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가 아주 좋다고 소문난 기업도 있고 대표이사 등 상사들의 리더십이 대단하다고 언급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만, 우리가 다니는 회사 대부분은 조직문화는 엉망진창이고 상사들은 빌런이나 다름없는 곳이죠. 가장 흔하게 투덜거리는 건 아마도 대략 이런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직원들 성장에는 관심 1도 없고, 성과 성과 노래만 부르면서
직원을 갈아 넣는 회사… 더러워서 때려치운다!”

 

이번 글에서 답을 찾고 싶은 건 “직원 성장은 상관없이 실적만 쪼아대는 회사는 과연 망할까?”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업 문화와 회사의 외형적 성장 사이 큰 연관성은 없어 보입니다. 

 

생각해봅시다. 우리나라 기업들 대부분은 기업문화가 엉망이고 리더십이 나쁘다고 비판을 받습니다. 만약 기업문화와 리더십이 기업의 성장에 정말 중추적 역할을 한다면 이 기업들은 진작 망하고 기업문화가 좋은 기업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울한 소리고,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제가 최근에 알게 된 몇몇 중견기업들도 몇 년간 연평균 30~50%씩 매출이 성장했고 그 사이 경영진이 갑질 했다고 신문기사까지 나왔는데도 고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나이 많은 대리점주에게 욕설까지 섞어 전화를 한 걸로 악명을 떨친 모 식품업체는 고객들의 보이콧 운동으로 한 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매출 부진을 벗어났다고 합니다.

기업문화와 리더십이 실적과 별로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는 당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정말 우울한 이야기입니다.

그럼 왜 서구의 유명한 경영학자들은 기업문화와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을까요?

 

 

기업의 경쟁력 요소 : 자원

기업은 내부에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경쟁사와 싸웁니다. 자산은 공장이나 설비, 현금 같은 유형적 자원부터 기술, 인력, 조직문화, 리더십 같은 추상적인 것들까지 무수히 많죠. 이 중에서 특히 경쟁사도 가지고 싶어 하지만 쉽사리 복제할 수 없으며, 시장에서 고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요소를 ‘자원(resource)’이라고 부릅니다. 

애플이 가진 자원은 지금까지 쌓아온 고객기반과 브랜드 파워, 뛰어난 제품 개발력과 디자인 능력, 글로벌 공급망 관리 능력 등입니다. 그리고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브랜드 파워와 공급&배송 네트워크, 보유한 고객 기반, 그리고 뛰어난 UI/UX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개발 및 디자인 인력 등이 자원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이겠죠.

기업은 이 자원을 활용해 경쟁사와 싸우고, 가지고 있는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함으로써 매출과 수익성을 담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럼 기업문화와 리더십은 자원일까?

어떤 기업들은 자기들이 보유한 자원에 기업문화와 상사들의 리더십을 꼽는 회사들이 있고, 실제로 그걸 통해 시장을 리딩 합니다. 구글이나 아마존, 넷플릭스 같은 회사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원도 엄청 많지만, 분명 인력의 경쟁력도 중요한 자원이라고 이야기하고, 외부에서 살펴봐도 대단한 경쟁력 요소 같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자원’으로 꼽히는 것들에는 아주 중요한 전제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희소성, ‘흔치 않다’는 겁니다.

만약 구글이나 넷플릭스의 기업문화가 복제하기 쉽다면, 아무나 배울 수 있고 구현할 수 있다면 그건 기업의 경쟁력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모든 기업체의 기업문화가 똑같을 테니 그걸 통해 차별화를 할 수가 없죠. 좋은 기업문화나 강력하고도 유연한 리더십 같은 건 배워지는 것도 아니고, 쉽게 복사해서 구현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 같은 회사의 경쟁력 요소로 꼭 언급되는 것이죠.

