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vs “내가 할게요”

 

최근에 겪었던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올 1월 출산 후 산후조리사 서비스를 신청했다. 그런데 원래 오기로 한 조리사님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서 이틀 정도 임시 도우미분이 오셨었다.

임시로 오셨던 도우미분께 아침을 먹었던 그릇 한 개 설거지를 부탁드렸는데 혼잣말로 ‘내가 왜..라고 하셨다. 아침식사 제공 및 설거지가 서비스에 포함되어 있는데 말이다. 아마 본인이 오기 전에 발생한 설거지라서 할 필요를 못 느끼셨나 보다. 그분은 이틀 동안 업체에서 제공한다고 한 서비스의 절반도 하지 않고, 아이를 잘 돌보지 못했고, 오히려 집안일을 만들고 가셨다. 이틀째 되던 날 수유 시간을 지키지 않고 아이에게 분유를 과다하게 먹여서 아기가 배앓이를 했고, 참다못해 한 마디 했더니 오후 내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나는 최선을 다했다’라는 얘기만 남기고 업무 종료시간 전 자리를 떴다. 결국 업체에 컴플레인 전화를 넣었다.

그 후에 오셨던 조리사님은 항상 20분 정도 일찍 오셔서 준비를 시작했다. 내가 미처 부탁드리지 못한 일도 내가 할게요’라 말하며 업체에서 약속한 서비스 이상을 제공했다. 손도 빨라서 집안일을 후딱 끝내고 여유시간까지 가지셨다. 항상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선생님인데, 나 또한 만족도가 높아서 마지막에 편지와 선물을 드렸다.

이 두 분의 차이는 뭘까?

물론 숙련도의 차이도 있겠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태도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내가 왜?’ 라는 마음가짐과 ‘내가 하겠다’라는 마음가짐. 후자가 일을 잘 할 수 밖에 없다.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의 골든 서클

: Why – How – What

 

 

유명한 강연자이자 작가 사이먼 시넥은 후자의 마음가짐을 ‘Why’라고 표현했다.

그가 수많은 성공한 기업과 리더들의 공통점을 조사해 보고 내린 결론은 그들이 why에서 시작해서 how, what 순서로 생각하고 소통한다는 것이다.

 

  • Why는 한 사람의 목적의식, 믿음 또는 존재 이유다. 한 사람의 열정의 불을 지피는 근원이다. 앞서 ‘내가 할게요’라고 한 조리사님은 맡은 일은 확실히 한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었다.

  • How는 Why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과정이다. 조리사님의 예를 이어가면 요리를 하는 방법, 아이를 보는 방식 등이 되겠다.

  • What은 제품, 서비스 등, why를 실현하기 위해 하는 행동의 결과물이다. 같은 예에서 what은 맛있는 밥, 잘 먹고 잘 자는 아이, 높은 고객만족도가 될 수 있다.

 

시넥에 따르면 일잘러들은 why – how – what 순서로 생각하고 소통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반대인 what – how – why 순서로 행동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보겠다. 가상의 컴퓨터 회사의 광고 문구 두 가지를 보자.

 

 

1. 

“우리는 훌륭한 컴퓨터를 만듭니다.


자사의 최신 컴퓨터는 사용자 친화적이고 아름답게 디자인되었으며 사용하기 쉽습니다.

하나 사실래요?”


2.

“우리의 목표는 현상 유지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다르게 생각하려 합니다.


이런 목표를 갖고 우리는 모든 제품을 사용자 친화적이고 아름답게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최근 저희가 훌륭한 컴퓨터를 만들었는데요.

하나 사실래요?”

 

아마 많은 사람들은 두 번째 회사의 컴퓨터를 사고 싶을 것이다.

첫 번째 회사는 what – how – why 순으로 소통했고, 두 번째 회사는 why를 먼저 설명한 후 how, what 순으로 소통했다. 말의 순서만 바뀐 정도인데 임팩트가 많이 다르다. 참고로 두 번째 광고 문구는 애플의 문구를 살짝 변형한 것이다.

 

 

People don’t buy what you do. They buy why you do it.

사람들은 당신의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의 믿음, 이유를 삽니다. (사이먼 시넥)

 

 

이처럼 사람들은 제품 자체를 사기보단 제품이나 서비스의 근간에 있는 존재 이유를 산다. 애플 사용자들이 단순히 제품을 사는 사람들이었다면 더 좋은 성능과 더 싼 가격의 타사 제품을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일잘러가 되기 위한 3단계: 가슴 – 머리 – 몸으로 일하기

 

이 논리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커리어를 가꾸고 일잘러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why, 즉 목적의식이나 존재 이유를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을 할 때 WHY부터 시작하자.
 
 
 
 

나는 일을 할 때 머리, 가슴, 몸을 다 써야 한다고 말한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Why (가슴): 내가 일을 하는 이유, 목적의식을 분명히 하기

 

일을 할 때 ‘무엇’과 ‘어떻게’를 따지기 전에 왜 그 일을 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초년생 시절 내 why는 주체성을 바탕으로 한 성장이었다. 스스로가 내 삶과 커리어를 만들어간다는 주인의식이 있어서인지 어떻게 하면 일, 즉 영업을 더 잘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에 옮겼다. 이러한 의식이 있었기에 기본적인 영업활동을 하면서 업계 스터디에 참여해 네트워킹을 하고, 박람회를 돌며 시장 동향을 살폈으며, 회사의 홍보 담당자를 자청하여 SNS에 고객 성공사례 등을 기재하곤 했다.

2. How (머리): 전략적으로, 똑똑하게 일하기

 

마인드 세팅을 한 다음엔 머리를 써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일을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의 시간과 노력이라는 한정된 리소스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위한 전략을 생각해 내야 한다.

스타트업에서 매장 방문 영업을 할 때 효율적 동선을 짜기 위해 구글 지도로 가맹점 지도 만든 적이 있다. ‘옆 카페에서도 사용 중’이라며 사례 중심 영업을 했더니 수주율이 훨씬 올라갔던 경험이 있다.

3. What (몸): 전략을 행동으로 하나씩 빠르게 실행하기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다.

이후 Plan – Do – See 반복 → 학습 → 성장

 

이렇게 가슴, 머리, 몸을 써서 일을 해도 처음엔 시행착오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회고를 하며 다시 계획 – 실행 – 회고를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경험이 쌓이게 되고 한층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배준현 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