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본질

 

(T) 여름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아요. 올해는 강력한 더위가 길게 이어질 거라는 뉴스가 연일 나오더라고요.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잠깐 걷기만 해도, 금세 땀이 나고 마스크 때문에 더 숨쉬기 더 불편해요. 게임에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온종일 뛰어다닐 수 있는데 말이죠.

(P)그러니까요. 저번 달에 벌써 대구 등 영남 지방도 33도 안팎까지 치솟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고 하죠. 이럴 땐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여행 가기도 걱정되고요. 물리적 제약이 없는 게임에서는 한계를 느끼지 못해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잖아요. T님은 게임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T) 저도 게임의 본질은 ‘재미’라고 생각해요. 그거 아세요? 코로나 장기화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했다고 해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장기화, 공급망 불안정,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등 부정적인 요소가 계속 중첩되고 있기 때문에 더 심화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게임의 ‘재미’를 통해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해소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해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데버 RX’라는 모바일 게임을 디지털 치료제(DTX)로 승인하는 등 게임에 대한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켜켜이 쌓이는 이해와 공감

 

(P) T님은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우울증을 해소했던 경험이 있나요?

(T) 저는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나랑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럼 그냥 그대로 두면 되는데, 괜히 마음을 살찌우거나 다이어트를 해서라도 맞추려고 해요. 꽤 피곤한 일이죠. 그런데 게임에서는 관계를 굳이 맺지 않아도 돼서 마음이 편해요. 같이 하는 게임도 많지만, 전 혼자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들을 찾아서 하곤 합니다. 혼자 즐기는 게임은 괜스레 마음이 편해요.

(P)맞아요. T님 뿐만 아니라 대다수 현대인이 스트레스와 더불어 우울을 겪고 있다고 해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와 함께 더 심해지고 있는 문제 중 하나죠. 그래서 추천해 드리고 싶은 게임이 하나 있어요! 바로 ‘헬프미!’라는 게임입니다.

 

 

 

<사진 출처: ‘Help Me!’ 게임>  
 

 

 

게임에서 유저는 정신과 의사가 되어 환자들과 대화하고 상담하며 치료하게 됩니다. 게임 안에는 여러 환자 존재하고, 개개인에 맞는 치료 방법과 상담 대사를 선택해야 하는데요. 단순히 선택지를 고르는 것으로 치료가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다양한 미니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약에 대한 지식을 갖춰 적절한 약과 치료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플레이하는 유저 스스로 근본적인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저는 환자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위로받았어요.

(T) 누군가의 이야기가 공감된다면, 그만큼 위로되는 것도 없죠.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할 때의 안도감 말이에요. 저는 공감을 통해 치유받는 느낌을 종종 받아요.

(P) 이 게임은 ‘닥터 프렌즈’라는 유튜브 채널의 정신건강의학과 ‘오진승’교수님을 비롯한 의사분들이 게임의 전체적인 감수부터 스크립트 작성 등 여러 부분에 참여했다고 해요.

 

 

 

<사진 출처: 닥터프렌즈 유튜브>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메인 캐릭터 외에 서브 캐릭터들도 등장하는데요. 메인 캐릭터가 저마다 독특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라면, 서브 캐릭터는 흔히 있을 법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 사회적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 정신과에 대한 심리적 허들이 있잖아요.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이비인후과나 내과처럼, ‘나도 한 번 병원에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게임을 만든 취지도 재미와 정보를 잘 조합해서, 다소 낯설 수 있는 정신과에 대한 부담과 편견을 깨길 바란다는 거고요.

(T)생각해보면 어딘가 아파서 병원에 간다는 과정은 같은데, 왜 그런 편견이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과거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증가했다고 하잖아요. 저도 ‘헬프미’ 속 환자들과 대화하며, 저를 진지하게 마주해보고 싶네요.

 

 

해방을 통해 느끼는 진짜 삶의 재미

 

 

<사진 출처: 모비인사이드 ‘Help Me!’ 인터뷰>

 

 

(P) 게임에서는 힙한 돼지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을 맡은 맏이인데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바로 생계에 뛰어들어, 부모님과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도맡아 합니다. 가난과 책임감의 무게가 불면증으로까지 이어진 거죠. 항상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면서 따라오는 상실감과 무력감이 반복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T) N포 세대라고 불리는 현대인들의 모습과도 조금 닮았네요. 저희도 경쟁 사회를 살아가며 포기에서 따라오는 무력감과 상실감을 종종 느끼잖아요. 사실 본질적으로 이런 감정에서 해방되어야 하는데, 저는 쉽지 않다고 느껴요. 심지어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주인공보다 주변 인물에게 더 마음이 쓰여요. 반짝반짝 빛나는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당에게 더 공감되기도 하고요.

(P) 저는 주인공 캐릭터에게 질투나 시기심을 자주 느껴요. 이런 감정은 삶의 원동력이나 자극제가 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감정이 나를 불안하게 하거나 힘들게 만드는 파도처럼 밀려올 때면, 해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필요하다면 병원의 도움도 받고요.

(T) 삶의 본질은 게임의 본질처럼 ‘재미’라고 생각해요. P님처럼 저도 부정적 감정에서 해방된다면 삶의 재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Help Me!’는 다소 낯선 장르지만, 재미와 의학 정보를 함께 접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게임에는 사람이 아닌 각기 다른 트라우마를 앓고 동물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지나치게 게임에 몰입하다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우려를 막기 위해서라고 해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본인도 덩달아 우울해진다거나, 비슷한 상황인 캐릭터에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몰입하면 안 되니까요.

여러분들이 얇지만 켜켜이 쌓이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이 게임을 통해 마음의 힘을 키워, 조금이나마 환기 시킬 수 있길 바랍니다. 매미가 열렬히 구애의 노래를 부를 날도 머지않았지만, 여러분의 마음에 선선한 그늘이 드리우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으면 합니다. 그럼 다음 여행에서 또 만나요!

 

 
 

<참고> 텐투의 게임 여행지, 한 눈에 정리하기

 

이름: Help Me!, UnicON

장르: 시뮬레이션

한 줄 소개: 정신과 의사가 되어 환자들을 치료하며 공감할 수 있는

게임사: UnicON / 휴식과 힐링이라는 키워드를 풀어가는 게임사

내용 참고 및 사진 출처: https://www.mobiinside.co.kr/2021/08/23/drfriends-helpme/

상점 페이지: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557780/Help_Me/?l=koreana

 

 

 

텐투플레이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