즉, 이런 기업들은 성장 과정에서 기업문화와 리더십을 경쟁력 요소로 키워왔고, 다시 이 요소들은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우리 기업들 중에 기업문화와 리더십을 자원삼아 시장에서 경쟁을 해온 기업은 정말 몇 개 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구성원을 닦달해서 어떻게든 실적을 찍는 능력,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능력,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어 유명세를 확보하는 능력 등으로 경쟁해온 기업체가 훨씬 많죠.

기업문화, 리더십과는 무관하게 국내 기업들이 순조롭게 성장해온 것을 보면 위에 언급한 능력들은 틀림없이 국내 기업들의 훌륭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문화의 업체들이 경쟁해서 그중에서 보다 더 직원들을 쥐어짜고, 보다 더 실적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보다 더 원가 절감을 한 회사들이 살아남았죠.

요약하자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원’은 닦고 기름치고 조이는 농업적 근면성이었던 셈입니다. 기업문화가 엉망이건, 리더십이 엉망이건 우리 기업은 남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남보다 더 늦게 퇴근하고, 남보다 더 매달리는 능력으로 살아남은 업체들인 겁니다.

 

 

이러면 혼나는 문화인 것

 

 

기업 경쟁력과 기업문화는 정말 상관이 없는 걸까?

우리의 기업문화, 그리고 리더십은 한 마디로 군대식입니다. 까라면 까야되는 문화고, 역량 향상보다는 당장의 실적이 중요한 문화입니다.

이런 군대식 문화는 시간당 산출량이 중요한 제조업, 그것도 인건비 비중이 커서 시간당 생산량을 무조건 따져야 하는 조립산업에서 큰 경쟁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조선, 자동차, 핸드폰 같은 산업이 대부분 이 카테고리에 들어가니까요.

하지만 콘텐츠, 서비스, S/W 같이 직원들의 창의성과 역량 성장을 중시하는 산업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런 카테고리의 산업군에서는 기업문화와 리더십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됩니다. 언뜻 생각해봐도 이 분야의 최강자인 구글, 넷플릭스 하면 떠오르는 특징이 바로 남다른, 모두가 벤치마킹하고픈 기업문화니까요.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 교수들이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해서 강조하는 건, 결국 자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경쟁력 요소가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상당수는 강압적인 상명하복에 실적만 따지는 기업문화와 리더십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창의성과 자발적 참여를 중요시하는 요즘 세대에게는 거의 상극인 문화죠.

21세기에 접어든지도 꽤 되었고, 4차 산업혁명 등 갈수록 소프트한 분야가 강조되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중국과 베트남 등의 제조업 성장세는 이미 우리 주력 제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죠. 때문에 우리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쟁력 요소는 지난 수십 년간 바로 그 문제 되는 기업문화에 기반한 겁니다. 때문에 제조업,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전반적인 기업문화의 변화나 리더들의 반성은 어려울 것입니다. 가장 소프트한 사업이라고 하는 게임 산업에서조차 크런치 모드니 해서 ‘직원을 갈아 넣는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나라이니까요.

이 상황을 타개하려 한다고 리더들의 반성을 촉구해봐야 그 역시 안될 말입니다. 그들은 상명하복의 문화를 한 평생 배워온 사람들이고, 단기 실적의 중요성을 체감해오면서 그에 성공적으로 적응했기에 그 자리에 간 사람들이죠. 변화를 기대하는 게 무리라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을 마치며

결국 우리가 기대할 수 있고 스스로도 노력해야 하는 것은 유연한 사고와 창의성의 중요성을 잘 아는 젊은 세대 경영자들이 성공 사례를 계속 만들고, 그들의 사업이 커져서 기존의 꼰대 문화에 찌든 사업들을 부드럽게 대체하도록 하는 겁니다. 70~80년대 생들의 자유로움이 지금의 한류의 기반이 된 것처럼 다시 지금의 젊은 세대의 자유로움과 열정이 경제의 주류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쉬운 이야기 같지만, 앞으로 몇십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아주 힘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변화가 우리의 자발적인 문제의식과 역량에 기인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의 침투 때문에 강제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면 콘텐츠, 서비스 등의 산업에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지 심각하게 우려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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