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을 맺고 다른 회사에 일을 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은 늘 일의 기한, 납기에 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명시적으로 언제까지 무슨 일을 완료해야 하는 계약이 있으니 신경 쓰일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인하우스(In-house)에서 업무를 하는 대부분의 분들은 납기 일자가 명시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개발을 하거나 프로젝트를 한다면 그래도 WBS를 작성해서 관리하는 등 기한이 정해져 있지만 비개발 업무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업무는 딱 부러지는 계획을 가지고 임한다기보다는 대략적인 일정을 고려해 그때 그때 돌아가는 게 대다수일 것입니다. 그래서 일의 납기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일정 관리를 하는 일도 초기 세팅에서 투입 리소스 때문에 관점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일의 납기에 대해 완전 주니어 레벨을 벗어나 명시적으로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말을 듣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면 언제까지 하는 게 좋을까요? 모든 일은 ASAP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 마음의 부담을 갖고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것은 질문을 바꾸는 것이 더 나은 접근일 것 같네요.

 

 


 

 

“일의 결과를 언제까지 어떤 수준으로 공유할 것인가”

 

일한 내용을 늦게 공유할수록 더 높은 기대감을 부여 받게 됩니다. 보통 빨리 해오는 업무에는 품질에 대한 큰 기대를 하지 않죠. 급하게 갑자기 날아온 업무를 빠르게 해야만 한다면 시간이 많을 때 대비 상대적으로 바라는 부분이 적습니다.

 

다른 가설을 파악하거나 다른 사례를 더 찾는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바라지 않게 되죠. 적정 기술 수준으로 일을 해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업무를 늦게까지 붙잡고 있다면 일을 말한 사람은 초조해지고 들어간 시간을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 어지간한 결과물로는 원하는 수준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빠르게 일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빠르게 할 때는 분명 고려해야 할 다른 요인들을 생각하지 못한 채 한 가지 방법, 기존에 하던 대로, 혹은 단순히 칸 채우기 수준으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결과물은 일을 보고할 때 여러 피드백을 받게 되고 생각이 적은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예 늦게 결과를 공유하는 것보다는 개인적으로 더 함께 일하기 편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일을 시키는 사람과 받는 사람과의 같은 생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에 결국 생각을 유지하게 만드는 시간을 길게 두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해야 하는 업무가 큰 덩어리라면 시간이 많이 들기에 몇 개의 단계로 쪼개어 일을 나눈 다음 일을 어떤 방식으로 쪼개고 지금 어디까지인지 중간중간 설명하면서 결과에 대한 그림을 계속 같이 맞추어 가는 게 중요하죠. 따라서 일을 단계로 구분하고 단계의 결과물을 너무 늦지 않게 기한을 정해 미리 기한을 공유하고 적시에 공유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적정한 기대감과 불확실성이 제거된 업무 공유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많은 콘텐츠를 통해 빠르게 시도하고 빠른 피드백을 통해 방향을 빠르게 잡아나가는 기업과 브랜드의 성공을 보았습니다. 실제로 그런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고 일하는 방식을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닮아가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조직에서 내가 일하는 것이 그런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을 너무 혼자 오래 붙잡고 있거나 정보에 대해 필요한 사람들과 빠르게 공유를 하지 못하고 있거나 의사결정이나 답변을 빠르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그것 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일하고 있다면 지향하는 바와 실제가 다른 것이겠죠. 일의 납기를 보는 관점도 여기서 출발합니다.

 

빠르게 중간중간 공유하는 것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내용이지만 실제 그런지는 다른 것이죠. 실제 나의 업무 성향이 어떤지는 싫은 과정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확인해 보거나 따로 일을 받고 넘긴 로그를 스스로 만들면서 정기적인 회고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 혼자만의 납기에 빠져 있는 주니어분과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어보기 전엔 언제 일을 끝낼 수 있는지, 기한이 거의 도래했을 때는 정말 그때 되는지 알 수 없었죠. 그러면 그 일을 토대로 시작할 다른 업무를 기약할 수가 없습니다. 그때까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늦으면 늦는다고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죠. 늦으면 늦는 대로 다른 계획을 세우면 되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납기를 지나서 확인하면 그제야 대답을 듣는 것입니다.

 

우리는 불확실성을 싫어합니다. 결국 돈과 시간이라는 유한한 자원을 써서 일을 하는 것이라면 시간에 대해 돈만큼 서로에게 잘 공유하고 잘 따지는 것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