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하워드 막스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하워드 막스가 투자에서 중요하다고 말한 요소가 상당 부분 영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가 쌓여 탁월한 성과가 된다.

 

우리가 투자의 대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워런 버핏은 지난 60년간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냈다. 20%라는 수익률을 보고 어떤 이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연 수익률로만 따지면 버핏보다 좋은 성과를 낸 투자자들이 꽤 있다. 당장 매체를 찾아보아도 ‘연 수익률 100%, 1000%’와 같은 자극적인 기사와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버핏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시장(이를테면 S&P 500)의 평균 수익률을 상회해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1964년부터 2017년까지 S&P 500의 주가가 약 2,700% 성장하는 동안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가는 약 1,300,000% 성장했다.

 

 

버핏 vs S&P 500의 연 수익률 비교

 

버핏 vs S&P 500의 주가 성장 비교 (로그 스케일)

 

 

우리가 성공적인 영업인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 사람들이다. 전설적인 세일즈맨 조 지라드(Joe Girard)는 15년간 13,000대의 차를 팔아 12년 연속 기네스북에 오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15년간 매일 평균 2.4대를 판 것이다. 하루, 또는 단기간에 조 지라드보다 차를 더 많이 판 사람은 있을 것이다. 그들과 조 지라드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점은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느냐다.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원칙과 체계가 필요하다.

 

‘한 탕’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내는 사람들에겐 원칙과 체계가 있다.

성공적인 투자자는 시장의 작동 방식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 본인만의 투자 원칙이 있다. 이를테면 버핏의 투자 원칙 중 하나는 돈을 절대로 잃지 않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본인이 잘 아는 기업 중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에만 투자한다.

조 지라드에게도 ‘​250명 법칙’이라는 원칙이 있다. 그는 장례식,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정원이 250명인 것을 보고 한 사람이 미칠 수 있는 인간관계의 범위가 250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후 그는 한 명의 신뢰를 얻으면 250명의 신뢰를 얻는다는 신념으로 고객 한 명 한 명을 귀빈처럼 대접했다. 그는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그만의 시스템을 세웠다. 그중 한 방법으로 그는 매년 기념일마다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I like you)’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13,000명의 고객 또는 잠재 고객에게 보냈다고 한다.

 

 

 

회고 및 복기를 통해 시스템을 최적화해가야 한다.

 

투자자든 영업인이든 자기만의 체계를 세웠다면 이를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항상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고 했다. 복기를 통해 다음에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이를 적용함으로써 본인만의 체계를 계속 최적화해가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영업을 해보니 ‘운칠기삼’을 완전히 부정하긴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인풋(노력)과 아웃풋(결과)는 항상 일치하지 않으며, 운과 타이밍이 대세를 정할 때도 있다. 그러나 영업의 노력에 따라 세부 흐름을 바꿀 수 있고, 추후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

영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 실주 후 ‘운이 나빴어’, ‘타이밍이 좋지 않았어’라는 말을 하며 그 이유를 따로 복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렇게 복기 없이 본인의 접근 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는 경우, 그 사람은 다음에도 같은 상황에서 같은 이유로 실수를 한다. 영업 전문가라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해서’ 혹은 ‘어떤 시점에 누구를 만나 어떤 부분을 설명하지 못해서’ 등 구체적인 이유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수주에 성공했을 때도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워드 막스의 책에서 영업에도 적용되는 복기 및 최적화 관련 팁 몇 가지를 얻을 수 있다.

  • 꾸준한 배움: 지속적인 읽기를 통해 효과적인 아이디어는 수용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폐기하면서 접근 방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투자라는 분야 너머 경계를 벗어난 광범위한 읽기는 투자 접근법과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집단 지성: 동료 투자자들과의 아이디어 교환은 매우 중요한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홀로 투자하는 사람들은 지적으로나 대인관계에서나 많은 것을 잃는다.

 

경험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투자도 영업도 오랜 기간에 걸친 경험이 큰 자산이다. 하워드 막스는 수십 년 투자 업계에서 일하면서 경험한 모든 사이클을 통해 다음 사이클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처음부터 사이클에 완벽하게 대응한 것이 아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나는 2020년 썼던 브런치 글 <성공 경험을 찾아서>에서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쌓여야 러닝 커브(learning curve)가 가팔라진다는 말을 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영업에 관한 모든 이론을 섭렵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전에서 하나씩 적용해가며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주니어라면, 당장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답답해하기보다 본인을 최대한 성공과 실패를 해볼 수 있는 환경에 노출시키자. 그리고 복기를 통해 접근 방식을 조금씩 바꿔가며, 본인만의 시스템을 최적화해가도록 하자. 예를 들면 같은 콜드 메일을 보내더라도 메일 제목이나 내용을 조금씩 바꿔볼 수도 있고, 고객에게 연락하는 시간대를 달리하며 최적의 시간대를 찾아내볼 수도 있을 것이다.

​B2B 영업을 막 시작하거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고심 중인 회사의 리더라면, 우리 회사만의 원칙과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자. 아마존은 고객에 대한 집착(customer obsession)이라는 원칙이 있다. 이 원칙을 중심으로 모든 사업 및 영업을 전개한다. 또한 성공적인 영업조직에는 사람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이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기사에 따르면 영업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파이프라인 관리를 하는 회사는 28% 더 많은 매출을 창출한다고 한다.

​앞으로의 포스팅에서 기업 및 개인이 지속 가능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영업 시스템을 잘 정립하는 팁을 더 담아보려 한다.

 

 

배준현 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