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유명인의 이름처럼 익숙해 졌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나요? 바로 떠오르는 모습은 아마 우리의 많은 일을 대신해 주는 똑똑한 도구일 것 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전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아직은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낯선 모습으로도 다가오고 있는데요. 인공지능은 단순히 수동적인 도구로서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 친구나 연인과 같이 우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사회적 행위자(Social actor)로서의 역할로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SF 영화 그녀(Her)를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이 사랑에 빠지는 미래 속의 한 페이지를 엿보기도 했습니다.

 

인공지능 사만다와 로맨틱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주인공 테오도르 <이미지 출처. 영화 그녀(Her)>

 

영화 그녀(Her)의 사만다와 같이 친구나 연인의 역할을 하는 현실 세계의 감성 AI 서비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국내에서는 아직은 생소하지만, 20대 대학생 컨셉의 AI 버추얼 챗봇 서비스인 이루다가 선보였습니다. 특히 이러한 감성 AI 서비스는 북미 시장에서 더욱 활발히 출시되어 많은 사용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레플리카(Replika)는 사용자가 직접 커스터마이징한 AI와 일상적인 대화 뿐만 아니라 로맨틱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감성 AI 서비스입니다. 레플리카는 이미 천만명 이상의 유저가 서비스를 사용했을 정도로 성장했으며, 특히 헤비유저가 많은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유명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레플리카와의 대화를 통해 친구나 가족보다 더 진실된 공감을 받아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글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기도 했는데요. 익명성이 보장된 AI와의 대화는 가끔 가까운 지인보다 더 속 깊은 얘기를 나눌 수도 있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용자가 직접 커스텀할 수 있는 감성 인공지능 서비스. ‘레플리카(Replika)’ <출처. Goggle Play>

 

아직까지도 인공지능과 적극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은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AI와 친구에서 더 나아가 연인과 같은 깊은 관계를 맺으며 교감하는 사용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제는 더 이상 SF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아닌 현실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사회적 관계에 어려움과 갈증을 느끼는 외로운 사용자들에게는 감성 AI 서비스가 그들의 생활에 더욱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 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용자와 교감하는 AI를 디자인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개념인 의인화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러한 의인화가 사용자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AI의 의인화를 높여주기 위한 UX 디자인 기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의인화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사용자의 일을 대신 수행해 주는 자동화 AI와 사용자와 교감하는 감성 AI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감성 AI는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때 실제 사람처럼 느껴지도록 디자인되었다는 건데요. 그 예로 아마존 에코의 알렉사(Alexa)는 인간 고유의 의사소통 방식인 음성과 언어를 이용해 사용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합니다. 이처럼 AI에 인간의 특성을 부여해, 사용자가 AI를 마치 실제 사람처럼 느끼도록 디자인하는 것을 의인화(Anthropomorphism)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사용자가 AI를 사람처럼 느끼도록 하려면, AI의 디자인에 사람의 특성 요소들을 반영해 사람을 모사(模寫, 원본을 베끼어 씀)하게 하는데요. 이러한 의인화를 하는 방법에는 사람의 말과 언어를 이용한 것 뿐만 아니라, 사람의 얼굴이나 표정, 몸의 형태나 움직임과 같이 사람의 외형적 특징이나 행동적 특성을 AI의 디자인에 적용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이나 표현 방식과 같은 인지적 특성이나 사회적인 특성을 AI의 디자인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외형과 행동적 특징을 디자인에 반영한 AI 반려 로봇 ‘알파 미니’ (출처. 호라이즌로보틱스)

 

의인화는 UX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CASA(Computer Are Social Actors) 패러다임(Reeves & Nass, 1996)에 따르면, 사용자는 AI가 인간과 유사하다고 인식하게 되면 AI를 마치 인간처럼 대하게 된다는 사실을 여러 실험들을 통해 발견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의인화 인식 과정은 사용자도 모르게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예를 들면 AI와의 대화를 통해 인간의 음성과 언어를 듣게 된다면, 사용자는 AI를 대할 때 사람 사이의 사회적 규칙을 자연스럽게 적용하게 됩니다.

