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퇴사하다

 

정직원 전환을 축하합니다.

 

대기업에서 6개월의 인턴 과정을 마친 그가 받은 최종 성과였다. 당시 기쁜 나머지 환호를 지를 뻔했지만 그러한 유혹을 꾹 참았다. 주위 동기들의 표정을 보니 정직원 제안을 모두가 받은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부모님 역시 아들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정식 입사한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그의 만류가 없었다면 그의 고향 앞에 대형 현수막이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자신과 가족이 간절히 원했던 정직원으로 채용이 확정되었지만 대기업 근무에 대해 점차 혼란스러워졌다.

급여를 포함한 처우는 만족스러웠지만 대기업 엔지니어 생활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5년 후, 10년 후 자신의 미래와도 같은 부장, 수석급 선배들이 타성에 젖어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며 자신도 그 전철을 밟을 것이 두려웠다. 고민이 길어지면 의지가 약해질 것 같아 그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결심하였다.

 

“저 그만두겠습니다.”

 

담당 부서장은 장래가 촉망한 신입 직원이 퇴사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그의 확고한 의지를 재차 확인하자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었다. 반면 몇몇 지인들은 그의 힘든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하였다.

“네가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고민이 많았겠냐. 응원한다, 친구야.”

 그렇게 어렵게 입사한 회사를 뒤로 하고 주위의 우려와 기대 속에 그는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했다. 

 

 

사진=카이스트

 

 

인공지능, 데이터마이닝 등을 공부하며 새로운 기술에 심취했고, 문화기술대학원에서 교차 강의로 소셜컴퓨팅 수업을 들으며 사회학에 눈을 떴다. 사람에 대해 공부하고 사회 구조를 사회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흥미진진했다. 내면에 잠재됐던 인문학에 대한 학습 욕구도 폭발하며 당시 인기 작가였던 ‘거리의 철학자’ 강신주의 인문학 책부터 서양 철학사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가슴 한 켠의 공허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인공지능과 같은 공학 기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서른이 넘도록 IT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해 정해진 코스를 밟아왔지만, 정작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석사를 마치자마자 최소한의 짐만 배낭에 넣고 공항으로 향했다. 긴 비행 끝에 다다른 그의 목적지는 중남미였다. 단순한 3박 4일의 관광이 아닌 장장 6개월의 긴 여행이었다. 그는 낯선 곳을 여행하며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아갈 기회가 되었으면 하였다. 

 

 

출처=비블리

 

 

“마이클, 그 길로 가면 우리가 목표로 했던 가톨릭 성당에 도착하는 데 1시간 이상 지체될 수 있어. 나를 믿고 이쪽 길로 가면 성당을 보는 것은 물론 오늘 저녁에는 숙소에서 뜨거운 샤워와 따뜻한 수프를 먹을 수 있을 거야.”

 

아시아에서 온 왜소한 체격의 청년은 세계 각지에서 온 자신보다 덩치가 크고 나이 차이도 나는 청년들 속에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되려 자연스럽게 그들을 이끌었다. 그는 자신이 의사결정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자신과 잘 맞다고 생각을 했고,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가 바로 훗날 라이앤캐처스를 창업한 허윤 대표이다.

 

 


 

도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다

 

창업을 결심하였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자신처럼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독서 모임 ‘느리게 읽기 북클럽’을 시작하였다. 누구라도 책 한 권을 갖고 오면 2시간은 책을 읽고 1시간은 책과 관련된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프랑스의 살롱 문화를 표방한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오픈된 모임이었는데 젊은 층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 그렇게 서울 홍대 앞에서 시작한 북클럽 모임은 서울에만 30개 이상의 지역 모임이 생겼고, 다시 지방으로까지 지역 모임이 확대되었고 인원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사진=’느리게읽기 북클럽’

 

 

“허윤 씨, 아예 이 독서 모임을 본격적으로 사업화해 보는 것은 어때?”

“글쎄요. 저는 한 번도 이 독서 모임을 통해서 부를 창출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아서.”

 

허윤 대표는 독서모임이 분명 상업적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본인의 성향과 적성을 고려하면 자신은 커뮤니티 운영자보다 개발을 하는 엔지니어가 더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본인을 포함한 구성원들의 지친 영혼을 달래는 쉼터와 같은 공간이 사업화로 인해 그 순수함이 변질될 것이 두려웠다. 그러던 중 서로 책장 사진을 찍어 주고받는 모습을 발견했다. ‘서재가 당신을 말한다’는 말처럼 다른 사람의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의 고민과 인생 스토리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블리서비스의 시작

 

3년 정도 도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책을 읽는 사람들의 책에 대한 정서와 경험 그리고 고충을 파악했다. 이렇게 축적한 독서 문화와 독서인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출시한 서비스가 바로 ‘비블리’였다. 비블리(BIBLY)는 스페인어로 도서관을 뜻하는 ‘비블리오 테카(Biblioteca)’의 줄임말로, 독자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그의 다짐이 담겨 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이런 비블리를 보고 가장 흐뭇해 할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대표적인 거장이며, 세계 현대 문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 시인·소설가·비평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 ~1986)다. 그가 살아 생전 자주 했던 말이 있다.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도서관일 것”

