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지난 시간에는 독자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전략기획자의 습관‘에 대해 간단하게 다뤘습니다. 어떤 책을 참고하면 좋고, 어떻게 데이터와 현상을 연결하는지 도움 될만한 것들을 제 수준에서 나눴습니다.

쓰다 보니 전략기획자에게 필요한 것은 외부 정보 못지 않게 스스로 하는 ‘합리적 사고’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특히 그것을 주 수단으로하여 성과를 내야하는 전략 기획자에게는 흔하고 뻔한 이 합리적 사고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됐습니다. 그 중 하나가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경제학적 사고’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단순하지만, 자주 필요한 모두가 알지만 막상 일할 때는 잊어버리는 것을 다루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오늘은 다 아는 이야기를 새삼 써볼까 합니다.

우선 전제는 전략기획자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image: shutterstock
image: shutterstock

경영진의 이야기를 단순히 실행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것이 기획자 역할의 전부라고 정의하기에는 커리어의 발전과 성장, 고유한 성과를 정리하기 너무 막막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국의 기업 문화에서 스스로 생각을 하는 시간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써 먹느냐, 아니 어떻게 말이라도 꺼내보느냐란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칩니다.

물론 경험이 얕고 실력이 부족한 사람의 말을 믿을 사람은 없습니다. 스스로도 이제겨우 한 부분만 아는 후배의 조언을 듣고 일하려 하겠습니까? 그런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전략의 제안과 실행에는 신뢰 관계가 필요합니다.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 한 제안을 받아들일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그러기에 전략기획자는 신뢰를 기반으로 일을 진행해야합니다. 평소에 보인 모습을 바탕으로 중요한 순간에 서서히 자기 목소리를 내는것이죠.

전략 입안에 대한 프로세스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경영자의 원맨쇼 외에 전략기획자가 고유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아예 어떤 TFT를 맡아서 하는 게 아니라면 전략기획자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이것저것에 결정도 못한 채 주의만 빼앗길 뿐입니다. 여기서 다룰 내용도 전략기획자가 신뢰감있는 제안을 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한 것입니다.

전략기획자는 새로운 가설을 세워야 합니다.

전략기획자가 하는 생각의 끝에는 가설이 결론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가설은 기존 세계에 균열을 가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무 일도 더 벌어지지 않는 현재의 사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기회를 연결하고 역량을 준비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기획자의 아이디어든 데이터의 잠정적 결론이든 만들어진 가설은 사업이 안일해지는 것을 막는 촉매가 됩니다.

하지만 가설은 꼰대(?)가 듣기에는 기존 체제에 대한 비판과 반항으로 실무에만 빠진 부서에는 시간이 남아돌아서 하는 소리쯤으로 들리기 쉽습니다. 사실 그것이 기업에서 돈을 주고 그 부서를 만든 과업 중 하나라는 것을 잊은 채 말입니다. 망상이나 근거 없는 논리는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실제 기획, 전략, 컨설팅, 마케팅이라는 이름을 달고 망상이나 개념만 말하는 가짜들이 많고 이것이 사내에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많아 이것을 경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추론은 가설을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어주고 조직에 공감을 형성하는 일이 진척되게 하는 힘을 부여합니다. 그러기에 전략기획자는 건강한 추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추론이 필수적인 것은 가설로 아직 결과가 맺히지 않은 현실의 일은 단순히 벌어진 결과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은 이미 새로운 사업 방향이 아니고 시장에서 나아갈 방향이나 기회라고 할 수 없죠. 어느 정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업인 것이죠.

전략기획자가 평소에 알아두면 좋은 추론 방법은
‘연역법과 귀납법’, ‘역 이 대우’입니다.

다 아는 주제라 다들 재미가 떨어지셨을 겁니다. 하지만 보편적인 도구가 가장 무섭고 유용한 법입니다. 사용처를 알고 쓰면 이렇게 보편적으로 다 아는 추론법이 전략기획자의 사고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제가 논리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라 이것의 정의와 오류의 나열보다는 활용 관점에서 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image:shutterstock

1. 연역법과 귀납법

연역법은 “전제가 맞다면 결론이 필연적으로 옳다”는 추리/추론/논증의 방법이고 귀납법은 “전제가 결론을 개연적으로 뒷받침한다“는 방법입니다. 흔히 연역법은 ‘삼단논법’과 같이 전제되는 명제가 있고 그것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사실을 추론하는 형태를 갖는 Top-down의 형태를 갖고 있고 귀납법은 여러가지 현상을 가지고 그것의 공통적인 원리나 그것 간의 차이를 중심으로 인사이트를 찾는 Bottom-up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오류가 있고 실제 회사에서도 이 오류들은 이 추론이 완전히 그릇된 결과로 이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연역법은 각각의 명제가 참이어야 한다는 것과 명제와 명제 사이에 핵심적인 속성을 기반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전제 등이 있습니다.즉 대전제가 너무 좁거나 넓으면 소전제를 포함하지 않거나 필요 이상으로 포함하는 것으로 오류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귀납법은 순환 논리 같이 당연한 말을 하고 있거나 검증되지 않은 명제가 중간에서 모든 것의 키를 쥐고 있거나 성급한 일반화를 하거나 권위를 인용하면 넘어가는 등 논점을 일탈하는 등의 오류에 빠지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빠지기 쉬운 논리에 잘 빠지고 심지어 빠지고 싶어한다는 데서 문제가 있습니다.

연역법은 보통 경영 이론을 사업에 적용할 때 사용합니다. 전제가 맞다고 믿어버리는 것입니다. 특히 경영진의 강력한 신뢰나 믿음이 있는 경영 이론에 대해서는 그것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어떤 원리가 사전에 있고 그 원리를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 적용해 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회사에서 윗 사람이 시키는 방향에 따라 세부 이야기를 ppt로 만드는 것과 어떻게 보면 유사합니다.

