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유니버스 어떻게 만들까? Part I.

 

 

지난 글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볼까요? 플랫폼 기업과 전통 기업은 태생적으로 비즈니스 도메인이 다릅니다. 플랫폼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죠.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고객들은 모두 디지털에 있고, 디지털 미디어들을 보고 있다는 점이죠.  

때문에 전통 기업들도 디지털 공간 안에 ‘브랜드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우리의 고객들이 브랜드의 세계관 안에서 함께 놀고,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게 만듭니다. 문제는 엔터 기업이 아닌 이상, 이것을 메인 비즈니스와 연결하는 방법이 애매해진다는 점이죠.

빙그레우스 팬이라고 꼭 바나나 우유를 사고,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좋아한다고 시몬스 침대를 사란 법은 없으니까요. 플랫폼 기업들은 적어도 자체 플랫폼 안에 묶어두기라도 하는데.. 전통 기업들은 브랜드 유니버스만으로 경쟁이 될까요?  

 

 


 

 

이젠 ‘플랫폼’도 ‘클라우드’로…

 

제 의견을 말하기에 앞서 잠깐 메타버스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여기서도 메타버스 얘기인가? 하실 수 있지만 변화된 플랫폼의 정의부터 명확히 하지 않으면 뒤의 이야기를 풀어갈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젠슨 황은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과 어도비, 오토데스크를 언급하며 ‘다른 세상’이라는 말을 썼다. 예를 들어 동물의 숲과 포트나이트는 다른 게임이다. 각각 다른 게임이고, 두 게임을 개발한 회사도 다르고, 게임 속 모든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두 캐릭터가 만날 일이 없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을 사용하게 된다면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의미로 확장해 생각할 수 있다.

메타버스 이미 시작된 미래 | 이임복

 

여기에서 제가 주목한 부분은 플랫폼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 참조)

나이에 따라서는 무슨 말인가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1980~90년대 PC 통신 시절, ‘하이텔’과 ‘천리안’을 동시에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요즘 예로 바꿔 말한다면 ‘엑박’과 ‘플스’의 유저가 동시에 게임을 하는 경우로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린 네이버로 뉴스를 보면서 유튜브로 음악을 들고, 친구와 톡을 합니다. 예전엔 TV 드라마를 보려면 몇 시에 어느 채널(즉, 어느 방송국)에서 하는지가 중요했지만 이제 그런 건 신경 쓸 필요가 없죠. 리모컨 전쟁도 옛말입니다. 위에 언급한 엑박과 플스를 쓰는 유저도 이제 함께 포트나이트 게임을 할 수 있죠. 

 

 

 

 

, 그럼 플랫폼의 다음 단계는 뭘까요?

 

흔히 메타버스 하면 예전의 ‘세컨드라이프’나 ‘심시티’ 같은 개념으로만 생각하기 쉽죠. 아마도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영화나 VR의 영향이 클 것 같은데요. 저는 플랫폼들의 플랫폼으로 봅니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가 경계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모호(blur)해지는 겁니다.

앞서 언급한 하이텔/천리안, 엑박/플스, 지상파/케이블/유튜브 등의 경계가 무너진 것처럼, 플랫폼과 플랫폼,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가상과 현실이 무너지는 것도 어느 순간 뉴 노멀이 될 수 있습니다. 한때 유행한 말로 ‘심리스(seamless)’라는 거죠. (요즘엔 속옷에서만 쓰는 표현이지만..)

100 Text가 불여 1 Video이니.. 아래의 영상을 한번 보시죠.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공간에서 일을 하는 모습. 실제 컴퓨터는 어디에 있을까? (ⒸMeta Quest)

 

 

실제 컴퓨터는 어디에 있을까요? 직장에? 집 어딘가에? 그리고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나 앱들은 하나하나 설치를 해야 하는 걸까요?

 

개별 플랫폼들은 더 거대한 플랫폼 안에 녹아들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당근마켓, 배달의 민족 등 나에게 필요한 앱을 설치하고 그 세계 안에서 네트워킹이 이루어지지만, 메타 플랫폼의 세상에서는 경계가 아예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메타 플랫폼이란 ‘메타’라는 회사의 플랫폼 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유튜브는 영상 아카이브,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는 음식 배달, 카톡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여전히 사용되겠죠. 하지만 우리가 넷플릭스나 티빙 같은 공간 안에서 이게 어느 방송국에서 만든 콘텐츠인가를 따지지 않는 것처럼 내용이, 그리고 나의 취향에 따른 알고리즘(또는 큐레이션)이 더 중요해지게 됩니다. (기사 링크)

여기까지 보신 분은 왜 ‘브랜드 유니버스’ 얘기하다가 메타버스까지 흘렀는지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미 우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라이브 쇼핑을 하고, 블로그를 통해 판매를 하는 단계에 와있죠. 이 글에도 유튜브 영상이 삽입되어 있고, 여러분은 카톡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글을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소셜미디어와 커머스 채널의 구분은 의미가 있을까요? 외부 채널과 내부 채널에 대한 구분은 명확할까요? 이제 우리가 자체적인 플랫폼을 가지고 있느냐 보다, 공통된 선호를 바탕으로 한 독자적인 유니버스를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슈퍼앱을 가지면 좋겠지만 그건 일부 유니콘들의 이야기니 우리는 다른 길을 모색해야겠죠.

 

 


 

 

이야기가 다소 복잡해졌는데요. 제가 쓰는 글은 대체로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들을 주요 대상으로 합니다. 아마도 제가 만났던 광고주들 상당수가 전통적인 기업들인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의도 역시 ‘브랜드 유니버스라는 게 이렇게 어렵다'(웬만하면 포기하시라..)하는 것이 아닌,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도 브랜드 유니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과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원래 이번 글이 그래서 어떻게 브랜드 유니버스를 만드는데? 에 대한 부분입니다만.. 글이 길어지고 내용이 복잡해서 2개로 나누어 올립니다. 

 

 

최프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