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더 헌신해야 한다

 

 

1.

모든 프로젝트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여기서 끝이란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순간으로 정의하려 한다. 고객에게 전달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할 수 있지만, 사실 이건 작은 프로젝트의 또 다른 시작이다.

 

 

2.

프로젝트가 완성되기까지의 기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획 단계의 기간, 구현 단계의 기간 혹은 기획, 디자인, 개발, QA 등의 업무적 구분을 사용해서 프로젝트의 기간을 나눌 수도 있다.

 

 

3.

위의 방식과 다르게 전체 프로젝트 기간을 두 가지 기간으로 나눌 수 있다. 바로 ‘비판 기간’‘헌신 기간’이다. 글자 그대로 비판 기간에는 구성원 모두가 프로젝트에 대해서 비판을 해야 하고, 헌신 기간에는 프로젝트에 헌신해야 한다.

 

 

 

 

4.

쉽게 비유를 하자면 월드컵 본선을 나가는 국가대표팀을 생각하면 쉽다. 월드컵 본선 전까지 국민들을 비롯한 축구 관계자들은 국가대표팀이 예선을 통과하고,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더 좋은 선수를 선발하고, 더 좋은 전술을 짜고, 더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도록 생산적인 비판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5.

국가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면 예선 성적이 어쨌든, 선발한 선수가 누구든, 전술이 무엇이든 간에 팀이 더 좋은 결과를 얻고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 이 때도 마찬가지로 선수 기용과 전술에 대해서 비판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이때의 비판은 더 주의 깊고 신중한 비판이어야 한다. 앞만 보고 달리는 선수들과 팀의 사기를 꺾을 수 있기 때문에.

 

 

6.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비판 기간 동안에는 처절할 정도로 조직 내부에서 치열하게 질문하고 고민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가치가 있는가’, ‘핵심 고객은 누구인가’, ‘고객은 우리 프로덕트 혹은 프로젝트를 왜 사야 하는가’, ‘우리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 방식이 최선의 방법인가’, ‘고객이 원하는 걸 만들고 있는가,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가’, ‘가설은 명확한가’, ‘목적, 목표에 따른 계획과 행동이 일치하는가’, ‘실패하더라도 가치 있는 실패가 될 것 같은가’ 등을 계속해서 질문하고 명확한 답을 내려야 한다.

 

 

7.

비판 기간에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명확히 내지 않는다면, 프로젝트는 자연스럽게 흔들린다. 그리고 뒤늦게 이걸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저걸 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임시방편들을 내놓게 된다. 임시방편을 내놓는 입장에서는 묘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지만, 묘수는 없다. 근간이 탄탄하지 않은 프로젝트에 이런저런 것을 더 붙여봐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8.

모든 프로젝트를 다 진행하고, 모든 프로덕트를 다 구현할 필요는 없다. 비판 기간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답해야 하는 질문은 ‘이 프로젝트를 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이다. 이 질문은 꼭 ‘성공 가능성이 있는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프로젝트는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많다. 따라서 ‘실패해도 배울 점, 좋은 경험, 얻을 만한 것이 있는가?’에 대한 답을 명확히 낼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을 명확히 냈을 때 프로젝트를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9.

비판 기간을 지나면 헌신 기간이 나온다. 헌신 기간에는 비판 기간에 나온 결론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퀄리티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여러 사람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모든 사람의 동의를 받을 수는 없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헌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0.

프로젝트를 이끄는 리더가 동의하지 않는 구성원들을 헌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비판 기간에 이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할 수 없을 정도로 고민하고, 그 모습을 왜곡 없이 전달해야 한다. 비판 기간에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헌신을 이끌어 내기는 정말 어렵다.

 

 

11.

반대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구성원이라면, 비판 기간에 나온 결정들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헌신해야 한다. 제프 베조스가 disagree and commitment이라는 말로 강조하는 개념이다. 아이디어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더 헌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12.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매크로 경제, 운 등 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 요소의 영향을 제외한다면, 프로젝트는 잘못된 아이디어 때문이거나 혹은 잘못된 실행 때문에 실패한다. 혹은 잘못된 아이디어와 잘못된 실행이 모두 겹쳐서 실패를 할 수도 있고.

 

 

13.

아이디어 혹은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잘못된 실행 때문에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이 아니고 잘못된 아이디어 때문이라는 것을 몸소 증명하기 위해서 더 헌신해야 한다. 아이디어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 사람이 과연 열심히 할까?’라는 의문을 받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이런 의문을 받고 시작하기 때문에, 잘못된 실행을 할수록 더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더 헌신해서 최고의 실행을 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젝트는 실패해도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의하지 않아도 최고의 실행을 하는 법,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헌신하도록 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ASH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