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제대로 쓰기 (1) 주술 관계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어릴 때 일기 쓰기부터 우리는 글쓰기에 어려움을 적지 않게 느끼곤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 어쩔 수 없이 글을 써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회사에서 일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글을 쓰러 회사를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하는 일에 따라 마치 하루 종일 글 쓰러 회사를 다닌다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려움을 자주 느낍니다.

저도 10년 이상 회사에서 글을 써 왔습니다. 높은 분들, 고객 분들이 보는 보고서를 적지 않게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늘 쓸 때마다 새롭습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머무는 조직에 따라 글 쓰기의 방식은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어딜 가든 보통 주고받는 규약 같은 글쓰기의 방법은 암묵적으로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브런치를 통해 그 내용을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하면서 이 아티클에 담지 못했던 케이스들을 보고서로 대하곤 합니다. 오늘은 전에 다룬 내용 말고 보고서를 쓸 때 생각해봐야 할 다른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두 아티클을 하나로 보면 피곤하지만 좋은 점도 있을 것 같네요.

 

 

 

 

주술 관계가 명확하게 보이나요?

 

주어와 술어가 한 문장에서 잘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긴 문장에서 찾은 주어와 술어가 적절한 조사로 연결되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읽어보면 압니다.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문장이 늘어져서 주술 관계가 파괴되거나 주어가 명확하지 않은 케이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2022년 1분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24% 매출 감소가 있었습니다.

 

 

이 문장에서 주어는 ‘2022년 1분기 매출’입니다. 술어는 ‘매출 감소가 있었습니다’ 정도로 하죠. 나머지는 얼마나 주술 관계가 이뤄졌는지 수식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는 매출 감소라는 술어의 정도가 어느 기간과 비교할 때 이 정도라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주어와 술어의 연결 자체는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주어는 ‘2022년 밝은 아침’ 같은 게 아니어서 술어와 의미상 연결이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주어를 돕는 조사 ‘이’가 매끄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국어 선생님은 아니지만 주어와 술어만 떼어서 읽었을 때 어색하지 않은 게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는 ‘2022년 1분기 매출이 매출 감소가 있었습니다’인데, 이렇게 보니 ‘매출’이라는 단어가 한 문장에 두 번 쓰이는 게 어색하네요. 뒤에 나오는 매출은 삭제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2022년 1분기 매출이 감소가 있었습니다’로 고치면 매출이라는 단어 뒤에 나오는 조사 ‘이’가 ‘은’으로 바꾸는 게 더 읽을 때 자연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이렇게 고치면, 

 

 

2022년 1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24% 감소가 있었습니다

 

 

이 정도로 바뀝니다. 처음과 비교했을 때 제 스타일대로 보면 보고서 문장으로 훨씬 깔끔해져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만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문장이 길고 너저분해도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짧은 시간에 전문적으로 보이기 위해 깨끗한 옷을 입는 것처럼 보고서 문장도 그렇게 하면 더 낫다는 것이죠.

 

 


 

 

보고서 제대로 쓰기 2) 의미를 흐리는 반복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말하고 글 쓰는 것이라는 정말 기본적인 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과 이걸 알려주는 역할은 거의 없다는 생각을 동시에 갖습니다. 보고서 쓰기 위해서 국어 문법 책을 따로 볼 수도 없고 직접적으로 이걸 이야기하면 서로 좋을 일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의’와 ‘~되어’ 등의 표현을 반복해서 쓰는 것을 나누어 봅니다.

 

 

 

 

‘~의’와 ‘~되어’ 등의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나요?

 

‘~의’, ‘~적’, ‘~되어’, ‘~보입니다’ 등의 표현은 신중하고 격이 있는 표현을 쓰고 싶을 때 많이 쓰는, 사실상의 수식어입니다. 회사 보고서에서 이걸 한 번 쓰면 반복해서 쓰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뭔가를 넣어야 할 자리에 마땅한 조사 등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두루 쓰기 좋은 말들처럼 쓰이죠. 저도 그렇습니다. C레벨, 외부 기관, 특히 정부 관련 기관, 컨설팅과 관련된 보고서를 쓸 때 이런 표현들이 의식을 거치지 않고 반복해서 나열되는 걸 느낍니다.

 

 

’22년 1분기 실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의 변화는 전 분기에 주요 채널에서 판매되어진 상품의 후속적인 A/S 비용으로 인한 일시적인 영업 이익 손실이 발생되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뭔가 어마어마한 내용을 쓰고 싶어서 한자에서 온 표현, 영어 표현 방식을 한글 보고서에 담았지만 읽는 사람은 너무 늘어진 표현으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짧은 문장이 낫죠. 말하고 싶은 것은 지난 분기 팔린 상품 A/S 비용이 이번 1분기에 영향을 준 것인데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하나씩 잡아보겠습니다.

먼저 문장 처음에 ‘~의’가 너무 많이 있습니다. ‘실적의’, ‘부분의’ 이런 표현의 반복으로 여기까지가 주어인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을 찾다가 주어 파악이 어려워집니다. ‘~의’가 반복해서 자주 쓰이면 문장 내에서 구절을 끊어서 읽기가 힘듭니다.

 

 

’22년 1분기 실적에서 가장 중요하게 변한 부분은

 

 

정답이란 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읽는 사람이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알아듣는 데 도움이 되면 정답에 가깝겠죠. ‘~의’가 들어가는 표현을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 주어의 범위를 추리면 조금 더 읽기 쉬워집니다.

피동태로 쓰이는 표현도 능동으로 바꾸어 쓰는 게 더 좋게 보이기도 합니다. 위 문장에서는 ‘판매되어진’ 보다는 ‘판매한’이 더 적은 글자 수로 명확한 의미를 담아냅니다. 

‘~적’ 역시 한자 표현으로 ‘~의’처럼 많이 쓰이면 읽을 때 문맥 파악을 망칩니다. ‘후속적인 A/S 비용’이라는 표현보다는 그냥 ‘A/S 비용’이라고 써도 이상하지 않기에 이왕이면 불필요한 부분은 덜 쓰는 게 낫습니다. 

‘~보입니다’는 담담하게 제삼자 관점에서 팩트를 나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정확한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회사 보고서에서 마치 관망하거나 정확성이 결여된 모호한 느낌으로 읽는 사람에게 비치기도 합니다. ‘보입니다’, ‘예상됩니다’, ‘추정합니다’는 분명 쓰임새가 따로 있습니다. 정말 그런 결과가 나왔을 때는 ‘~입니다’로 쓰면 됩니다.

 

 

’22년 1분기 실적에서 가장 중요하게 변한 부분은 전 분기 주요 채널에서 판매한 상품의 A/S 비용으로 인한 일시적 영업 이익 손실이 발생한 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보는 사람에 따라 ‘영업 이익 손실’ 같은 표현을 추가로 더 고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만 고쳐도 처음보다는 서로 명확한 의미를 주고받는데 더 나아 보입니다.

물론 회사는 글쓰기 대회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런 회사는 오히려 더 나쁜 곳이겠죠. 하지만 조금 더 나은, 프로페셔널한 글쓰기를 위해서는 글을 쓰고 다시 한번 보면서 스스로 수정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잘 되지는 않지만요.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