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가 성공적인 상장을 하려면 과감한 한 수가 필요합니다

 

 

그래요 우리는 상장을 해야 합니다

 

 11번가도 이커머스 IPO 대열에 합류합니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증권사 10여 곳에 입찰 제안서를 발송했다고 하는데요. 지난 2018년 5,000억 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진행하면서 5년 내 IPO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것이긴 했습니다.

 

 

상장을 향한 11번가의 꿈, 그런데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design by 슝슝)

 

 

 문제는 시장 상황이 만만치가 않다는 겁니다. 코로나19는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가고 있어, 시장 성장성은 떨어지고 있는데, 금리 인상 이슈로 증시는 불안합니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최고의 성과를 낸 쿠팡의 IPO도, 상장 직후는 찬란했지만 현재 주가는 공모가를 한참이나 밑돌고 있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1번가를 비롯한 이커머스 기업들이 올해와 내년, 앞다투어 상장에 도전하는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투자 유치 당시 상장 조건을 내걸거나, 설사 관련된 약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이들이 상장하도록 압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아무리 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아무나 상장을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더욱이 업계에서 바라보는 11번가의 목표 기업가치는 대략 4조 원에서 5조 원 사이입니다. 작년 이베이코리아가 인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4조 3,000억 원 내외인데요. 이베이코리아보다 거래액 볼륨도 작고, 심지어 적자 상태인 11번가가 과연 성공적인 IPO를 수행할 수 있을까요? 

 

 

딜의 몰락, 오히려 빛나는 11번가

 

  그러면 정말 11번가에는 희망이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11번가가 가진 장점도 분명히 많습니다. 11번가가 역동성을 잃고 침체되기 시작한 , 이커머스 시장이 중심의 가격 경쟁에서 빠른 배송이 상징하는 편의성 경쟁으로 재편되면서부터입니다. 여기서 승기를 잡은 것이 바로 쿠팡이었고요. 이러한 변화 속에서 딜 중심의 운영을 고수하던 플랫폼들도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합니다. 위메프는 메타쇼핑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었고요. 티몬도 브랜드 풀필먼트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11번가는 여전히 가격이라는 가치를 놓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작년에 론칭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역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11번가가 비슷한 길을 가던 티몬과 위메프와 달리, 극단적인 전략 변경을 고려하지 않은 건, 둘과 달리 여전히 튼튼한 기초 체력을 자랑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11번가는 여전히 안정적인 트래픽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유가 있습니다 (출처 : 아이에이지웍스 모바일인덱스HD)

 

 

 일례로 최근 3년간 11번가는 꾸준히 트래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니 심지어 여전히 방문자 기준으로는 쿠팡에 이은 2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이에 반해 위메프와 티몬의 앱 트래픽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요. 물론 코로나로 인한 고성장 시기를 놓친 건 안타까운 일이나, 그래도 11번가는 분사 이후 조금씩이나마 매출을 성장시켜 왔습니다. 2020년에는 깜짝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고요.

 이와 같은 튼튼한 기초체력과 메이저 이커머스 플랫폼 중 거의 유일하게 남은 딜 중심의 플랫폼이라는 입지 덕분에 11번가는 앞으로도 급격하게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더욱이 최근 급격하게 성장한 올웨이즈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특가를 원하는 소비자층은 유의미하게 남아있기도 하고요.

 

 

과감한 수가 필요합니다!

 

 다만 기존의 것을 유지하거나, 조금 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딜 중심의 특가 모델이 어디까지 통할지도 미지수고요. 한때 알리바바를 위협하던 핀둬둬의 기세가 꺾인 것처럼, 여전히 빠른 배송을 앞세운 전략은 스스로의 강력함을 증명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특가는 플랫폼 파워만 있다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네이버의 존재는 11번가에게 매우 치명적입니다. 네이버는 구색도 압도적이고, 막강한 검색 장악력과 트래픽을 기반으로 언제나 최저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11번가는 작년부터 다시 직매입을 확대한다고 선언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영업적자 폭만 커지고 효과는 기대 이하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문제는 11번가가 과감하게 지르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11번가가 한때 당시 시장 1위 G마켓을 위협하며 시장을 뒤흔들 수 있었던 건, 그만큼의 투자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 11번가는 재무 건전성이라는 기준에 너무 매몰되어, 역동성을 다소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현재 11번가는 IPO 및 IR 전문가와 더불어, M&A 및 신규 사업 전문가를 동시에 채용 중입니다. 무언가 이러한 평가를 뒤집을 과감한 한 수를 11번가가 보여줄 수 있을까요? 내년까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제한된 시간 속에서 11번가의 다음 행보가 어떨지 매우 궁금해집니다.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