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앱스에는 MVP라는 게임 제작 프로세스가 있어요. 기간은 한 달, 5명이서 마치 게임잼과 같이 팀을 이뤄 게임을 만들어보고 시장의 검증을 받아요. 이후 목표 지표를 달성하면 소프트 런칭과 하드 런칭을 준비하죠.

그러다 보니 초기 한 달의 검증 기간 동안 아트의 밀도를 높이기 보단, 게임의 핵심 재미와 서사에 맞춘 컨셉을 먼저 기획해요. 이번 아티클에선 원화가인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일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게임 원화가의 역할을 실제 사례를 통해 전달드릴게요.

 

 

쿡앱스의 게임 제작 프로세스(MVP)

 

MVP 기간 동안 수행하는 원화가의 업무들

 

 


 

 

사례 1 : Matching OZ

 

쿡앱스가 게임을 오랜 시간 만들어 한 번에 출시하지 않고, 작고 빠르게 검증하는 이유는 과거 프로젝트의 실패 사례 때문이에요. 과거 저희 팀에서 <Matching Oz>라는 게임을 제작했을 당시, 저를 포함한 원화가 3명이 모여 게임의 스토리와 컨셉을 정하고 원화 작업을 시작했어요. 원화를 비롯한 게임의 그래픽 리소스를 하나하나 제작했죠.

 

 

<Matching OZ>의 일러스트

 

 

제작 기간은 조금씩 길어졌지만, 결과물에 대한 퀄리티는 팀에서 좋은 평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퀄리티에 대한 욕심이 났죠. 그러다 보니 게임에 들어가는 모든 리소스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제작 기간이 길어진 탓에 시장은 이미 ‘매치+하이브리드’ 장르로 넘어가는 추세였고, 첫 마케팅도 이미 게임이 완성되고 진행해 컨셉이 시장에 통하는지 검증하지 못했어요.

 

 

<Matching OZ>의 크리에이티브 소재

 

 


 

 

사례 2 : Sunny & Bunny

 

이후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실패 사례가 있었어요. 2022~2023년은 동물을 활용한 게임들의 CPI 수치와 매출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받았던 시기였고, 저희 팀도 신규 프로젝트를 귀여운 토끼 이미지를 활용해 만들기로 했죠. 컨셉을 먼저 정한 후 게임의 핵심 재미를 ‘수집과 방치형이 결합 하이브리드 장르’로 선정하고 게임을 제작했어요.

 

 

<Sunny & Bunny>의 인게임 이미지

 

 

하지만 이것 역시 아쉬운 시장 수치를 가져왔어요. 시장의 유행대로 동물을 활용한 크리에이티브 소재의 CPI 수치는 매우 높았지만, D+1 리텐션은 20% 정도로 목표치에 한참 미달했어요. 크리에이티브에서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SNG느낌의 게임 컨셉이 인게임의 미드코어 수준의 게임성과 맞지 않았던 거죠.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게임을 설치한 유저는 대부분 여성이었고, 게임에 대한 기대와 실제 게임이 달라 유저들은 게임을 빠르게 이탈했어요. 이미지가 귀여워서 설치했지만, 게임이 기대에 부합하지 않았던 거죠.

 

 

<Sunny & Bunny>의 크리에이티브 소재
<Sunny & Bunny>의 D+1 리텐션과 CPI

 

 


 

 

실패한 프로젝트들의 공통점 

 

‘실패의 원인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과거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었어요. 과거에 성공했던 프로젝트들은 초기부터 퀄리티 있는 아트 작업물을 만드는 것 보다 게임 컨셉에 맞는 아트 리소스를 빠르게 제작해 시장 검증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죠. 결국 게임의 성공을 위한 원화가의 역할은 초기부터 리소스를 직접 하나하나 공들여 제작하는 게 아니었어요.

 

 

성공 사례인 <Sunny House>의 테스트 버전과 정식 출시 버전

 

 


 

 

작고 빠른 시도로 성공률을 높이는 법

 

앞선 사례를 바탕으로 현재 제작 중인 게임은 첫 한 달 동안 리소스를 직접 제작하지 않고 사내 및 외부 스토어에 있는 아트, 애니메이션, 이펙트, AI  리소스를 게임 컨셉에 맞춰 조합하고 유니티에 직접 올려보며 수정해 나갔어요.

유저의 경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아트 퀄리티를 조정하고, 목표 지표에 필요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선정해 필요한 리소스를 기간 내 제작하는 일이 게임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현재 제작 중인 게임은 3개월 만에 미국 테스트 마케팅 D+1 Retention 50% 이상, 1$ 미만의 CPI, 그리고 15% 이상의 높은 전환율 수치를 만들어 현재 하드 런칭을 위한 아트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현재 제작 중인 프로젝트의 리텐션과 CPI

 

 


 

 

아티스트이자 게임 제작자

 

사실 퀄리티 높은 아트를 만드는 데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에요. 하지만 아쉬움이 커질 때마다 나는 ‘아티스트’보다 ‘게임 제작자’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죠. 게임에 유저들이 유입되고, 그 유저가 재밌게 플레이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지금의 역할과 책임에 더 자부심을 느껴요. 앞선 이야기가 ‘원화가는 어떻게든 빨리만 그리면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퀄리티에만 집중하다 보면 게임의 핵심 기능인 ‘재미’를 놓치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사례와 경험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어요. 나무를 보기 보단, 숲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진 아티스트이자 게임 제작자가 된다면, 우리 모두 비지니스 임팩트를 내며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핵심 기능에 포커스한 MVP 개발 프로세스

 


당 글은 쿡앱스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