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제 이력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해야겠네요. 저는 약 10년 전에 방송 작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요, 광고 홍보 대행사 몇 군데를 거쳐 현재는 스타트업에 합류해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팀(스타트업에 계신 분들은 대개 재직 중인 회사를 팀이라고 부르더라고요.)과 함께 한 것은 1년 2개월가량 되었고, 입사 1년을 넘긴 어느 날엔 ‘이전의 직장 생활은 아주 오랜 과거의 일이다. 다시 그 생활로는 못 돌아가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더라고요. 아마 현재 제 업무 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 것이겠죠.

지금 제가 일하는 팀은 10인 안팎 규모의 4년 차 스타트업입니다. 빅데이터를 다루는 회사예요. 이전의 제 직장 생활 그리고 요즘 제 지인들의 회사 생활과 비교해 보면 지금 저는 상당히 윤택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특색, 장점이 많고 물론 아쉬운 점, 해결해야 할 고민거리도 있습니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모두에게 스타트업 취업 또는 이직을 권장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 구인구직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갔다가 스타트업 채용 공고 게시물의 조회 수가 한 자릿수에 그치는 걸 보고 ‘누군가는 내 경험담을 읽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에 흥미를 가졌으면’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정말 좋아요.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점이 정말 많습니다.

 

 


 

 

■ 이렇게 일할 수도 있는 거였어요? – 의심 많은 내가 스타트업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이유

 

이전의 직장 생활이 고되긴 했지만 사실 전 큰 불만이 있는 타입은 아니었어요. 사원증 목걸이 걸고 우르르 몰려 나오는 인파에 섞여 점심 먹고 줄 서서 커피 사 마시는 거 좋아했고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면서 이어폰으로 음악 듣고 책 읽는 낭만도 즐겼습니다. 야근하느라 법인 카드로 저녁 사 먹고, 퇴근해서 회사 사람들이랑 맥주 마시면서 대동단결하는 것도 저랑은 잘 맞았어요. 그런데 스타트업 1년 다녀보니 이전 직장 생활로는 못 돌아가겠어요. 제 이력과 비슷하게 일반적인 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신 분들이 대부분 같은 생각이더라고요.

 

 

 

 

저는 의심이 많은 편이에요.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처음 이 팀에 합류할 때 ‘퇴직금 못 받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1년 못 다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죠. 몇 개의 편견과 걱정이 있었어요.

 

▶ 회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대기업 망하는 건 본 적 없지만, 스타트업 창업했다 망했다는 얘기는 제법 들어봤으니까요.

 

▶ 스타트업은 아마추어가 시작하는 것이다. 실패가 빈번해 성장 속도가 더딜지 모른다.

이게 가장 큰 착각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은 드라마에서만 봤거든요. 직접 경험한 바, 스타트업은 규모는 작을지언정 그렇게 만만한 조직이 아니었어요.

 

▶ 100% 재택근무해도 된다고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어요. 저희 팀은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할 뿐 아니라 재택근무를 매우 권장해요. 처음엔 이게 가능할까 의심스러웠지만 결국엔 이게 제가 팀에 정착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가 됩니다.

 

 

■ 지금까지 이런 회사 생활은 없었다. ‘100% 재택근무, 가능합니다’

 

여러 가지 걱정과 편견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재택근무를 비롯한 스타트업의 업무 환경에 대해 가장 먼저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결국 스타트업에서 공유하고 있는 업무 환경,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팀의 방향성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저희 팀은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어요. 재택근무를 매우 권장합니다. 저는 100%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한 달에 한 번가량 판교에 있는 사무실에 들릅니다. 팀에서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이유는 생산성 때문입니다. 출퇴근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가장 능률이 좋은 장소에서 효율적으로 일하자는 것이죠.

 

 

 

 

얼마간 코로나로 인해 한시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한 회사들이 많은데요, 위드 코로나 분위기에 접어들면서 다시 사무실로 소집되는 분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제 또래 경력이 비슷한 분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으는 이야기 중 하나가 ‘윗분들이 아랫사람 재택 하는 꼴을 못 본다’는 불만 사항이더라고요. 반면 한 미디어 매체사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사무실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각자 흩어져 일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해요.

코로나와 무관하게 줄곧 자율출퇴근제, 재택근무를 시행해온 스타트업들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기존의 운영 방침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유지해온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우리만의 방법과 룰이 있어요. 스타트업이니까요.

 

 

 

 

생산성은 업력이 오래된 기업들, 스타트업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같은 인력과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어야 사업이 성장하고 더 큰 수익을 실현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접근하는 방식에 있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 생활 경험이 있는 80년대생 창업자들 대부분은 70년대생 상사와 일해본 경험이 있고, 자발적으로 꾸린 팀에서는 90년대생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일이기 때문에 이전의 경험을 새롭게 튜닝하는 작업이 필요하죠.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근무형태인 것 같습니다.

