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확보 전략

 

창업을 결심하고, 착실한 스터디와 시장조사를 거쳐 사업 아이템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실전에 뛰어들 차례다. 음식으로 치면 열정 넘치는 요리사와 신선한 식재료가 준비되었으니 이제 갖은양념을 섞고 불을 활활 지펴 요리를 완성해 내면 될 일이다. 문제는 날것의 식재료를 맛있게 익혀 줄 화끈한 화력! 즉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실 창업은, 결심의 순간부터 돈 걱정과 함께 시작된다. 사업 초기의 기술 개발 비용부터 인건비, 마케팅, 시제품 제작비 등 스타트업의 경우 제품 제조 비용까지…. 머릿속으로 예상만 해도 돈 나갈 곳은 수도 없는데 그때그때 필요한 자금을 어떤 경로로, 얼마나 구할 수 있을까? 이것은 예비 창업자들의 가장 큰 숙제이자 고민일 수밖에 없다. 물론 타인에게 아쉬운 소리 할 필요 없이 넉넉한 여유 자금을 마련해 놓았거나 물려받은 재산이 넉넉히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기 자본이 있다 해도 사업의 시기별로 투입되는 모든 자금을 내 돈과 비즈니스 매출에서 나오는 이익금으로 충당하려 한다면 위험에 빠질 소지가 다분하다. 사업이란 결코 내가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척척 굴러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금 고민에 맞닥뜨린 창업자라면 아마 이런 유혹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아이템 정말 좋은데… 잘될 것 같은데… 은퇴 자금으로 한번 해볼까? 집을 담보로 한번 해볼까? 빚(사채)을 좀 얻어서 시작해 볼까?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치밀한 계획 없이 맹목적인 가능성만 믿고 창업을 결심하고 스타트하는 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사실 은퇴 자금으로, 또는 빚을 내어서 사업을 시작하는 건 창업자 개인은 물론, 가정과 주변인들을 힘들게 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를 힘들게 한다. 특히 본인은 물론 가족의 노후가 걸린 은퇴 자금을 담보 삼아 창업을 시작하는 것은 도전이 아닌 도박에 가까운 무리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내게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예비/초기 스타트업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① 자기 자본(쌈짓돈)

② 금융기관 융자/대출

③ 민간 투자 유치(엔젤투자, 크라우드펀딩, 시리즈 A·B 등)

④ 정부지원자금 유치

 

 

자기 자본, 금융권 대출 

 

자기 자본의 경우에는 자금 운용과 투입이 제한적이다. 사업화가 완성되고 매출이 손익분기점(BEP)에 달성하기까지 무한정 자기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자기자본에 타인 자본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다. 타인 자본을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통상 금융권 대출이 있다. 먼저 금융기관 융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은행에 담보(부동산/동산/ 질권)를 넣고 자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알다시피 일단 돈을 빌리면 매달 이자를 꼬박꼬박 내야 하고, 일정 기간 후에는 상환의 의무가 따른다. 이자를 연체하거나 대출금을 만기에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신용불량자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따른다.

 

민간 투자 유치

 

 두 번째, 민간 투자 유치는 정기적인 이자 지급이나 상환 의무가 없지만 초기 기업의 경우 현실적으로 이를 유치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민간 투자자들은 투자를 하기 위해 어떻게 투자 이익을 거둘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사항들을 꼼꼼히 챙겨 보고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그 때문에 이제 막 창업한 초기 사업자의 경우, 이런 철저한 검증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으며 IR을 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엔젤투자의 경우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는 하다. 하지만 엔젤투자 역시 쉽게 유치할 수 있는 자금은 아니다. 창업 기업들이 수없이 많다 보니 엔젤 투자자들의 눈과 판단도 이전보다 충분히 냉정하고 견고해졌다. 그리고 엔젤 투자자들도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어서, 그들 간에 판단 기준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우수한 기업들을 찾는 데 혈안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내 눈에 좋아 보이는 스타트업은 다른 투자자도 당연히 좋은 평가를 할 수밖에 없기에 이 또한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금 규모도 5,000만 원 미만으로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정부지원자금 유치

 

 마지막, 정부지원자금 유치! 이것이야말로 초기 스타트업들에 가장 추천할 만한 자금조달 방법이자, 리스크를 해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창업을 통한 경제 활성화, 혁신 성장에 사력을 쏟고 있는 정부는 예비 창업자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 주고 그들의 꿈에 마중물이 되어 주기 위해 수백 가지에 달하는 정부 과제를 시행 중이다. 사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정부지원정책이 우수한 나라는 드물다.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정부지원제도를 설명하면 입을 다물지 못한다. 부러움을 넘어 존경심을 느끼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만큼 정부가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다. 스타트업 창업이야말로 취업률과 생산 인구를 늘리는 중요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2020년에도 창업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일부에는 창업 지원 자금을 두고 ‘나눠 주기 식이다’, ‘창업 좀비만 양성한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긴 하다. 물론 막 퍼주기 식의 지원은 사라져야겠지만 창업 초기에 필요한 지원은 반드시 지속되어야 하며, 정부지원금이야말로 초기 기업의 타는 목마름을 해결해 주는 사막의 오아시스임이 분명하다. 여전히 예비 창업자 중에는 아이디어와 팀원까지 다 준비되었는데 최소한의 개발 자금이 없어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 과제 지원금의 가장 큰 장점은 상환 의무 없이 무상으로 지원된다는 점이다. 즉 갚지 않아도 되는 순수 기술 개발 사업화를 위한 지원금인 것이다.

 그러나 용도 사용의 불성실한 집행이나 불법이 적발(중간 점검 및 과제 완료 후 회계 감사 실시)될 경우 과제 도중이나 과제가 마무리가 된 이후 결과 평가에 따라 사용 용도 실사를 한다. 이런 경우 과제 운영 부처가 선정한 회계사를 통해 기집행된 자금이 회수되고 페널티를 받게 된다. 그리고 불성실 기업으로 낙인이 찍히면 향후 어떤 과제 제안에도 임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부 과제의 주관 기관은 정부 기관인 창업진흥원, 지자체 창업지원기관, 창업선도대학 등이다. 정부 기관 연계 자금을 지원받는 경우 멘토가 지정돼, 경험 많은 멘토로부터 스타트업이 직면한 여러 애로 사항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벤처기업부가 밝힌 2019년 정부 창업 지원금은 총 1조 1,180억 원. 이는 전년(7,796억 원)에 비해 43.4%나 증가한 수치다. 2020년에는 창업 벤처 지원에 1조 8,000억 원을 편성해, 제2 벤처 붐을 이어 갈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정부는 창업을 통해 취업률을 증대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 그래서 아이디어만 좋다면, 그리고 수많은 정부 과제 중에서 내게 맞는 과제를 찾아내는 노력과 노하우가 더해진다면 누구나 자금 부담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물론 정부 과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아무나 선정되는 건 결코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신청자들에게는 결코 달콤한 꿀을 쥐여 주지 않는 것이 정부 과제다. 필자는 운이 좋게 법인을 설립하기도 전에 개인 자격으로 정부 과제에 선정되어 창업을 스타트했고, 이를 통해 초기 기술 개발 비용을 조달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사무실 무상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초기 운영비를 줄이는 등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고, 이후 고비마다 정부 지원금을 통해 데스 밸리(죽음의 계곡)의 위기도 넘겨 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체득한 합격과 실패의 인사이트는 선배 창업가들의 노하우에 목 말랐던 여러분에게 작지만 소중한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부터 그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 보고자 한다.

 

 

박재승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