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리부트 : 단골 만들기 I

 

 

‘Activation’ 이후 단계는 ‘단골 만들기’를 해야 합니다. 왜 ‘단골’을 만들어야 할까요? 다양한 마케팅 이론에서 설명하고 있으니 굳이 반복할 필요는 없겠지만, 간단히 말해 단골은 ‘고객 획득 비용(CVC)’ 대비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해준다는 거죠. (LTV 관련 글을 참고하세요) 고객의 Retention이 5% 증가하면 기업의 이익이 25%~95%까지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Fred Reichheld, “Prescription for Cutting Costs.”)

그로스 해킹에 대치하면 이 부분은 ‘Retention‘에 해당하는데요. 사실 ‘Retention’은 유지를 뜻하기에 단순한 재구매를 뜻한다면 ‘Repeat’이 맞겠지만 우리의 ‘Funnel’ 안에 소비자를 묶어둔다는 의미에서 AARRR에서의 ‘Retention’을 그대로 따왔습니다. 

단골을 만들기 위해서는 초기의 대응이 중요한데 우리의 채널에 고객이 일단 3회 이상 방문하거나, 대략 3개월(100일) 이상 계속 이용을 하면 우리의 단골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이 시기를 Initial retention period라 부르며, 어떤 브랜드에서는 이 시기를 고객과의 ‘허니문’ 기간이라고 표현하면서 마케팅을 집중하죠.

 


 

 

고객 구매 패턴 분석하기

 

사실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고객의 구매 패턴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A/S 기간을 연장해주거나, 별도의 사은품을 주거나.. 또는 포인트 적립을 통해 고객 DB를 확보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렇다 해도 구매 정보와 정확히 매칭되진 않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어디서 구매했는가? 누가 왜 구매했는가? 같은..)  

예전에 제가 대행하던 모 광고주(A 브랜드)의 소비자 구매 패턴을 분석하기 위해, 제휴를 맺고 있던 쇼핑몰에 의뢰했던 적이 있습니다. 광고주 요청은 아니었고, 그냥 제가 마케팅 플랜을 짜다가 궁금한 게 더 큰 원인이었죠. 해당 제품 카테고리는 소모성 소비재 제품으로 온라인 구매 비중이 꽤 높은 편이었구요.

제가 궁금한 핵심은 아래 두 가지였는데요..  

  1. 고객의 구매 주기는 어떠한가?  
  2. 지난번에 구매한 고객들은 이번에도 동일하게 구매하고 있을까? 

1의 항목은 구매를 하는 고객들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해 본 것이었는데, 월 1회 구매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고.. 2는 구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직접 확인해봤죠. 이에 따라 확인한 A 브랜드의 재구매율은 80% 정도가 나왔는데, 내친김에 A 브랜드의 지속적인 재구매율과, 경쟁 브랜드들의 재구매율도 조사를 부탁했습니다. 일종의 cohort 분석과 유사한 형태입니다. (해당 쇼핑몰 담당자와의 친분으로..)  

 

 

데이터를 공개할 순 없으니 일반적인 표로 대체하자면 대략 이런 코호트 표가 도출되죠 (source : google)

 

 

업계 1위인 A 브랜드와 달리 대부분의 경쟁 브랜드는 60% 이하의 재구매율을 보여 충성도가 굉장히 낮음을 알 수 있었는데, 소비자들 사이에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고 있던 B 브랜드 역시 최근엔 80%에 육박하는 재구매율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을 보고하자 B 브랜드를 ‘듣보잡’ 정도로 여기던 A 브랜드 입장에서는 충격이었죠. 더 큰 문제는 최근 A 브랜드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에서의 이탈 고객들 대부분을 B 브랜드가 흡수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단 문제는 파악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당시 제가 제안한 방법은 경쟁사 구매 고객을 뺏어 오는 것이었습니다. 이탈 고객을 줄이는 방법도 있겠지만, 역시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하니까요..! 일반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한다고 해도 우리 제품의 고객 데이터만 볼 수 있지만, 경쟁사 구매 고객을 확인한 특별한 상황이니 우선순위를 바꾼 겁니다.

그렇다고 경쟁사 구매 고객의 DB를 직접 받을 수는 없고, 해당 고객을 Targeting 해서 할인 쿠폰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 역시 효과가 있었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쿠폰을 뿌리는 것보다 비용을 세이브하면서 (즉 집토끼에는 쿠폰을 안 주고) 확실한 전환을 이끌어 낸 거죠. 이렇게 확보한 고객들은 매월 정기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이탈하지 않게 유지를 시켰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은 어떻게든 경쟁사 고객 정보를 가져오자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구매 패턴을 정확히 파악해야 이탈률을 줄이고, 다른 브랜드에서 이탈하는 고객을 흡수할 방법도 찾을 있다 입니다. 시장조사기관 리포트나 일부 소비자들의 FGD(Focus Group Discussion)에 의존해서는 실시간으로 고객을 분석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을 따라갈 수 없게 되죠.

 

 


 

 

제조기업도 고객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

 

위의 경우는 이미 고객의 인적 정보와 구매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대형 쇼핑과 연계해 쉽게 구매 패턴을 추출해낸 경우입니다. 또 마케팅의 대상이 되는 구매 고객이 누구인지 우리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집행에는 한계가 있죠. 이는 사실 특수한 예이고, 제조사는 자체 판매망을 통해 POS 데이터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자사의 제품에 대한 구매 데이터도 빈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고객의 동선입니다. 고객의 ‘유입’에서 ‘구매’까지, 그리고 ‘재구매’의 과정까지를 선형화 할 수 있어야 하겠죠. 기업이라면 당연히 이런 고객 여정을 파악하고 있는 거 아닌가? 반문하실 수도 있는데요.. 

전통적 마케팅에서 말하는 CDJ(Consumer Decision Journey) 형태는 고객의 ‘생각’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이동 경로’는 아니죠. 이 부분에 오해가 없어야 합니다. 

 

 

 

 

고객의 ‘관심’을 ‘구매’까지 이끌어야 한다는 마케터의 목표는 플랫폼 기업이나 비플랫폼 기업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비플랫폼에선 고객의 관심(interest, Desire, etc) 다음에 보통 구매(Action)가 있고, 관심의 증대가 곧 구매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있죠.  

하지만 위의 Google Analytics Flow에서 보이듯 관심을 가지고 검색까지 해서 들어온 고객이라 해도, Action까지 가는 중에 엄청나게 많은 이탈이 발생하게 됩니다. 전환율이 현격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Input(관심)만 계속 증대하려는 마케팅은 너무나 비효율적이지 않을까요? 플랫폼이 없는 제조 기업이라 해도 고객의 동선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럼 고객에 대해 어떤 Data를 확보해야 할까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는 구매 채널 및 판매량에 대한 것이니 이를 중심으로 어느 경로에서 유입이 되었는지와, 구매자는 누구일까를 알아내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그 뒤에 재구매 여부나 구매 동기 등을 확인할 수 있겠죠. 

 

 

가운데의 구매 채널을 중심으로 우리는 고객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위 질문에서 핵심은 역시 구매자는 누구인가?‘입니다. 구매자마다 성향이 다르고, 이에 따른 대응 방식도 달라지게 되니까요. 또 도출된 개별 전략을 제공하려면 대상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하죠.

물론, 앞서 말했듯 제조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에 버금가는 이러한 정보를 모두 획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자칫 데이터 확보 자체에 몰두하다 어느 순간 회의가 들어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근래에는 데이터 확보와 함께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죠. 

이와 관련한 사례들은 다음 글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Ryan Choi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