우선 제가 경험한 재택근무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이 효율적입니다. 출근하기 위해 어느 정도 옷차림을 가꾸는 시간이 없어도 되고요, 사무실에 도착해 한숨 돌린다는 이유로 자투리 시간을 버리는 일도 없어요. 어디서든 노트북을 켜고 자리에 앉으면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없어 확실히 같은 양의 일을 하더라도 더 짧은 시간에 집중해 처리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출퇴근에 쓰던 에너지를 더 다양한 일을 시도해 보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사무실 안 가요. 집에서 일해요. 가끔은 카페에서 일해요.’ 이야기하다 보면 날아오는 질문이 몇 가지 있어요. 두 개의 질문과 답을 통해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노하우와 방법, 룰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적어봅니다.

 

▶ 회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어요?

물리적으로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일 뿐, 업무에 관련한 커뮤니케이션은 최소한의 규칙을 통해 빠짐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팀은 매일 아침 온라인으로 20분 정도 데일리 스크럼을 진행해요. 정해진 양식은 없습니다. 화면을 통해 보면 집에 있는 팀원도 있고 카페에 있는 팀원도 있어요. 사무실에 있는 팀원도 있고요. 다만 매일 정해진 시간에 업무 진행 사항을 공유해 서로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공유할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컴퍼니 데이를 진행하는데요, 이때는 각자의 업무 성과와 계획을 공유하는 동시에 회사가 한 달 사이에 얼마나 성장했고 어떠한 시도가 있었는지, 앞으로는 어떤 일이 예정되어 있는지 투명하게 공론화하는 자리입니다. 팀 리더의 로드맵을 확인하고,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우리 이것만은 오프라인으로 하자, 해서 다 같이 모여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곤 했는데 아쉽게도 최근 몇 달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탓에 컴퍼니 데이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너무 남남처럼 일하면 시너지가 없지 않아요?

제가 미심쩍었던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점이에요. 일반적인 직장 생활하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다 같이 매일 밥 먹고 사담도 좀 하고 술도 마시면서 으쌰으쌰 하는 그 기운이 있잖아요. 회의실에 앉아서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결속력을 다지기도 하고요. 소속감이나 팀원 간의 친밀도에서 오는 시너지가 있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실 겁니다. 이런 시너지가 없다면 창업자가 프리랜서 여럿을 고용해 유기적인 관계없이 운영하는 꼴이 될 수 있으니까요.

1on1은 저희 팀뿐 아니라 외국계 기업, 스타트업에서 많이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회사의 의사 결정권자와 구성원이 1:1로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건데요, 저희는 이걸 확장해 팀원들 사이에도 1on1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하기도 하고, 당사자들이 내킨다면 회사 밖에서 만나기도 해요. 창업자와 하는 1on1 세션에는 재미있는 규칙이 있는데요, 가급적 창업자는 말을 아끼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또 업무 얘기는 가급적 삼가는 편이에요. 일과는 별개로 개인의 흥미나 취향을 서로 알아가자는 취지이기 때문입니다. 팀원 간의 1on1도 마찬가지예요. 최근에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나누고요, 이른바 내적 친밀감을 다지기 위해 하하호호 웃고 떠드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또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인 게더타운(Gather Town)을 이용해 온라인상의 사무실을 개설했어요. 그 사무실엔 모든 팀원의 아바타가 상주하고요, 여기에 접속만 하면 언제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기본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어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툴을 도입하는 데 상당히 적극적이고 결과 또한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업무 외적인 피로도가 상당히 줄었고, 감정적으로 갈등을 겪을 일이 거의 없어 팀원 모두에 대한 애정이 증폭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특색, 장점이 많고 물론 아쉬운 점, 해결해야 할 고민거리도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앞으로 몇 차례 더 글을 공유하며 이런 내용들을 풀어 써보려고 합니다. 확실한 것은 이전의 직장 생활 경험보다는 최근 1년 사이의 경험이 더 흥미진진하다는 사실이에요. 취업, 이직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스타트업 생태계를 더 면밀히 들여다보시길 추천합니다. 제가 적는 몇 자의 글이 몇몇 분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음엔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적어볼게요. 

 

 

 * 다음 이야기 예고

  • 스타트업에 합류하고 깨달은 것들
  • 스타트업은 아마추어가 하는 것이 아니다.
  • 스타트업의 목표는 대기업이 아니다.
  • 스타트업의 시계는 하루도 허투루 가는 날이 없다.
  • 스타트업에 핏이 맞는 사람이 따로 있다.

 

 

 

해당 콘텐츠는 오버노드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