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의 채팅 서비스와 카카오톡의 구독 ON 서비스는 왜 종료됐을까?

 

 

2023년 초부터 IT 업계에는 ‘서비스 종료’ 기사가 여기저기 나고 있다. 기사가 나지 않은 서비스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기획자라면 알 것이다. 쉽게 태어나는 서비스는 단 하나도 없다.

처음 리서치부터 시작해서 데이터 분석, 그리고 경영진의 컨펌, 수많은 논의를 거쳐 서비스 출시가 결정되고, 수많은 디자인, 개발, qa 과정을 통해서 유저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서비스를 선보인다.

그러나 그중에서 성공하는 서비스는 극히 일부이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출시했던 서비스도, 막상 유저에게 보여주면 외면을 받기도 한다. 이는 서비스 기획자 입장에서 실패라고 느껴진다.

 

 


 

 

우리는 보통 잘된 서비스, 성공한 서비스에서 그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서비스를 분석하고 종료한 서비스, 실패한 서비스는 잘 들여다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백종원 선생님을 생각해보자.

좋은 식당의 비법을 찾으면서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아쉬운 식당들이 손님이 없는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아내는 것에서도 우리는 맛집이 되는 법, 하다 못해 재료 보관법, 손님 응대법 등 무엇이라도 배운다.

 

 

 

 

이와 비슷하게 종료한 서비스가 왜 만들어졌고 (유저의 니즈를 잘못 파악한 건지?), 왜 유저의 선택을 받지 못했는지 (실행을 잘못한 건지?), 그리고 종료로부터 얻은 것은 무엇인지를 공부함으로써도 기획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종료한 서비스, 과격하게 말하면 실패한 서비스를 분석해보며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서비스 선정 기준은 우리가 알 만한 기업이자, 출시한 지 2년 이내에 종료한 서비스로 선택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해당 서비스를 비난하고자 하는 마음은 전혀 없음을 알린다.

 

 


 

 

1. 토스 채팅 서비스 (2021.09.~2023.02.)

 

왜 만들었을까?

 

토스에는 송금, 주식 외에도 부동산 시세, 보험, 증명서 떼기, 자동 납부 등 다양한 기능이 참 많다. 그런데 우리는 토스 같은 금융 서비스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들어오기 때문에 (”송금해야지”) 이 많은 서비스들이 있어도, 뭐가 있는지 돌아볼 기회조차 없다. DAU(일간 순방문자수)와 체류시간을 높인다면 유저가 토스 서비스를 더 이용할 기회가 많아질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이걸 염두에 두고 계속 고민해보자.

‘송금’이라는 기능은 실제로 돈이 오가는 아주 중요한 행위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돈을 보내고 바로 친구에게 ‘돈 보냈어~’라고 연락을 한다. 토스는 여기서 메신저의 씨앗을 찾아냈을 것이다. 송금을 주고받는 사람들끼리 채팅을 할 수 있는 서비스의 시작 말이다.

특히 토스가 잘하는 직관적이고 쉬운 UX/UI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복잡해지는 카카오톡에 비교했을 때 훨씬 강점도 있다. 그리고 카카오톡의 오픈채팅방처럼 관심사별로 만들어지는 채팅방이 있다면 보험, 금융상품 등의 정보 교류가 이루어지고 이는 토스 서비스의 구매 전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 마디로 토스는 채팅 서비스를 통한 서비스 체류시간 증가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이용해볼 기회를 주고, 또 실제 금융상품 구매 전환까지 이어지는 기회라고 봤을 것이다.

 

 

출처 : 토스 캡처

 

 

왜 유저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까?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메신저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메신저는 네트워크 효과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메신저는 혼자 쓰는 서비스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대화’를 하는 서비스이다. 나만 이 메신저를 쓴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 친구도, 우리 엄마도 써야 대화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미 이 시장을 장악한 서비스가 있다면 신규 메신저가 진출, 그리고 점유를 하기는 어렵다.

이를 이겨내려면 ‘엣지’가 필요하다. 다른 서비스에는 없는 그 서비스만 가진 무언가 말이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의 ‘컨텐츠’가 엣지이다. 계속해서 말할 소재가 스토리, 콘텐츠로 올라오니까 우리는 DM을 보낼 이유가 생겨난다.

 

 

 

 

그렇다면 토스는? 송금이 엣지라고 하기에는 이미 카카오톡에도 송금, 정산 등의 고도화된 기능이 갖추어져 있다. 따라서 유저들은 다른 메신저 대신 토스 메신저를 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이와 별개로 실무자의 고민으로써는 운영 관리 ‘노하우’도 한몫 했을 것 같다. 카카오톡은 십몇 년 전 아주 간단한 기능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오픈채팅까지 범위를 넓혔고,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아주 많은 이슈들을 겪었다.

특히 익명성이 기반인 오픈채팅에서는 상상도 못한 다양한 케이스들을 겪으며 직접 운영하는 노하우를 얻었다. 실무에선 이런 노하우도 매우 중요하다.

토스는 안 그래도 돈을 다루는 risk가 있는 영역인데 익명성까지 더해 risk는 더 커졌다. 이런 risk를 다루기에 토스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을 배웠을까?

