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신뢰를 얻으려면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마사지사 두 명이 있다고 치자.

 

  • 어떤 고객이 오던 정형화된 같은 코스를 제공하고 별도의 설명은 생략하는 A.
  • 고객의 불편한 부위를 물어본 후 맞춤형 마사지를 제공하며, 왜 어떤 부위를 마사지하는지 설명한 후 끝나고는 평소 스트레칭 방법까지 알려주는 B.

 

당신이 다음번에 마사지를 받을 일이 있다면 다시 찾을 사람은 누구인가? 누구에게 더 비싼 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으며, 후기를 남겨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선뜻 글을 쓸 생각이 드는 사람은?

당연히 B일 것이다. 이게 전문성의 차이다.

내가 생각하는 전문성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영업 직무의 예시를 들겠지만 다른 업무 분야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으니 참고 바란다.

 

 

출처: Unsplash

 

 

0단계.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파는 제품/솔루션의 기본적인 것만 알 때. 즉 내가 파는 것도 제대로 모르는 단계다.

본인이 파는 보험이 어떤 상해까지 커버하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 판매하는 펀드 상품의 운용 전략, 주요 투자처, 환율 반영 유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여기에 속한다.

 

1단계. 프로덕트를 안다. (초보)

 

내가 파는 것을 제대로 아는 단계다. 고객이 프로덕트에 대해 물어봤을 때 어떤 질문이든 막힘없이 대답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CRM 솔루션을 판다고 했을 때 다음과 같은 것을 알아야 한다. 초기 세팅은 어떻게 하며 맞춤 설정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솔루션의 비용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특정 ERP 솔루션과 연동이 되는지? 다른 제품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가장 활용도가 높은 기능은 무엇이며 어떤 기능까지 가능한지? 계약서에 특약 조항을 넣을 수 있는지? 등등

 

2단계. 고객을 안다. (중수)

 

내 프로덕트를 아는 것을 넘어서 고객이 처한 상황과 고객의 니즈 등을 고려해서 맞춤형 제안이 가능한 단계다. 여기까진 웬만한 중간 정도 실력의 영업사원들이 아는 수준이다.

광고 상품을 판다고 가정해 보자. 실질적인 수치와 가성비를 중시하는 고객과 브랜딩을 중시하는 고객에게 같은 상품 믹스를 제시해선 안된다. 전자에게는 ROAS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형 상품을 제시해야 하고 후자에게는 프리미엄 매체에 노출이 잘될 수 있는 상품을 제안하면서 광고 소재에 대한 의견까지 주면 좋다.

나아가 가성비를 중시하는 고객의 경우 해당 고객이 저렴한 단가 자체가 중요하다면 단가가 저렴한 매체와 얕은 퍼널을 목표로 하는 상품을 제안할 수 있고, 단가보다 효율성을 따지는 고객이라면 깊은 퍼널을 목표로 하면서 ROAS가 높게 나오는 상품을 제안해 볼 수 있다.

 

3단계. 경쟁사를 안다. (고수)

 

우리 제품에 비해 경쟁사와 경쟁 제품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고객의 니즈에 맞춰 왜 우리 제품이 그 니즈를 더 잘 충족시킬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단계다. 여기서부터 전문성의 차별화를 가져갈 수 있다. 내 경험상 1~2단계까지 아는 영업사원은 많아도 이 수준의 지식까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4단계. 시장 방향성을 안다 (전문가)

 

내 분야의 업계 동향을 알고 고객에게 관련 인사이트를 주면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단계다.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림(big picture) 제안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외국계 회사에서는 이를 thought leadership(사고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게임사 고객을 담당한다면 코로나 이후 게임 트렌드, 유저 성향 및 유저들의 플레이 시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최근에는 어떤 장르의 게임이 인기를 끌며 그들의 특성은 무엇인지, 메타버스와 NFT 등 새로운 트렌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영업조직을 이끌어가거나 중간급 관리자라면 이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중요한 미팅 자리 또는 외부 행사에서 조직장 또는 총괄이 오프닝 및 클로징을 맡으며 시장의 동향을 공유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때 실무자들이 써주는 스크립트를 단순히 읽는 사람은 고객도 금방 알아챈다.

 

5단계. 분야를 넘어 전체적인 그림을 안다. (달인)

 

우리 회사의 다른 부서 업무 등, 내가 파는 것의 주변 지식까지 아는 단계​​다. 이를테면 벽지 도배를 하는 사람이 타일 미장까지 할 줄 아는 경우다.

나는 앱 광고주 영업 팀에서 광고 영업을 하는데 고객사에서 Google Play, Google AdMob, YouTube 관련 질문도 상당히 많이 하는 편이다. 하여 내 주관 분야는 아니지만 각 프로덕트에 대한 기본 지식을 익혀두고 고객의 문의에 보다 깊은 답을 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고객의 광고 전략뿐 아니라 ASO(앱 스토어 최적화)에 대해서도 몇마디 더할 수 있으며, 어떻게 앱 내 광고를 설계해야 사용자 리텐션이 길어지는지 등 첨언할 수 있다.

이 단계까지 가면 고객사의 C-level 또는 결정권자가 당신을 믿으며 당신에게 종종 상담(컨설팅)을 청할 것이다.

 

주니어라면 3단계까지 가도 훌륭하다고 본다.

어느새 조직에서 시니어가 된 나는 4단계 혹은 5단계를 지향한다.

 

 

 

 

 

배준현 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