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노력만으로 발전할 수 없는 나라

 

 

우리나라는 선진국일까? 많은 이견이 있겠지만 구글은 그렇다고 한다. 

 


Is South Korea a developed country?

대한민국은 선진국일까?

 

A few index providers may disagree, but South Korea is widely regarded as having joined the developed world. The country has a strong per capita gross domestic product (GDP), low infant mortality rate and high life expectancy, and offers its citizens widespread access to quality health care and higher education.

이견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통계에서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나타난다. 한국은 1인당 국민총생산이 높으며, 낮은 영아 사망률과 높은 평균수명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시민들이 높은 수준의 의료와 교육을 누리고 있다.

 

Sep 28, 2016 – Investopedia


 

선진국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완벽한 환상적인 나라는 아니다. 많이 생산하고, 교육 수준 높고, 좋은 의료 체계의 보호 아래 오래 살 수 있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그러한 기준에서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이라기보다는 선진국에 훨씬 더 가깝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도 개발도상국의 문제라기보다는 선진국의 문제들이다. 이를테면 높은 인건비로 제조업이 몰락하고 혁신 산업과 기존 산업이 충돌하는 것, 저출산, 고령화 등은 전형적인 선진국의 문제들이다.

우리는 외환위기가 터진 후에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더 근면 성실하게 국가 발전을 위해 일했어야 했는데, 선진국이라도 된 마냥 샴페인을 터뜨리고 더 이상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외환위기 전후에는 그 말이 맞았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가짐이 오히려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대한민국, 2단 로켓의 동력이 필요한 때

 

우리나라의 눈부신 산업 발전 과정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변화해야 할 길을 제시한 <축적의 길>에서 서울대 이정동 교수는 우리나라가 1단 로켓은 제대로 분리되지 않고, 2단 로켓은 추진력을 얻지 못한 상태에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지난 시대 우리가 눈부신 산업 발전을 해온 1단 로켓의 방식은 지금의 대한민국에 더 이상 발전의 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1단 로켓을 분리하고 2단 로켓에 새로 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상태인 것이다. 

우리가 개발도상국일 때에는 근면, 성실, 완벽주의가 필요했고 이는 실제로 유효하기도 했던 마음가짐이었다. 우리는 항상 도전하며 노력하고, 다른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면서 외부의 변화에 맞춰 생존 전략을 새로 수립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러한 노력을 계속하면 할수록 더 이상 발전이 되기는커녕 모두가 괴로워졌다. 

한 예로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가 될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구태의연한 위계 조직에서 위의 눈치만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성실하고 근면한지를 증명해 보여야 했다. 그래서 자신의 전문성과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모두가 그저 그런 직원들이 되었다. 

또한 그나마 전문성을 갖출 경력이 쌓일 때 쯤에는 순환 보직이나 관리자로의 전환을 통해 자신의 전문성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쌓을 기회를 잃어버렸다. 그렇게 성장한 비전문가들이 일하는 기업들은 이미 정해진 일은 잘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혁신과, <축적의 길>에서 이야기하는 개념 설계를 할 수는 없었다

경영진 또한 치열한 경쟁에서 빠져나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의 반도체같이 빠른 상황 판단과 실행력, 그리고 기술 혁신으로 초격차를 벌려 놓을 수 있는 분야가 있는 반면 UX의 혁신, 새로운 개념 설계가 없이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분야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제품이 아니라 미션을 생각하라

 

자동차 시장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는 해외의 유명 자동차 제조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역량을 키워왔고 기술 혁신을 이루어왔다. 또한 디자인의 혁신도 이루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차들을 만들었다. BMW, 벤츠, 도요타, 혼다, 포드 등 세계의 최신 자동차들과 품질과 기술에서 무한 경쟁을 벌여왔고 끊임없는 경쟁을 이겨내고 생존해왔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발 ‘테슬라의 혁신’은 게임을 바꾸어버렸다. 테슬라 이전의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엔진의 성능, 승차감, 코너링의 부드러움, 조용한 실내, 최신 기술의 도입, 가격 경쟁력 등을 가지고 경쟁했다. 전기차와 수소 차 등의 미래 기술도 연구하였지만 기본적으로 기존 가솔린 기술에 대한 투자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은 최대한 늦게 이루어지는 것이 유리했다. 