 

일단 메신저를 만들려면 기존의 서비스와 다른 완전히 새로운 베네핏을 제공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용자 수가 확 감소하긴 했지만, 출시하자마자 많은 관심을 받았던 본디는 이 베네핏 측면에서는 성공했다고 본다. 자신의 캐릭터를 꾸미고 방을 꾸미고 상태를 정할 수 있고 그래픽이 고도화된 서비스는 본디만이 줄 수 있던 베네핏이다. 이 베네핏은 유저들이 그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를 만들어준다.

 

 

출처 : 애플 앱스토어

 

 

토스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메신저 대신 게시판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는 주식 종목의 하위 메뉴로 커뮤니티가 있어서 유저가 직접 글을 작성할 수 있지만, 메뉴를 좀더 확장시켜서 종목을 넘나드는 글 작성 공간이 있으면 어땠을까?

 

 

2. 카카오톡 구독 ON (2021.06.~2023.01.)

 

왜 만들었을까?

 

카카오톡 구독 ON은 칫솔, 꽃 같은 유형 상품부터 청소, 강아지 목욕 같은 무형 서비스 등을 정기적으로 구독, 자동 결제되는 서비스이다. 구독 서비스는 매출이 규칙적으로 발생한다는 안정성과, 한 번 서비스 구독을 시작하면 서비스에 락인되는 효과도 있어 많은 커머스들이 탐내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카카오톡은 이미 커머스 사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정기 구독 모델을 만든 건 구독ON이 처음이었다. 카카오톡의 어마무시한 트래픽 + 흩어져있는 구독 상품들을 한 곳에서 모아서 관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구독 ON 출시 당시 많은 기대를 받았다.

 

 

카카오 기업사이트

 

 

왜 유저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까?

 

일단 구독경제 모델에 대해 알아보자. 구독경제에는 크게 4가지 모델이 있다.

  • 정기적으로 상품을 배송 받는 정기 배송 모델(ex. 쿠팡 정기 배송)
  • 일정 기간 동안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 이용 모델(ex. 넷플릭스, 멜론)
  • 일정 기간 동안 상품을 대여하는 렌탈 모델(ex. 정수기, 비데)
  •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에 금액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동안 사용하는 클라우드 구독 모델(ex. AWS, Adobe)이 있다.

그 중에서도 이커머스에서 구독경제 모델은 크게 정기 구독 모델과 멤버십 구독 모델로 구성된다.

정기 구독 모델은 꽃, 샐러드, 휴지 등 소비자가 주기적으로 주문하는 상품들을 정기적으로 배송이 오도록 하는 구독 모델이고, 멤버십 모델은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내면 해당 기간동안 그에 맞는 배송비 무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받는 ‘멤버십’ 모델이다.

카카오 구독 ON은 구독경제 모델을 선택했고, 비슷한 시기에 구독 서비스를 런칭한 네이버는 ‘멤버십’ 모델을 선택했다.

 

 

네이버 정기 구독 모델

 

 

구독 모델의 핵심은 바로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해서, 고객생애가치를 키워가는 것이다. 고객이 상품을 한 번 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점점 그 상품에 대한 팬이 되어가고, 서비스도 그 고객의 생애가치에 맞는 밸류를 계속해서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카카오 구독ON을 생각해보자. 여러가지 구독 서비스들을 모아서 보여주고 있지만, 구독자가 원래 사용하던 서비스가 없다면 과연 매력을 느낄까?

이미 팬인 상품이 있고 거기에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며 혜택을 준다면 ‘오!’ 하고 기뻐하며 쓰겠지만, ‘우리 이제 구독 서비스 시작하니까 와서 괜찮은 거 사용하세요~’ 한다고 구독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팬 → 구독이어야하는 방향인데, 카카오 구독 ON은 구독 → 팬의 방향을 고려한 듯 하다.

 

 

무엇을 배웠을까?

 

위에서 말한대로 네이버는 카카오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카카오처럼 구독서비스를 모아서 큐레이션하는 것이 아니라, 정기 배송 이용 +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인 경우 최대 6%이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식으로 혜택을 제공했다.

유저가 계속해서 스마트 스토어의 상품을 구매했었다면 이미 그 스토어의 팬일 확률이 높다. 안 그래도 자주 사고 있었는데 구독하면 혜택까지 준다? 유저로선 선택할 만한 옵션인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의 정기 구독 솔루션은 론칭 5개월 만에 판매자 수와 신규 상품 수는 각각 333%, 350% 가량 늘어났으며 누적 이용자 수는 5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멤버십이 정기 구독보다 낫다는 거야?”라고 물으면 NO다. 구독 모델의 핵심가치는 고객의 생애가치를 키워가는 것이고, 사실 그건 카카오에서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우리는 10년 넘게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고, 모든 삶의 맥락에서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카카오는 고객이 지금 어떤 가치를 원하는지 알 수 있고, 또 제공할 수도 있다.

단순히 상품을 모아서 큐레이션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주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필자는 실패를 상당히 무서워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서비스를 기획하고 준비할 때 ‘아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매일 매일 한다. 그때 필자의 친구는 이런 말을 해주었다.

“도전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어.”

맞다. 실패가 무서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지금 하는 것만 운영한다면, 미래를 이끌어갈 동력이 없다. 실패가 무섭더라도 니즈를 찾아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회사에서는 꼭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오늘도 우리 서비스 기획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며 글을 마친다.

서비스 기획자들 파이팅!

 

 

쪼렙 서비스 기획자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