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 저작권 침해라며, 무차별적인 내용증명 공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폰트 저작권자의 위임을 받은 로펌들이 상대방의 권리침해 사실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면 무차별적으로 폰트 프로그램 강매와 손해배상을 요구한다. 걸리면 걸리라는 식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일반인들은 로펌의 내용증명을 받고 막대한 손해배상과 형사처벌을 받을까 무서워서 값비싼 프로그램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화는 억울하게 돈을 “뜯기는” 무고한 사람들을 1명이라도 구제하기 위한 글이다.


 

 

 

1. 저작권 보호대상은 폰트 글자 자체가 아니라 폰트 프로그램이다.

 

꼭 기억하면 좋겠다. 온오프라인 상에서 어떤 글씨 이미지 자체를 복사해서 사용한 것은 어떠한 저작권 침해도 아니다. 폰트라는 것은 우리말로 ‘서체도안’이다. 글자의 모양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폰트 이미지 자체는 저작물로 보지 않고 있다. 서체도안은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으로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해야 할 한글 자모의 조합이고 이는 사상이나 정보 등을 전달하는 실용적인 목적이 주된 기능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비록 폰트에 심미적인 창작적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문자의 기능과 독립적으로 구분되어 감상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폰트 제작자가 유료의 폰트를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해당 폰트 이미지 자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조합하여 사용하더라도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주의해야 할 폰트는 캘리그래피이다. 

캘리그래피도 그 자체로 폰트(서체도안)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 본연의 기능이 언어 전달이 아니라 글자 자체를 감상하기 위함이다. 대법원도 캘리그래피는 선의 굵기, 형태, 운필의 방식을 통해 특정한 인상이나 심미감을 느끼기 위해 창작된 것으로 보아 저작물로 본 바 있다.

 

출처. 픽사베이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폰트 저작권 침해라고 내용증명을 날리고 위협을 하는가? 

바로 폰트 프로그램이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폰트 저작물은 바로 “폰트 프로그램” 그 자체이다. 컴퓨터 프로그램도 저작물로서 저작권 보호대상이라는 것이 생소할 것이다. 프로그램은 보통 특허권 대상이기보다 저작권의 대상이다.

 

폰트 프로그램은 폰트 구현 방법을 디지털화하여 화면에 표시, 출력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적 데이터를 의미한다. 폰트 프로그램의 소스코드 그 자체가 독자적으로 실행되는 파일은 보통 아니다. 그러나 다른 응용프로그램(워드나 한컴)을 통해 구현되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그램으로서 저작물이 되는 것이다.

 

결국 여러분이 인터넷에서 무단으로 폰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고 설치하는 그 즉시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이다. 프로그램 자체가 저작물이기 때문에 컴퓨터에 설치하는 순간 프로그램이 복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폰트 프로그램을 통해 폰트를 구현해서 사용하면, 폰트 프로그램 저작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증거가 되는 것일 뿐이다.

여러분들에게 폰트 저작권 침해라며 내용증명을 날린 로펌도, 그 구현된 폰트를 보고 ‘우리 폰트 프로그램 구매한 사람이 아닌데, 저 폰트를 사용했다면 필시 무단으로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쓴 것일 거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2. 무고한 여러분의 대응 방법

 

첫 번째. 인터넷에 떠도는 폰트 이미지만 복사해서 쓴 것이라면?

여러분은 완전 무죄이다. 따라서 내용증명에 굳이 회신을 하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괴롭히거나 심하면 고소까지 할 수 있으므로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회신을 하면 된다. 

‘내가 사용했던 폰트는 귀사의 폰트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글자들의 이미지를 복사해서 사용한 것일 뿐이다. 폰트 자체는 저작물이 아니라는 것쯤은 당신도 당연히 알겠지? 다시는 내게 이런 무례한 내용증명을 보내지 말고 사과해라’ 

정도의 내용을 보내면 된다. 그 입증 내용으로 여러분이 복사해서 썼던 그 온오프라인 결과물 출처를 밝혀주면 더욱 좋다.

 

 

두 번째. 외주를 맡겨서 받은 폰트를 사용할 경우라면?

대부분의 실제 분쟁 사례는 이 경우이다. 사업계획서 디자인을 의뢰하거나 홈페이지, 심지어 사무실 간판이나 로고 디자인을 의뢰하면서 많이 발생한다. 폰트 프로그램 저작권자는 일단 눈에 보이는 폰트를 사용하는 여러분에게 내용증명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주업체가 진짜로 무단으로 폰트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여러분의 용역결과물을 만든 것이라면 누구 책임일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여러분은 폰트 이미지만 사용한 사람이다. 따라서 무고하다. 폰트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자의 범인은 바로 용역업체이다. 만약 여러분이 저작권 침해 내용증명을 받는다면, 회신으로 이렇게 답하면 된다. 

‘난 귀사의 폰트 프로그램을 다운, 설치, 사용한 적이 없다. 해당 폰트는 내가 외주업체에 맡겨서 받은 결과물일 뿐이다. 귀사도 알다시피 폰트 이미지 자체는 저작물이 아니다. 해당 업체는 ㅇㅇㅇ이니, 그쪽에 문의하고 다시는 나한테 이런 내용증명 보내지 마라.’

정도로 하면 된다.

 

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폰트파일에 대한 저작권 바로 알기
 
 

 

 

3. 무고하지 않은 여러분의 대응방법

 

여러분이 실제로 무단으로 폰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여 사용했다면 고민에 빠진다. 내용증명대로 비싼 폰트 프로그램을 구입할지 아니면, 그냥 버티다가 실제 법적 조치를 취하면 가볍게 형사처벌(보통 벌금)이나 손해배상을 할지.

 

그런데 그전에 한 가지만 확인해 보자. 

만약 무료 폰트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다운로드하고 상업용으로 사용했는데, 개인용으로만 무료로 준 것이라며 내용증명이 날아왔다면? 이 경우라면 저작권 침해라기 보단, 이용계약 위반으로 볼 수도 있다. 일단 다운로드 및 설치 자체는 누구나 무료로 했지만, 개인용으로 쓰다가 상업용으로 쓴 것이라면 약관 위반일 것이다. 폰트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는 무단으로 프로그램 복제를 할 때 발생한다. 

따라서 무료 폰트라고 누구나 다운로드하게 한 것이라면 설치 시 무단 복제가 아닌 것이다. 이럴 경우는 저작권 침해로 인한 형사처벌 대상은 되지 않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만 문제 될 뿐이다.

 

 

 


로펌이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니 내가 잘못했겠지라고 생각하고 벌벌 떨면서 상대방의 요구에 응하기 전에 다시 한번 살펴보자. 이번 내용으로 1명이라도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최앤리법률사무소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