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하는 프로젝트에 스스로 참여 … ‘리드(Lead)’도 가능
  • 실리콘밸리 연봉 아닌 세금 공제 후 실수령액 비교해야

 

 


프로젝트 맡을 것인가, 받을 것인가

 

오늘은 회사에서 업무를 맡는 방식의 차이로 글을 시작해 볼까 한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는 매년 초 임원, 그룹장, 파트장들이 함께 모여서 1년과 분기 단위로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고, 각 프로젝트에 팀원들을 알맞게 배정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에도 계획에 없었던 크고 작은 과제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때에도 각 팀원에게 일을 적당하게 분배함으로써 팀 전체적으로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은 파트장 혹은 그룹장의 몫이었다.

이곳 실리콘밸리 역시 연말에 팀 매니저가 새해에 진행할 굵직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몇몇 주요 프로젝트에는 팀원을 미리 배정한다. 다만 한국과 다른 부분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직원들에게 상당 부분 열려있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프로젝트 간 연계성이 있으면 개별 프로젝트를 하나로 묶어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참여하고 싶은 프로젝트에 배정받지 못한 경우, 연계된 프로젝트를 잘 해내면 자신이 원하던 프로젝트에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 때문에 연계된 프로젝트들은 일부러 만들어내기도 한다)

 

 

ⓒ 셔터스톡

 

 

지난번 연재에서는 실리콘밸리의 개인화된 업무환경과 성과주의 문화를 소개했는데, 이곳에서는 어떤 일을 할지 결정하는 것도 개인의 역량에 달려있다. 자신이 잘하는 부분을 조직에 어필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다면 배정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합류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반대로 프로젝트 중 기여도가 떨어지는 팀원은 매니저에 의해 가차 없이 교체되기도 한다. 물론 정해진 멤버만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있지만, 많은 경우 팀원들의 프로젝트 합류나 이탈이 유연한 편이다.

팀원 개인이 프로젝트를 발제해 리드(Lead)를 맡는 경우도 많다. 스스로 컨셉을 잡고 일정 수준 작업을 진행한 후, 팀에 이 작업이 꼭 필요한 이유를 인정받는 경우다. 이때는 개인 과제였던 작업이 팀 과제로 바뀌고, 발제한 개인이 해당 프로젝트를 리딩하게 된다.

 

 


의사결정 구조의 차이

 

한번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끊임없는 의사결정 과정이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의견이 나뉘면 상급자 의견에 따르는 경향이 강했다. 성과가 좋지 않으면 상급자가 책임을 지는 구조기 때문에 팀원들은 자신의 의견과 달라도 팀장의 의견대로 디자인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문화는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일의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상급자가 한번 결정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더 위의 리더십이 그와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게 되면 결정이 뒤바뀌는 단점도 있었다.

한국에서 겪었던 의사결정 과정이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었다면, 이곳의 의사결정 과정은 끊임없는 비판과 논쟁, 설득의 연속이다. 작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 옆 팀 사람들도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심지어 싸우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의사결정 후에는 아무 일 없던 듯이 서로 잘 지낸다.1) 

 

 

ⓒ 셔터스톡

 

 

아무래도 ‘과장님’, ‘차장님’하고 부르는 문화가 아니라 CEO 마저도 전부 서로 이름을 부르는 문화이다 보니까, 팀장의 의견에 신입 인턴이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렇듯 누구라도 의견을 쉽게 내기 때문에 일의 진행 속도는 한국에 비해 더딘 편이나, 한번 결정된 것들에 대해서는 의견이 쉽게 뒤바뀌지는 않아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속도가 느리다고 할 수는 없다.

또 여기서는 윗 사람이나 동료의 의견대로만 따라가는 사람을 ‘겸손하고 성실하다’라고 평가하는 대신, ‘자기 주관이 없고 수동적’이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기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동료와 논쟁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같은 ‘예의 바른 동양인들’에게는 이곳의 의사결정 과정이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예의 바른’ 틀을 벗는 노력을 해야 한다.

 

1) 이곳에서도 제 직급이 올라갈수록 상급자의 목소리가 더 큰 영향력을 갖는 장면을 점점 많이 목격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무자(IC; Individual Contributor)끼리는 여전히 수평에 가까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집니다.

 

 


실리콘밸리 억대 연봉, 실수령액은?

 

한국 대기업은 신입사원 공채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내가 받는 연봉이 입사 전 대부분 정해져 있었다. 매년 성과와 연차에 따라 연봉은 달라졌지만, 직원 개개인이 회사와 협상을 할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었다. 매년 초 변경된 연봉 계약서에 서명하고 나면, 그 후 12개월간 그에 따라 월급과 보너스를 받게 되는 식이었다. 물론 경력직으로 입사한 경우에는 입사 전 연봉 협상을 할 수 있지만, 역시 입사 후에는 회사의 연봉 테이블을 따라가게 된다.

한편 이곳에서는 신입사원 공채를 비롯해 일괄적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개념이 없다. 당연히 같은 직급의 사람이라도 연봉은 제각각이다. 모든 직원은 신입이든 경력직이든 상관없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 인사 팀과 연봉 협상을 진행하고, 이 협상에서 최종 결정된 연봉이 정식 합격을 알리는 오퍼 레터(Offer Letter)에 명시된다. 

연봉은 보통 기본급(Base Salary)과 보너스(Bonus)로 나눠진다. 입사 시에만 주는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나 다른 주에서 이사할 경우 주는 초기 정착 비용(Relocation Fee) 등의 추가 금액이 있고, 회사에 따라 주식(RSU 혹은 스톡옵션)을 주는 경우도 많다. 회사 내에서 직급이 오를수록 연봉이 오르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같은 직급으로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편이 연봉이 훨씬 더 많이 오른다.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는 보통 3-4년씩 근무하다가 이직하는 것이 무척 흔한 일이다.

 

 

ⓒ 셔터스톡

 

 

실리콘밸리에서는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연봉 1~2억이 한국에서의 1~2억과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에서 연봉 $10만(약 1억 2천만 원)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연방 세금, 주 세금, 사회보장 세금 등의 공제액을 모두 합산하면 캘리포니아 주 기준으로 세금으로만 월급의 35~40%가 나가게 된다.

고정 생활비도 한국보다 높다.  2~3인 가족의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인 침실 1개와 화장실 1개가 딸린 아파트의 경우 월세가 $2,300~$2,700 정도이고, 매년 5~10%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이 동네는 차량이 없으면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동차 할부 혹은 리스 금액과 보험료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연봉  $10세금 $4월세 $3 = 실수령액 $3

 

단순히 세금과 월세만 제외한 금액이 $3만이고,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한 달에 손에 쥐게 되는 돈은 $2,500(약 300만 원) 정도다. 여기에 자동차 등 각종 비용을 제하면 결국 집에 가져오는 돈은 $2,000(약 240만 원) 남짓이 된다. 연봉 $10만(약 1억 2천만 원)을 받는다면 말이다. 이런 이유로 대학교나 대학원 졸업자들도 손쉽게 연봉 $10만 이상을 받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세환 / Design Manager, Lead

현재 실리콘밸리에 있는 eBay에서 Payment Design Team의 Design Manager 및 Lead를 겸하고 있다. 이 전에는 SAP, 삼성전자에서 근무했으며, B2B 및 B2C, 그리고 design system, eCommerce, payment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디자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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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스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