 

 

보르헤스가 상상한 천국의 도서관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El Ateneo 서점; 출처=El Ateneo

 

 

보르헤스는 ‘인간이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왜 문학을 하는가’라는 고전적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문학은 없다. 모든 책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호 텍스트’다. 작가와 독자는 텍스트를 매개로 해서 하나가 될 수 있다. 셰익스피어를 읊는 사람은 누구나 셰익스피어다. 인간은 허구의 창조자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이 허구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허구다. 우리는 어둠을 견디기 위해 꿈을 꾼다. 우리는 꿈을 꾸지만 누군가의 꿈속의 인물이기도 하다. 위대한 작가는 후배 작가들의 글 속에서 희미하게 되살아나 영생을 누린다. 작가는 누구나 앞선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기에 독창적인 그 누구도 아니지만, 오히려 아무도 아니기에 죽지 않는 사람이 된다.”

 

비블리 역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보르헤스의 말처럼 모든 책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작가와 독자가 텍스트를 매개로 하나가 되듯이 허윤 대표는 비블리를 통해 서로의 서재를 이어줌으로써 생각의 틀이 유연해지고 확장되길 바랐다. 그리고 그러한 바람을 담아 7년 전 비블리를 론칭하며 개인이 소유한 책장을 사진으로 찍으면 사진을 자동으로 인식해 책을 분류해주는 기능을 탑재하였다.  

 

 

출처=구글플레이

 

 


 

성인이 4 1명이 책을 읽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며

 

올해 국내 대표 서점 브랜드인 ‘반디앤루니스’가 문을 닫았다. 교보문고, 영풍문고와 함께 국내 오프라인 서점의 ‘빅 3’로 불리던 반디앤루니스가 결국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종이책’ 이용률은 해마다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난해 3월 발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종이책 독서율은 2013년 71.4%에서 2019년 52.1%로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언론에서는 부족한 독서는 곧 표현력과 공감 능력의 저하로 이어진다며 독서의 부재로 인한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독서의 전면 후퇴는 한 문명의 퇴락이고 역사의 퇴보이며 인간의 퇴화’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허윤 대표는 의외의 답을 내어 놓았다.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엄밀히 얘기하면 교육적인 의미나 교양적인 의미의 부채감으로 다들 마음속에 남아 있는 듯해요. 하지만 책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도 충분히 지식을 소비할 수 있다고 봐요. 초중고 12년의 과정과 4년의 대학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책을 접하게 되는데 굳이 또 성인이 되어서도 책을 읽어야 된다고 강요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독서를 강요할 순 없지만 책을 가까이 함으로써 얻는 득에 대해서도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 지식과 경험 사이에서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봐요. 사실 직접적인 경험만으로 내적 성장을 하기에는 제한적이고 자신이 축적한 경험으로 내린 결론들과 방향성을 책을 통해 계속해서 교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책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삶의 로드맵을 계속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요.”

 

 


 

e-book 편하지만 아직은 종이책

 

‘세계 최고의 독서가’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알베르토 망구엘은 앞서 언급한 보르헤스가 시력을 잃어가자 4년 동안 그에게 책을 읽어주며 큰 영향을 받아 보르헤스의 뒤를 이어 아르헨티나의 국립도서관장직으로 근무한 인물이다. 그는 서재에 3만 5천 권의 책을 보관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종이의 촉감, 제본과 잉크 특유의 향, 그리고 책을 손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묵직함을 사랑한다.

 

 

사진=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무거운 종이책을 디지털 파일로 담아 읽을 수 있는 e-book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꽤 익숙한 존재다. 가격도 싸고, 스마트폰이나 e-book 전용 단말기 하나면 어디든 제한 없이 책을 소지하며 읽을 수 있다 보니 e-book 구입만 고집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e-book에 긍정적이라도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나우앤서베이 패널 1905명(남성 991명, 여성 914명)을 대상으로 ‘e-book 관련 설문조사’라는 주제의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eBook을 읽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체의 82%로 상당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약 절반 가까이가 온라인 도서 사이트를 통해 e-book을 소비하고 있었고, 네이버 시리즈(21%), 카카오페이지(20%), 공공 전자도서관(17%), 아마존(2%)이 뒤를 이었다.

e-book에 대한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다. 보통(48%)을 제외하고 만족(31%), 매우 만족(11%)을 합한 수치만 해도 41%에 이른다. 불만족과 매우 불만족은 전체의 10% 미만으로 적었다. 다만, 책 형태의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종이책 70%와 e-book 30%로 큰 격차가 드러났다. 종이책을 e-book보다 선호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종이책이 더 보기 편하다고 답했으며(56%), 소장의 즐거움이 있다(31%)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나우앤서베이 설문조사 20.02.05~20.02.18

 

 

책을 읽는 행위와 실물 소장 같은 아날로그 감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하고 있으며, 정보를 편리하게 습득하는 행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대체로 e-book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허윤 대표 역시 아직은 종이책만이 전달할 수 있는 감성을 선호하고 많은 독서인들이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이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고객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기능이 비블리에 추가되었는데 바로 찾아가는 서점이다.

