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이컨과 계란(아침식사) 준비를 위해 닭이 생산하기 어렵지 않은 계란을 만드는 것에 비유함. 프로젝트 지원은 하지만 희생은 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
  • 돼지 : 베이컨을 만들기 위해 돼지는 몸을 바치는 것에 비유하여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을 의미

 

닭과 돼지의 차이를 구분하는 단어는 ‘희생’과 ‘책임’이다. 돼지는 아침식사 준비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지만 닭은 희생하지 않는다. 프로젝트 완료를 위해 팀원은 밤을 지새우고 결과에 책임도 지지만, 지원부서(품질, 재무 등)는 프로젝트를 위해 밤을 새우거나 결과에 대해 책임질 일도 거의 없다. 오류 수정을 위한 재작업, 변경 요구사항 반영, 프로젝트 성과에 따른 고과는 프로젝트 팀의 몫이다. 특히 프로젝트가 실패할 때는 더욱 그렇다. 실패한 프로젝트에서는 닭은 사라지고 살 빠진 돼지만 남는 경우도 많다. 나심 탈레브는 <스킨인 더 게임>에서 ‘자신의 핵심이익이 걸려 있는 사람이 직접 판단해야 한다’라고 하면서 희생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결정할 것을 강조하였다.

‘닭과 돼지’의 유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닭의 울음소리가 큰 조직일수록 관료조직으로 변한다.

 

관료조직에서는 지원부서의 목소리가 크다. 관료조직의 지원부서(또는 관리부서) 사람들은 보고서를 잘 적고 발표도 잘해 경영층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승진도 많이 된다. 지원부서는 현장의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담보로 새로운 프로세스, 도구, 시스템을 강조한다. 새로운 시도를 기획하여 인정받은 뒤 그 결과가 나올 때쯤이면 관련된 사람들이 바뀌어 책임을 묻기도 힘든 경우가 많다. 또한 기획하는 시점과 본격 적용까지의 리드타임이 길어지면 조직이 개편되거나 주관부서가 바뀌어 책임소재도 모호해진다. 시간이 지나면 업계의 컨설턴트들은 비슷한 내용의 새로운 용어를 만들고 지원부서들의 주장도 달라진다.

지원부서가 파워를 획득하는데 집중하고 경영층이 이를 묵인하거나 동조하면 혁신은 성공하기 힘들다. 닭의 울음소리를 작게 하려면 지원부서가 관리보다 지원에 집중하게 하고, 부서 인원도 줄이고, 임원 승진의 비율도 현장보다 높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닭은 잘하기보다 잘 못하지 않는 것에 집중한다.

 

지원부서는 프로젝트 수행 시 주로 검증 역할에 집중한다. 검증업무의 본질은 리스크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검증은 잘하게 하는 방안에는 관심이 없다. 성공하는 방안을 주장하는 것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지원부서의 입장에서는 안전한다. 왜냐하면 실패한다고 주장해도 성공하면 이슈가 안되지만, 성공한다고 주장했는데 실패하면 이슈가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원부서가 프로젝트를 잘되게 하기는 힘들지만, 잘 안되게 하기는 쉽다. 따라서 프로젝트팀은 지원부서의 검토의견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전문성을 인정하면서도 프로젝트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 대부분 성과를 창출하는 방안수립 및 실행은 리스크를 수반하기 때문에 그것은 돼지의 몫이고 실패를 예방하는 방안 수립은 닭의 몫이다.

 

 

셋째, 프로젝트 관점에서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장치가 필요하다.

 

건강한 조직은 결과를 책임지는 부서의 의견을 존중한다. 지원부서의 의견을 검토하여 최종 결정은 실행부서가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지원부서에게도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한다면 지원부서도 프로젝트 성과에 대한 연대 책임을 가져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다. 예를 들여 품질부서의 의견 때문에 상품의 출시 시기가 늦어지거나 과도한 비용이 발생했다면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환자의 종합적인 신체건강이나 생활을 생각하는 의사는 없고 여러 부서의 의사들이 각 부서의 질병치료만 강조하면 환자 관점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은 힘들어진다. 따라서 병원에서는 여러 병이 있는 환자는 여러 부서 의사들이 협업하여 환자 관점에서 치료계획을 수립한다.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이다. 법무, 품질, 보안등 전문 부서의 개별 의견을 종합하여 프로젝트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누군가에게 있어야 한다. 건강한 토론을 통해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고위 임원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병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