연역적 방법을 쓸 때 중요한 것은 옳다고 믿고 있는 전제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제가 되는 경영 이론이나 경영자의 생각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에 계획하는 전략을 원점에서 새로 만들어야 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역법으로 접근하는 상당 수의 일은 전제를 이해하고 전제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우선적인 모델을 소수로 정리해서 먼저 추진해 보는 것이 전체의 부작용을 막으면서 실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입니다.

소수의 실행 모델을 만들 때는 앞서 연역법 설명과 같이 대전제가 너무 좁거나 넓어서 소전제와 연관성이 떨어지지는 않는지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실무자들을 설득할 수 없고 모두가 싫어하는 일을 전략기획자 혼자서만 당위성 없이 붙잡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납법은 예상/예측을 하는데 많이 활용합니다. 특히 데이터가 많이 확보되지는 않았고 몇 개의 데이터로 향후 다가올 큰 흐름에 대한 직관을 보완하는 데 많이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신사업을 추진할 때 외부의 케이스 스터디들을 통해 발견한 인사이트를 유사한 내부의 케이스를 찾아 적용할 때 근거가 됩니다.

이런 경우 이런 일을 벌인 전체의 일을 알 수는 없지만 발견한 케이스에 대해 유사점을 찾아 몇 가지 공통 원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우리 사업에 적용하는 모습을 갖게 됩니다. 조직의 진단에서도 앞서 진행된 조직들의 여러 징후들을 바탕으로 비슷한 징후를 보이는 조직에 대해서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미리 예측하는 관리 기준이나 등급화의 힌트가 됩니다.

연역법에 오류가 있는 것처럼 귀납법으로 접근 할 때도 기업가들이 몇 개만 보고  성급한 일반화를 한다든지 뻔한 말을 가지고 실체 없는 아젠다만 떠들지 않도록 오류가 있는지 먼저 살펴 봐야 합니다. 최근에는 귀납적으로 추론할 때 직관을 대신하거나 보완해서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사점과 차이점을 도출하는 방법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 동안 많이 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최근 주목 받고 있지만 이 역시도 결국에는 미래를 위한 일정 부분의 추론이 뒤따릅니다. 귀납법은 결국 많이 살아 본 사람의 경험과 최신 동향에 대한 눈치가 연역법에 비해 더 쓸모 있게 됩니다.

연역법과 귀납법은 회사가 전체적으로 현재 어떤 추론 방법으로 사업을 접근하고 있는지 알고 각 추론에 최적화된 방법으로 전략을 셋업하고 실행하는 관점을 제공합니다. 또 각 추론 방법에 따라 사전에 검증해야 할 오류를 점검하여 성과가 나는 결과를 만드는데 검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회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어떤 경로로 생겨난 것인지 알아야 합니다. 또한 귀납법으로 접근해야 좋은 것과 연역법으로 접근하면 좋은 것을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가령 소비자 행동의 변화를 토대로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세우는 것은 지극히 귀납적인 방법으로 추론해야 합니다. 소비자 행동은 이론으로 될 일이 아니고 기업이 고객에게 맞추어야 하는 성격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을 누군가의 의지로 연역적으로 접근한다면 말려야 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기업의 헤드에서 분명한 기준을 갖고 접근해야 기업의 체계가 흔들리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것을 내버려두거나 귀납적으로 바라본다면 기업의 비지니스 프로세스는 상당히 흔들립니다. 최근에는 귀납적으로 찾은 전략적 방향에 대해 연역적으로 내부 역량과 행동 지침을 정하는 것으로 혼합하여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2. 역, 이, 대우

역, 이, 대우는 수학 시간에 배웠던 내용입니다. 참인 명제가 어떨 때 반드시 참인가를 설명하는 것으로 많이 알고 있습니다. 기업 내부에서 부서끼리 파워 게임을 하거나 법인 간 대립의 논리에서 이것이 중요합니다. 명제를 역으로 바꾸어서도 참이라고 주장한다면 서로 감정 싸움으로 치닫거나 한 쪽이 나중에는 손해를 보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서도 기존의 성공 혹은 실패의 명제를 역, 이, 대우를 혼동해서 사용함으로 이후 결과를 그르치는 일도 많기 때문입니다.

 

명제가 참이면 대우도 반드시 참이지만 역과 이는 참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점을 기억하지 않으므로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면 과거의 자료를 귀납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기술력이 있으면 성장했다”라는 명제를 내렸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이것이 활용되는 데의 참은 무엇입니까? “성장하지 않으면 기술력이 없다”일 것입니다. (물론 이 명제에서 ‘성장’, ‘기술력’의 정의가 모호하여 명제에서부터 오류를 만드는 소지가 됩니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기술력이 있으면 성장하지 않는다”라든지 “성장하지 않으면 기술력이 있다”로 접근하기도 합니다. (물론 많은 귀납적 추론의 많은 문제는 “기술력만 있으면 성장했다”일 것입니다) 특히 명제가 참인 것을 검증하기 애매한 것일수록 역과 이는 참인 것으로 기업 내부에서는 많이 주장되어져 왔습니다. 사실을 검증하기 어려우니 많이 나온 문장에 대한 신선한 주장을 들이대어 보는 것이죠.

물론 중요한 것은 사업에서 영원한 참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장에 대하 접근은 늘 귀납적이고 기존에 거짓이었던 역과 이가 이제는 참이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명제가 참일 때 반드시 참이 되는 것은 대우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대우 명제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fbcomments url=”http://www.mobiinside.com/kr/2017/02/22/peter_theory/”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