장악하며 광고수익을 얻을 수 있었을지 몰라도 돈 상자 뿌리기, 친구 초대를 통한 카드값 돌려받기, 계좌지원금 이벤트, 그리고 만보기 등의 신규 고객 유입 정책에서는 반복적인 실패를 맛보고 있다(이를 뒷받침할만한 자료를 찾고자 했지만 찾는데 실패했다. 합리적 의구심이라 해두자 == 뇌피셜). 친구를 초대하면서 마치 대단한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반면 실제로 들어오는 돈이 몇 십원 단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미가 아닌 짜증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토스가 매일 같이 푸시알림으로 알려주는 만보기 또한 친구와의 경쟁과 리워드라는 ‘안 하던 걸 하게’ 만드는 서비스이다. 그러나 특별히 더 많이 걸었다고 얻는 리워드가 변변찮을 뿐더러 토스의 플랫폼을 친구들과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마케팅은 실패하였다. 오히려 경쟁사인 카카오페이에서 만보기 기능을 도입했다면, 승자에게 카카오톡 프로필에 걸 수 있는 배지 등을 제공함으로써 운동욕구와 소소한 재미를 주었을테지만, 토스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어떤 매력(브랜드파워)을 갖지 못하기에 만보기 기능은 유명무실한 기능으로 남았다. 

 

 

그렇다면 토스가 말하는 혁신은 무엇인가? 토스의 본질이 무엇인가? 

 토스의 본질은 토스가 2015년부터 근 5년간 모니터링한 포괄적인 금융데이터도, 모든 금융 서비스를 한 곳에 모았다는 플랫폼으로서의 강점도, 새로운 금융서비스도 아닌 ‘혁신’ 그 자체에 있다. 다만 금융을 쉽게 만드는 토스의 혁신은 당연한 복잡함을 해소함으로써 ‘하던 걸 더욱 쉽게’ 하는 역량에 있다. 당연하게 불편하다고 여겨졌던 송금을 쉽게 바꾸고, 급할 때 자주 쓰는 편의점/지하철 ATM 수수료와 해외결제 수수료를 면제받는 토스카드의 편리성은 일상에서 느꼈던 불편함이 반영된 결과물이지, 새로운 시도를 유도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러므로 막강한 플랫폼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안 하던 걸 하게’ 만드는 카카오가 내세우는 금융의 편리함과는 본질적으로 결이 다른 ‘혁신’이 곧 토스의 본질이다. 토스만의 매력은 곧 ‘하던 걸 더욱 쉽게’ 바꾸는 것이다.

 

 

 

 

해당 콘텐츠는 가오리즈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