 

출처 : https://www.tesla.com/ko_kr/

 

그런데 테슬라는 자율 주행이 가능한 100%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았다. 테슬라는 새로운 개념 설계를 위해 자동차이지만 기존 자동차들과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평가 받는, 새로운 게임의 룰을 따르는 자동차를 만든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테슬라의 목표가 처음부터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는 데에 있다. 

테슬라가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려고 했다면 세계 최고 자동차들의 장점을 분석하고 현재 생산되는 자동차와의 격차를 분석해 그 차이를 보완하며, 그보다 한 발 더 좋은 차를 만들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사실 이것은 전 세계의 기존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하고 있는 경쟁 방식이기도 하다. 예로 현대자동차는 도요타, BMW, 벤츠 등을 벤치마킹하고 빠르게 따라가 역전하려고 한다.

하지만 테슬라의 목표는 처음부터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테슬라는 이미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고 동급 자동차와 비교해 두 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하면서도, 구매자들이 예약까지 하고 기다리고 있다. 테슬라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미션을 이루기 위해서 전기 자동차의 운행 거리를 혁신적으로 늘려갔으며, 자율주행 기술을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적용해 시장을 선점했다. 그러한 선점 효과의 결과, 안전한 성장을 이룬 회사에 비해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차를 팔 수 있었다. 

하지만 테슬라는 그들의 목표를 아직 이루지 못했다. 그들의 미션인 전 인류의 에너지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앞으로도 전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없애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한 혁신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 업체들은 그들만의 미션을 갖지 않는 이상, 자신의 방향과 속도를 가지고 경쟁하기보다는 테슬라의 공격적인 진보를 따라가기 바빠질 것이다. 개발 시대의 진보 방향은 이미 최고가 된 모델을 향한 하나의 방향이었지만, 업계 수위에 오른 현재의 진보 방향은 회사의 미션과 비전에 따라 매우 다양해질 수 있다. 더 이상 누구를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미국과 실리콘밸리가 원래부터 근본적으로 우리랑 달랐던 것은 아니다. 미국도 구글 전에는 거의 모든 기업이 위계 조직이었고, 1970년대까지는 제조업이 주를 이루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변화를 겪었다. 산업화를 진행했고, 나중에 후발 주자들에 의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제조업이 무너졌다. 임금은 오르고 기술 혁신은 실제로 기술로 제품을 만드는 나라들의 경쟁력을 이길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제조업 국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방식을 찾았다. 바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새로운 개념을 창안하기 시작한 것이다. 선진국은 연봉의 수준이 높고 삶의 질이 높기 때문에 세계의 인재들이 모이게 된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로 고효율의 제조업에서 효율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중시하는 문화가 생기게 되었고, 이러한 변화 끝에 다양한 재능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역할 조직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그리고 그러한 회사들이 모여 실리콘밸리를 이루게 되었다.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에서 기존의 관성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과 혁신의 부재’로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고, 앞으로 그 위기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기업들이 역할 조직으로 변모하고 혁신 위주의 성장을 해나가는 것은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그렇지만 국가적인 관점에서 보면 각 기업이 생존을 위해 변모하는 것보다 더 좋고 빠른 변화는 새로운 기업들이 생기고 기존 기업들이 위축되거나 없어지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변화시켜 구글을 만들고, 포드 자동차를 변화시켜 테슬라를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큰 변화는 아예 새로 시작하는 것이 나을 때가 많다. 

선진국의 새로운 모델은 개발 도상국의 모델과 거의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국은 이러한 변화를 제조업이 흔들리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천천히 해 왔다. 또한 미국은 광대한 영토로 인해 디트로이트 중심의 중부 제조업의 몰락이 서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러한 변화를 수년 이내에 이루어내게 된 우리나라는 정말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기업의 위축은 대량 해고와 수출 위축으로 큰 혼란을 낳을 것이고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서민들의 큰 저항을 이겨내고 성장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의 이해는 대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이해에 배치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 획일화된 교육을 받아온 학생들은 몇 년 만에 전문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유호현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