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 vs 카카오VX, 스크린골프 특허 분쟁

 
 

지난 1065회 차 로또 당첨금은 18억 5천만 원.

매주 토요일, 단 6개의 숫자로 백만 불의 주인공이 정해진다. 평균 약 20억 원, 세후 약 14억 원에 달하는 로또 1등 당첨금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할 정도로 여전히 큰 상징성을 가지는 금액이다. 

당첨자의 복권과 같이, ‘특허’도 백만 불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어떤 특허를 백만 불짜리 특허라고 할 수 있을까?

 백만 불짜리 특허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특허의 속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특허는 내 기술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

 

경쟁사가 내가 열심히 공들여 개발한 기술을 탐낸다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한다면?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면? 그리고, 경고를 하였음에도 경쟁사가 기술 모방을 멈출 생각이 없다면?

당신에게 남은 선택지는 ‘특허 소송‘을 하는 것이다. 소송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내 권리를 지키기 위한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2016년 국내 스크린골프 선발주자인 골프존은 경쟁사의 제품 모방을 저지하기 위해 특허 소송을 제기하였다. 일찌감치 특허로 기술 장벽을 형성해 둔 덕에, 경쟁사에게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다. 경쟁사가 특허받은 기술을 적용하여 얻은 수익을 반환받는 조치도 취하였다. 그리고, 그 소송은 7년 만에 끝을 보이고 있다. 

특허법원은 카카오VX와 SGM에 각각 19억 2000만 원, 14억 6000만 원의 손해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골프존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까지 갔다가 환송되어 돌아온 길고 긴 분쟁의 여정을 거쳤다. 

 
 
 

2. 특허의 가치, 특허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유추할 수 있다. 

 

골프존은 단 하나의 특허로 인해 총 30억 원을 넘는 배상금을 받게 되었다. 특허의 가치를 숫자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비슷한 기술을 모방하는 자는 특허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시장진입의 장벽을 특허가 만들고, 이러한 장벽은 특허에 가치를 부여하는 요소이다. 

골프존이 가지고 있던 특허는 ‘비거리 감소율에 대한 보정을 제공하는 가상 골프시뮬레이션 장치 및 방법’이다. 스크린 골프에서 골프장 지형에 따라 골프 샷의 비거리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을 개선하는 언뜻 보기에 단순해보이는 기술이다. 공을 타격하는 매트 조건과 골프 시뮬레이션 코스의 지형 조건을 함께 고려하여 비거리를 보정하여 계산의 정확도를 향상하는 기술을 제품에 적용했다. 

골프존은 스크린 골프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2010년 특허를 출원하였고, 단 하나의 특허로 시장을 지켜내는 성과를 내었다. 골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제품을 개선시켰던 사소한 아이디어가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빛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단순한 기술을 반영한 특허일수록, 모방자의 유혹은 커지고, 더욱 큰 가치를 만들어 낸다.물론, 단순한 기술로 특허를 받기는 어렵다. 심플한 디자인을 구현하기 어렵듯이, 단순해 보이는 기술로 간결한 특허를 만드는 노력을 통해 고부가가치 특허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허가 가진 역설적 속성이다. 

특허청의 심사 장벽을 뛰어넘은 골프존의 특허는, 카카오VX와 SGM의 무효 공격에도 버텨내며, 간결하지만 세상에는 유일무이한 기술임을 증빙했다. 

 

 

출처: 특허청 키프리스, KR 10-1031432
 
 
 
 

3. 기술을 탐내는 자가 있다면, 특허의 가치가 비로소 드러난다.

특허의 가치를 매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특허를 사용하는 대가인 ‘로열티’를 기준으로 특허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번 사례와 같이 특허 침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배상금의 규모로 특허의 가치를 추정하는 방법을 활용해볼 수도 있겠다.  

A기업이 특허 침해를 하여 얻은 손해배상금이 10억 원이라면, 특허 침해를 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억 원 이상의 합의금을 주어야 한다. 손해배상금이 10억 원이라는 것은 특허권자에게 주어야하는 최소한의 금액이다. 

특허 침해자는 “제품” 판매가 중단되는 것을 넘어서, 비슷한 제품을 만들 수 없도록 더욱 강력한 조치로 제품 “생산설비”까지 파기하여야 한다. 특허법은 비슷한 특허 침해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비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법 규정을 두고 있다.특허 침해자가 이러한 손해를 면하려면, 특허권자의 자발적인 용서를 구하거나, 손해배상금보다 더욱 큰 합의금을 통해 원만한 분쟁 해결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B기업이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면 특허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배상금을 더욱 커진다. 특허의 가치는 기술을 탐내는 자가 많아질수록 커지는 속성을 가진다. 기술의 매력도가 특허의 가치를 높인다. 기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탐내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록, 특허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무형자산의 가치는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가치이다. 

특허 침해자는 숨겨진 진주와 같은 특허의 가치를 세상 밖으로 꺼내 보여주는 역할을 기꺼이 한 것이다. 

 

 

4. 특허의 가치는 시장에서 매겨진다. 시장이 커질수록 특허의 가치는 커진다.  

 

특허의 가치평가 방법은 일반적으로특허가 반영된 제품을 판매하는 매출액을 산정하여 특허 가치 산정에 반영한다. 

특허의 로열티는 “제품의 매출액”에 로열티 비율을 곱하여 계산되고, 특허의 손해배상금도 “판매된 제품의 매출액이나 수익”을 반영하여 산정되기 때문이다. 

즉, 제품의 매출액과 시장의 크기가 특허의 가치에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특허의 가치는 시장에 달려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스크린골프와 관련된 특허의 가치도 시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커지고, 제품/서비스의 매출액이 증가할수록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시장의 성장은 특허의 가치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국내 시장의 동향을 살펴보자.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가 조사한 ‘한국골프 산업백서 2020’에 따르면 2019년 스크린 골프 산업 규모는 1조 4천억 원으로 추산하였다. 2019년과 2021년 국내 골프 인구는 470만, 564만 명으로 2년간 약 100만 명 증가하였다. 이러한 통계는 특허의 가치도 함께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국외 시장의 동향도 비슷한 성장세를 보인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트레이츠 리서치’의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골프 시뮬레이터 시장 가치가 2021년 13억 1550만 달러(약 1조 6300억 원)에서 연평균 10.1%씩 성장해 2030년 33억 8000만 달러(약 4조 18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시장에서 중요한 기술을 특허로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정답이다. 

 

 


 

 

 

 

특허 분쟁은 PAR 5 롱-홀처럼 길고도 어렵다. 

그러나, 홀컵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필드의 지형을 파악하고, 자신의 스윙을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소중한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특허로 핵심기술을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누구나 탐낼만한 기술을 특허로 잘 보호하는 것, 특허의 도움으로 18홀 라운딩을 무사히 끝내는 지름길이다. 

글. 손인호 변리사. Copyright reserved 2023.

 

 

손인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