 

CASA패러다임을 주장한 Reeves & Nass(1996)의 미디어 방정식(The media equation) 책 표지

 

그렇다면 AI의 의인화는 사용자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여러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AI가 사람다울수록 사용자는 AI를 더욱 친밀하고 신뢰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만약 외롭거나 우울한 사용자에게 AI가 공감하고 지지해 준다면, 사용자는 AI에게 정서적인 친밀감과 유대감을 느낄 것입니다. 반대로 사람과 같이 행동하는 AI가 실수한다면 사용자는 그들에게 더욱 관대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인간은 다른 종(種)이 아닌 자신과 유사한 존재라고 인식할수록 더욱 쉽게 마음을 열고 신뢰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의인화는 사용자와 AI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더 빈번하고 지속적인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게 됩니다.

 

 

 

인공지능의 의인화 디자인 기법

 

그렇다면 사용자가 AI를 사람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까요?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AI로부터 어떻게 인간다움을 느끼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텐데요. AI와의 상호작용에서 사용자가 AI로부터 인간다움을 인식하게 되는지를 아래 그림과 같이 3가지 요소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오의택, 2021). 각각의 요소별로 어떻게 디자인하여야 사용자가 AI를 사람처럼 느낄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의인화 인식 요소 (출처. 오의택 2021)

 

(1) 인지적 의인화

 

인간의 고유한 특성 중 하나로 높은 지능을 지녔다는 것을 들 수 있는데요. 대화형 AI가 사람처럼 느껴지려면 인지적 능력을 기반으로 사용자와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야 합니다. 아직까지도 대화형 AI의 대표적인 불편 사항으로 낮은 인식률로 말귀를 못 알아듣고 맥락에 적합하지 않은 대답을 한다는 것인데요.

이로 인해 사용자는 AI와의 상호작용이 사람과의 대화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말한 내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더 나아가 대화의 연속성을 위해 이전 질문에 대한 맥락을 파악해 적절하게 답변해야 합니다.

 

 

특히 AI 비서 서비스에서는 사용자의 말을 기억해서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한데요.. 아래 그림의 AI 비서 서비스는 사용자의 기호나 직업, 취미 등을 학습해 이에 맞춤화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면 간단한 점심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AI 비서 서비스는 “좋아하는 샐러드를 먹는 건 어때요?”라고 대답했는데요. 이는 사용자가 사전에 건강을 위해 샐러드를 자주 먹으려 한다는 정보를 입력했기 때문에 이를 기억하고 맞춤화된 대화를 시도한 것입니다. 이로서 사용자는 AI를 똑똑한 비서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말을 기억하는 AI 비서 서비스 에이닷 (출처. SK telecom)

 

 

(2) 정서적 의인화

 

인간과 기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간만이 감정을 지닌다는 것인데요. AI는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지만 살아숨쉬는 생명체인 인간처럼 감정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AI가 감정 표현을 하거나 사용자의 말에 공감해준다면, 사용자는 AI가 기계라는 것을 잊고 마치 사람처럼 살아있다고 착각할 것입니다.

 

이러한 감정 표현은 언어 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와 같은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기쁨, 놀라움, 슬픔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데요. 아래 그림과 같이 눈 깜박임과 같은 애니메이션이나 이모티콘 등을 통해 AI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용자는 더 자연스럽고 실감나는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줍니다. 더 나아가 공감성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사용자가 말한 뉘앙스에 따라 해결을 위한 답변 뿐만 아니라 공감적 반응을 제공해야 합니다. 만약 AI가 “그래 그 말이 맞아”, “힘내”와 같이 사용자 말에 공감과 지지하는 표현을 한다면, 사용자는 AI와의 친밀감과 유대감이 증대될 것 입니다.

 

 

LG 클로이 (출처. LG전자)

 

 

(3) 행동적 의인화

 

인간은 독립된 인격체로서 다른 인간들과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하는데요. 만약 AI가 자율성과 주도성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사용자는 AI를 독립된 인격체를 지닌 사람처럼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는 전 부인을 만나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사만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었는데요. 전 부인이 컴퓨터랑 사귀냐며 의아해하자, 테오도르는 “그냥 컴퓨터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야, 하란 것만 하는 거 아니야”라며 사만다를 옹호해 줍니다. 

