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디자이너와 UI/UX 디자이너는 무엇이 다를까?

 

사용성 개선만으로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 수 없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채용 담당자로서 다양한 디자이너 분들을 만나며, 디자이너로서 커리어 고민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는데요.

 

알고케어에서도 디자이너 포지션의 이름을 ‘프로덕트 디자이너’라고 부를지, ‘UI/UX 디자이너’라고 부를지 오랫동안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저희 포지션명을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확정했습니다. 그래서 알고케어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떠한 가치를 담고자 했는지 한 번쯤은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UI/UX 트렌드가 유행하면서 사용성은 중시하지만 ‘프로덕트’에 대한 고민은 적은 디자이너가 늘었다고 생각하여,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자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표현을 써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며 뛰어난 디자이너와 평범한 디자이너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는지 풀어보려 합니다.

 

 

 


 

사용자 중심의 UI/UX 디자인? 뻔한 포트폴리오의 특징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은 포트폴리오들

 

수많은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다 보면 사용자 중심으로 UI/UX를 디자인한다는 소개가 많습니다. 마치 ‘인간은 숨을 쉽니다’처럼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는데요. UI/UX 자체가 User Interface/User EXperience인데 User 중심이라는 건 동어 반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면서, 많은 노력이 들어갔지만 아쉬운 점이 많은 포트폴리오도 자주 보았는데요. 어디서 그 차이가 나오는 건지 오랫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그 결과, 단순히 ‘사용자 중심으로만’ UI/UX를 디자인하는 포트폴리오들은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편리함과 간소화만 추구한다.

 

작업 내용이 기능의 불편한 점을 편리하게 개선하거나, 불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하고 지엽적입니다. 예를 들어 어떠한 신청 프로세스를 4단계에서 3단계로 줄였다든지, 버튼을 클릭하지 않아도 리스트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리스트에 정보를 표기해 주는 등의 작업들은 프로덕트의 사용성을 개선하지만, 프로덕트의 가치를 가장 잘 전달하는 방식인 것은 아닙니다.

프로덕트 전체를 기획하고, 프로덕트의 핵심가치를 정의한 다음 디자인한다면 오히려 사용자가 불편함을 감수하게끔 만들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강데이터와 문진을 응답해야만 맞춤 분석을 내놓는 서비스라면 가입 직후 다소 번거롭더라도 건강정보 입력 절차를 거칠 때, 오히려 사용자는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얻기도 합니다.

뛰어난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에서 ‘사용자 중심’에 그치지 않고 ‘프로덕트 중심의’ 디자인 근거가 잘 드러납니다. 프로덕트를 먼저 정의 내리고 나서 그 프로덕트가 구현해야 하는 핵심 가치가 무엇이고, 해당 디자인 작업에서 그 가치가 가장 잘 드러나는 디자인을 어떻게 구현했는지를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 정보를 한눈에 보기 좋게 카드 형태로 보여준다’가 아니라 ‘가고 싶은 음식점을 쉽게 찾는다는 목적에 맞게 음식/청결/리뷰 등 필터에 맞는 이미지를 카드 형태로 보여준다’는 식의 미묘하게 다른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근거가 일반적인 디자인 원칙뿐이다.

 

대부분의 포트폴리오가 프로젝트 배경과 타겟 페르소나, 해결하려는 문제까지는 잘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정작 솔루션으로 나온 디자인 작업물을 보면 ‘정보가 부족하다 → 정보를 보여준다’, ‘알아보기가 어렵다 → 알아보기 쉽게 표시한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렇게 디자인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업계에서 통용되는 기본적인 ‘디자인 원칙’을 기반으로만 설명하는 건데요. 이탈이 적도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보를 한눈에 보기 쉽게 배치하고, 버튼이 버튼처럼 보이게 디자인했다는 식의 디자인 원칙뿐인 설명은 기초적이고 진부합니다.

예를 들어 증권사 위젯 화면 디자인을 소개할 때 평범한 디자이너는 한 화면에 하나의 기능/메시지만 담았다든지, 시각적 대비 효과를 주어서 작은 화면에서 강조점을 키웠다는 등의 원칙적인 이야기를 할 테지만, 뛰어난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모바일 앱과 위젯의 역할 정의부터 시작하고, 위젯의 속성은 무엇이고 그에 따라 디자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해당 증권사 브랜딩을 어떻게 녹였는지, 위젯을 사용하는 유저가 어떤 가치에 소구 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중요한 건 ‘디자인 원칙’에 그치는 게 아니라 본인만의 ‘프로덕트 원칙’이 있다는 것입니다.

 

 

 


 

화면만 나열되어 있고, 스토리가 없다.

 

사용자 중심으로만 디자인한 프로젝트는 ‘병렬식 나열’인 경우가 많습니다. 디자인한 화면을 하나씩 늘어놓으며 소개하는데, 각 작업물 간의 상관관계나 스토리가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디자인의 근거가 오직 사용성, 편의성, 직관성, 단순함 등 앞서 말한 일반적인 디자인 원칙에 기반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만약 프로덕트의 컨셉과 브랜딩, 핵심가치에 기반하여 디자인했다면 프로덕트의 세부 기능을 하나씩 소개하는 게 아니라 전체 스토리라인 안에서 어떤 화면이 왜 그렇게 디자인되었는지를 중심으로 풀어나갈 것입니다.

