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입고 여의도로 출근하는 대기업 사원? 실리콘 밸리에서 청바지입고 자유롭게 일하는 모습? 여러가지 상상을 하며 본인의 진로를 고민하는 취준생들이 있다. 현재 몸 담고 있는 직장에 회의를 느껴 책상 서랍장에 퇴직서를 고이 접어둔 직장인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는 냉탕과 온탕처럼 다르다. 그만큼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한 사람들은 그냥 고투기도 아니고 ‘악전’고투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극명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과감히 전향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람들이 있다. “맥스서밋 2016” 스타트업 데이에서 손보미(핀다 CMO), 정현호(드라마앤 컴퍼니/리멤버 이사), 이재성(코멘토 대표)가 대기업 출신의 스타트업 적응기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img_0937
조기엽 모비데이즈 매니저 사회로 세션이 진행됐다. (왼편부터 정현호 드라마앤컴퍼니 이사, 손보미 핀다 CMO, 조기엽 모비데이즈 매니저)

복리후생이 뛰어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데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현호 이사는 “금전적인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시기에 돈이라는 게 결정을 좌지우지하면 안 될 거 같았기에, 죽이되는 밥이되든 일단 해보고 대안을 찾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했다”며 누구나 했었을 법한 현실적인 고민을 공유했다.

이재성 대표는 “대기업에 다닐 때도 만족을 했지만, 그 삶이 Not bad 와 Good 정도였다. ‘Great’한 삶을 살고 싶었고, 일종의 사명감을 느끼고 있을 때 적절히 기회가 와서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며 스타트업에 대한 사명감을 드러냈다.

이재성 대표
이재성 대표

높은 연봉도 포기할 수 있을 만큼 스타트업이 분명 매력적인건 틀림없다. 손보미 CMO는 “스타트업은 아기를 키우는 것 같다”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가꾸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첫 직장으로도 스타트업이 괜찮을까?’고민하는 분들도 많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졌지만, 첫 직장은 앞으로 커리어를 쌓는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손보미 CMO는 “고민이 된다면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다가 대기업에 지원하는 것도 괜찮다”며 “주변에 많은 대기업 분들도 스타트업의 생존본능과 순수한 열정, 에너지 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스타트업 대한 두려움을 줄이라고 말했다.

손보미 CMO
손보미 CMO

사회를 맡은 모비데이즈 조기엽 매니저는 “몇몇 지원자가 수평적 조직이나, 자율출근제와 같은 스타트업의 겉모습만 보고 지원한다”며 “화려하게 꾸며진 겉 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의 업무 환경을 모른채 지원했다가 중도 포기하는 지원자들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정현호 이사도 “스타트업에 뛰어든 뒤 퇴근시간이 늦어졌다. 아이들과 놀아주기는 커녕 잠자는 모습만 볼 수 있고 가사를 도와주지 못해서 아내에게 미안하다”며 고충을 더했다.

이만큼 현실은 상상과 다르고 녹록치 않다. 단순 취직뿐 만 아니라 직장 내에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이 더 맞는지 고심하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패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정현호 이사는 “나이가 들면 가족도 고려해야하고 부담이 많아진다. 하고 싶은 열정이 있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스타트업을 경험해 보아야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정현호 이사
정현호 이사

손보미 CMO는 “일단 경험해봐라. 대기업은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배울 수 있고 어떤 것이 프로페셔널한지 기본기도 배울 수 있다. 대기업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유용할 때도 있다. 스타트업은 창조하는 재미와, 중요한 업무도 바로 해볼 수 있다” 며 어떤 곳이든 경험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성 대표는 “학생들이 직장을 고민할 때 최우선이 안정성이 아니였으면 좋겠다. 오늘 안전한게 내일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며 직장을 고를 때 안정성보다는 다른 중요한 것들을 되새겨야한다고 조언했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대로의 장점이 있다. 대기업의 안전망, 복리후생, 체계적인 시스템, 선배들의 오래된 노하우, 스타트업의 창조적인 업무, 성장의 기회,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두 곳다 쟁쟁하게 매력적이라 객관적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그러기에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비교도 필요하지만 자신이 어떤 곳에서 만족과 동력을 얻는지, 본인의 가치관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해봐야할 것이다.