 

 


 

책을 받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송

 

2010년 미국 펜셀베니아 대학 와튼스쿨 동기 네 명이 ‘미국 안경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창업한 회사가 있다. 이곳은 오프라인 판매 방식을 고수했던 기존 안경 업계와 달리 ‘온라인’을 통한 판매를 선택했다. 단순히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되는 가장 쉬운 구조라고 생각했다. 디자인부터 제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단축시켰다.

‘사람들이 안경테를 착용해보지도 않고 온라인으로 구매를 할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업체는 3단계의 주문 과정을 거친다. 먼저 업체 홈페이지를 통해 마음에 드는 안경 5가지를 고르면 샘플이 집으로 배송 된다. 그러면 고객은 5일 동안 안경을 착용해본 뒤 가장 마음에 드는 안경을 선택하고 시력검사 결과와 눈 사이 거리 등을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2주 뒤 맞춤 제작된 안경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드는 배송 비용은 업체가 전액 부담한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브랜드 론칭 48시간 만에 2000건의 주문이 들어왔고 창립 첫해에만 2만 개의 안경을 팔았다. 창립 3년 차에는 25만 개, 2015년에는 100만 개를 돌파했다. 연간 1억 달러(약 119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업체는 2021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업가치 8조 원의 와비파커이다.

 

 

출처=와비파커

 

 

‘비블리’는 해당 모델을 도서에 적용하여 책 배달 서비스 ‘집으로 찾아가는 서점’을 실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여타 서비스와 달리 이용자에게 도서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도서 큐레이션을 받은 이용자는 한 번에 최대 다섯 권까지 주문(무작위 추천도 가능)할 수 있는데, 5일간 책을 읽은 뒤 구매(10% 할인, 5% 적립)할 책은 주문서를 작성해 제출, 비용을 지불하고, 반송(신청한 책 모두 반송 시 3,000원 부과)할 책은 포장해 문 앞에 내놓으면 자동 수거된다.

 

출처=’비블리’

 

 

사실 해당 서비스에 대해서는 비블리의 진성 고객조차도 우려가 많았다. 

“비블리 ‘찾아가는 서점’ 무리하게 운영하다가 망하는 거 아니죠?”

이용자 관점에서는 무척 편한데 대형서점도 아닌 스타트업이 실현하기에는 다소 과감해 보였다. 특히 외부에서는 이용자의 도덕성에 의해 수익성이 크게 좌지우지될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는데 허윤 대표는 이 서비스를 통해 책을 구매하지 않던 사람들도 책을 더 가까이하게 되었다며 더 적극적으로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책을 계속적으로 주문하고 구매 없이 반송하는 일부 이용자들이 있지만 이들 또한 언젠가는 분명히 비블리의 중요한 고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머니 형편이 여유롭지 않은 학생들이 구매하지 못하고 반송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그 마저도 비블리가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비블리를 7년간 운영하며 찾아온 좌절의 순간들

 

외부에서 바라본 비블리는 지난 7년 동안 큰 어려움 없이 꾸준히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허윤 대표 역시 종종 좌절과 고난의 순간들이 찾아왔다.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 언제인 줄 아세요? 사실 법인통장에 잔금이 바닥을 드러내는 때고 아니고, 신체적으로 피로하고 아픈 때도 아니에요. 같은 비전을 향해 나아가던 동료들이 하나 둘 스타트업을 떠날 때예요. 단단하다고 생각했던 이 조직이 무너지거나 와해되면서 균열이 느껴지는 순간 엄청난 불안감과 고독감이 엄습해와요.”

지난 7년 동안 비블리 구성원은 허윤 대표를 포함한 2명 외에 모두 바뀌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비블리를 성장시키며 7년이란 세월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버텨온 동력은 무엇일까?

 

 

Mudassir Ali 님의 사진, 출처 : Pexels

 

 

“비블리라는 서비스에 대해 애착을 갖고 이용해주시는 분들 때문에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어요. 운영을 몇 년 하다 보니 저보다 그분들이 서비스가 중단될까 봐 더 걱정하세요. 싸이월드가 그랬던 것처럼 서비스가 종료되면 단순히 앱 하나가 끝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이용자들의 추억과 데이터가 함께 소멸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비블리는 비록 책을 읽는 인구는 줄더라도, 책을 읽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서비스를 이어가는 것이 그들과 이룬 정서적 공동체를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의 비블리의 행보

 

모두가 힘든 시장이라고 하는 도서 시장에서 비블리는 7년을 살아남았고 진화했다. 앞으로의 7년 역시 비블리가 끊임없이 진화해 갈 시간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도서 시장이 점진적으로 수축하고 비교적 혁신이 적은 분야여서 신규 투자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찾아가는 서점’이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은 만큼 비블리의 본격적인 성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에는 책이라는 틀은 사라지고 지식을 응축한 다른 형식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몇 세기 동안 풍파를 이겨내고 지식과 역사가 후세대에도 전해진 것처럼 지식의 생산·보존·전달 과정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더욱더 진화한 비블리가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해당 콘텐츠는 Jimmy Ch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