 

개별 화면의 UI/UX 디자인은 요즘 유행하는 서비스를 벤치마킹만 잘해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작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최신 유행하는 디자인이 지금 내가 디자인하려는 프로덕트에 가장 적합한 디자인은 아닙니다.

 

 

 


 

뛰어난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질문부터 다르다

 

 

알고케어는 채용 전형에서 ‘면접’이 아니라 ‘인터뷰’라는 표현을 씁니다. 왜냐하면 회사가 지원자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원자 분이 회사에 어떤 질문을 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요소 중 하나입니다.

 

단편적인 예로 회사에 궁금한 점을 물어보게 했을 때, 출퇴근이나 복리후생을 먼저 물어보고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알고케어와 잘 맞지 않는 사람입니다. 자기 직무를 좋아하고 더 잘하려는 사람은 자신이 맡게 될 프로덕트나 업무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고, 그들에게 근무 환경은 부차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복지가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라 ‘복지만’ 물어보는 사람은 자기 커리어에 중요한 결정이 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할 때 고작 그 정도 요소밖에 고려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자질이 있는 분들은 회사에 질문할 때, 프로덕트의 본질에 대해 물어봅니다. 사용자에게 맞춤 영양관리를 해준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실제로 사용자가 소구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맞춤을 구현하는지, 그 과정에서 앱과 기기의 역할이 어떻게 나뉘는지 이런 것들을 물어보곤 합니다.

만약 단순히 사용성을 개선하는 평범한 디자이너는 본인의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일하는 방식은 어떤지에 대해서는 많이 물어봐도, ‘프로덕트의 역할과 가치, 정의’ 등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즘 서비스 중 어떤 게 탁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반대로 인터뷰어가 지원자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져 ‘디자이너로서 프로덕트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시중에 나온 여러 서비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봅니다.

흔히 많은 디자이너 분들이 토스나 당근마켓 등을 이야기하는데요. 그 이유가 ‘플로우가 간편해서’, ‘로띠 애니메이션을 잘 써서’, ‘디자인이 심플해서’ 같은 이유뿐이라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UI/UX 디자인을 마치 사용자 플로우를 개선하고, 화면을 그리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이해하는 걸로 느껴져서요.

 

만약 프로덕트를 정의하고, 사용자와의 관계 맺음을 정리하고, 어떤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한다면 다른 답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기억에 남는 분들은 그 서비스를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 ‘왜 그걸 해야 하고, 왜 그렇게 만들고 있는지가 느껴져서요’, ‘여러 가치 자산을 잘 활용하고, 맥락화를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와 같은 답변을 했습니다.

알고케어에 지원하게 된 계기를 여쭤보았을 때도, ‘건강 정보 입력에 맞게 영양제라는 구체적인 눈에 보이는 솔루션이 제공된다는 게 재미있었다’, ‘개인의 주관적 건강상태 응답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이 매력적이다’와 같은 답변을 하는 그런 분들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중요한 건 디자인을 대하는 관점

 

 

비전공자이지만 디자인을 알면 알수록 디자인이라는 게 수단이나 방법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디자인이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었고, 나중에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방식에 가깝다고도 생각했다가, 지금은 디자인이 ‘세상의 여러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일’에 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맞춤이라고 하는 시장 트렌드 속에서 알고케어의 영양맞춤 서비스는 어떤 가치를 지녀야 할까?

사용자의 세계관에서 우리 프로덕트는 어떤 역할을 하고, 실제로는 어떤 프로덕트로 인식될까?

프로덕트와 프로덕트는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각각의 역할이 나뉘어야 할까?

사용자의 다양한 경험 속에서 우리 프로덕트는 다른 삶의 방식과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

 

 

특히 알고케어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정의 내리지 않으면 프로덕트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무슨 영양제가 좋다더라 주변에 물어보고, 한 통씩 구매해서, 한 알씩 손으로 꺼내 먹는, 그런 구닥다리 경험이었는데요. 이제는 알고케어를 통해 화면 터치 3번으로 매일 내 건강상태에 맞는 다른 영양조합이 한 잔에 조합되어 나옵니다. 영양제를 인지하고, 구매하고, 섭취하고, 관리하는 모든 경험이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인데 어떻게 경험을 디자인해야 할까요?

 

그래서 알고케어에는 뛰어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필요합니다.

 

 

 


 

맺음말

 

중요한 건 ‘프로덕트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깊은가’이지, 용어를 프로덕트 디자이너라고 부르는지, UI/UX 디자이너인지라고 부르는지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프로덕트에 대한 고민이 적은 채로 사용성만을 생각하는 UI/UX 디자이너가 늘어나는 것은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비전공자로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완벽하게 맞는 말만 해야 하고, 전문가만이 자기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것이 사회에 더 이롭다고 믿습니다.

결국 본인 스스로 자신의 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UI/UX에 새롭게 입문하고 커리어를 전환하시는 분들이 ‘사용자 중심’이라는 단어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알고케어 팀에 대해 궁금한 분은 놀러 오세요 (링크)

 


알토v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