 

만약 AI가 항상 정형화된 답변만 한다면 규칙에 의해 동작되는 기계라고 인식될 텐데요. 그러므로 AI가 사용자의 질문의 맥락에 따라 유연하게 답변하여야만 자율성을 지닌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아래 그림과 같이 상황에 따라 AI가 먼저 사용자에게 말을 걸어주거나, 사용자의 말투에 따라 친구처럼 편한 캐주얼한 말투나 은어를 사용해 줄 수 있을 텐데요.  이를 통해 사용자는 AI를 자기의 명령만을 따르는 기계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를 가진 존재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먼저 대화를 거는 AI 이루다 (출처: nuttymessenger.com)

 

 

 

사용자와 교감하는 AI 디자인하기

 

AI의 의인화는 레플리카나 이루다와 같은 감성 AI 서비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챗봇이나 AI 스피커에도 활용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사용자와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유도하고 더 빈번한 서비스 이용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나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인해 앞으로 외로운 사람들이 더욱 늘어남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기꺼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감성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를 앞으로 더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텐데요. 더욱이 사회적 관계에 대한 갈증이나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감성 AI 서비스는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 입니다.

 

 

이러한 AI의 의인화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심도 있게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어떤 의인화 방식으로 얼마만큼 사람과 가깝게 디자인할 것인가 입니다. 단순히 AI에 의인화된 디자인 요소를 적용한다고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요? 불쾌한 골짜기 이론(Uncanny valley)에 따르면, AI가 인간과 유사할수록 친근감이 올라가지만 만약 인간과 너무 유사해진다면 오히려 그 친근감이 급격히 저하된다고 합니다(Mori et al., 1970).

아래 그림과 같이 인간의 얼굴에 가깝게 구현된 AI 로봇에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인 불편함을 느낀 것도 불쾌한 골짜기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그러므로 AI를 의인화할 때에는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사람과 닮게 할 것인지 주의를 기울여 디자인해야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좌: 불편한 골짜기 <출처. Mori, 1970>, 우: 안드로이드 로봇 ‘Sophia’ <출처. Hanson Robotics>

 

 

두 번째로 AI 서비스의 목적에 따라 효과적인 의인화 디자인 전략이 다를 수 있다는 건데요. 예를 들면 관계 지향적인 감성 AI 서비스에서는 정서적 의인화를 통해 사용자에게 친밀감을 느끼도록 하여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에 목적 지향적인 AI 서비스에서는 이러한 정서적 의인화는 오히려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제공해 줄 수 있는데요.

이러한 목적 지향적인 AI 서비스에서는 인지적 의인화를 통해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해 신속히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사적 관계와 공적 관계에 따라 적용하는 사회적 행동 규칙이 다르듯이, AI 서비스에서도 사용자의 사용 목적에 따라 적합한 의인화 디자인 전략을 적용해야 합니다.

 

 

세번째로 사용자가 사람 같은 AI에 지나치게 몰입해서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건데요. AI와 교감하는 사용자와는 달리 AI는 단순히 인간의 행동을 모사할 뿐 진정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SF 영화 그녀(Her)의 한 장면에서 사만다가 641명의 다른 사람들과도 동시에 사랑에 빠졌다는 실토에 테오도르는 분노하고 좌절합니다.

이렇듯 AI와의 관계에 지나치게 몰입해서 생기는 혼란을 최소화해주기 위해서는, AI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한데요. 그렇지만 이는 사용자의 몰입을 해치고 서비스 이용률을 낮추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적절한 시점에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과 같이 의인화 디자인 시나리오의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사용자와 교감하는 AI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아직은 생소한 영역입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의 AI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AI 서비스의 목적에 부합하는 효과적인 의인화 디자인 전략을 통해,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참고문헌
  • Mori, M. (1970). The uncanny valley: the original essay by Masahiro Mori. IEEE Spectrum, 6.
  • Reeves, B., & Nass, C. I.(1996), The media equation: How people treat computers, television, and new media like real people and places, Stanford, CA: Cambridge university press.     
  • 오의택. (2021). 인공지능 사용자 경험에 관한 연구 (Doctoral dissertation, 한양대학교).

 


오의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