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에 deep-diving 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다.

 

“나는 깊이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

– 바뤼흐 스피노자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이자 IT 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는 2008년 《애틀랜틱, Atlantic》에 발표한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가?’라는 글에서 인터넷이 깊이를 잃어버린 지식을 양산한다며 디지털 시대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틀에 갇혀버린 기획자는 성장할 수 없다. ‘생각이 늙는 걸 경계하라’라는 말이 있다. 기획자는 특히 생각의 노화를 경계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우리에게서 시작되고, 조직 내 영감의 원천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뇌를 귀찮게 하자. 거리를 걸으며 “저건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저걸 저렇게 만들면 더 실용적일 텐데!”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보자. 사고력, 창의력은 근육과 같아서 자주 사용할수록 더 견고하고 예리해진다.

 

 

01. 현상과 문제를 구분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상’을 ‘문제’로 인식하는 잘못된 사고를 가지고 있다. 현상을 문제로 받아들이면 문제의 본질을 찾을 수 없다. 계속 진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채 엉뚱한 곳만 digging 하다가 하루를 다 보낸다.

A 기업이 사내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는데 만족도가 5점 만점에 2점이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현상’과 ‘문제’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현상’이란 우리 눈에 보이는 사실. 즉, 관측 가능한 사실(observable facts)을 말한다. 현상을 찾는 것은 비교적 쉽다. 사내 만족도가 2점이 나왔다는 사실이 현상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낮은 직무 만족도로 일에 몰입하지 못하여 업무 성과가 떨어지는 것, 또 그로 인해 능력 있는 사원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문제다.

 

현상(=observable facts) : 눈에 보이는 사실, 예상되는 결과
문제(=problem) : 현상의 원인,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

 

현상을 문제로 잘못 파악하고 회의에 들어간 적은 없는지 기억해보자. 아마 상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듣고 있었던 장면이 기억날 것이다. 진짜 문제가 아닌 현상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상과 문제를 분리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자. 현상과 문제를 잘 구분 짓는다면, 역기획이나 제안서도 보다 쉽게 쓸 수 있을 것이다.

 

 

02. 5-whys로 본질을 파악하기

 

모든 생각의 첫 단추를 why로 시작해보자. 우리의 일상에서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현상과 사물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재해석(reframing)해보는 것이다. ‘좋은 해답’을 제시하는 것보다 ‘진짜 문제’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

문제의 원인을 찾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일본 Toyota 시스템의 일부인 5-whys method가 있다. 이 방법은 너무나도 단순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추적하는 데 효과적이다. 유의미한 결론을 내릴 때까지 계속 why를 써 내려가며 본질에 다가가기 때문이다. 

아래는 미국의 유명한 시트콤 ‘럭키 루이(Lucky Louie)’의 에피소드 중 한 장면이다. 아이가 밖에 나가서 놀아도 되냐고 묻자 아빠는 “안돼”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아이는 “왜?”라고 맞받아 친다. 이런 실랑이가 몇 분 동안 계속된다. 한 아이의 말장난 같지만 결국 5-whys 방법론도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why’를 던진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이다. (영상과 달리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찾기 위함이므로 엉뚱한 방향으로 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5-whys method (이미지= kanbanize)
 

 

03. 창업가적 사고 기르기

 

생각의 관습을 깨고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가장 유용한 것은 창업가적 사고를 키우는 것이다. 창업가를 생각해보자. 기존에 있던 문제를 재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한다. 나아가 해결 방법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까지 구축한다. 그 내용이 더 구체화될수록 사고 영역도 확장된다. 완벽한 결론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결론에 최대한 가까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책 ≪일하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에서는 과거로 돌아간 사업가로 생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스티브 잡스였다면?’, ‘제리 볼드윈이 되어 스타벅스를 창업하는 입장이라면?’처럼 본인 스스로를 과거로 돌아간 사업가로 대입해 나였다면 어떻게 사업을 구성하고 전개했을지 상상해본다. 그리고 그 기업이 추구하는 모습과 어떤 점이 다른지 비교해보자. 

굳이 과거로 돌아갈 필요 없이 우리 주변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방법을 고민해보거나, 이미 사업화된 케이스에서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 특히, 이미 사업화가 된 경우라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이 나온 경우다. 본인이 봤을 때 그 기업이 진짜 문제를 모른 채 계속 헛발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창업가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04. 마치며

 

바야흐로 딥러닝(Deep learning)의 시대다. 기계는 입력된 데이터 안에서 여러 경우의 수와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답을 도출한다. 불확실성을 가진 답은 하지 않는다. 인간은 다르다. 스스로 사유하고 생각하며, 추론하는 것을 즐긴다. 불확실하지만, 그 불확실함 속에서 서로 더 나은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열렬히 토론한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기계보다 뛰어나다. 범접할 수 없는 사고의 확장 가능성. 그것이 인간이 가진 최고의 축복이며, 능력 있는 기획자의 필살기다. 늘 낯선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습관을 기르자. 대체 불가능한 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것이다. 기계가 딥러닝(deep learning)하면 우리는 딥 다이빙(deep diving)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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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드윅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